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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한다, 고로 지지한다김동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그의 선언은 교회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판단의 근거를 잃고 인식의 혼돈에 빠졌을 때 하나의 지표를 제시했다. 자신이 신의 권위를 믿든 의심하든 상관없이 그러한 생각을 의식하는 자신의 존재는 필시 존재한다는 선언이었다.

방법서설 | 저자 르네 데카르트 | 역자 이현복 | 문예출판사 | 1997.10.30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이 시대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살면서 ‘사람 중심의 협동경제 실현을 외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있다고 증명할 수 있을까?

얼마 전 6.13 지방선거가 끝났다. 유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고, 그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세상이 통째로 넘어갔다’고 표현하였다. 이렇게 투표의 위력은 잘만 행사하면 세상을 통째로 바꿔갈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유권자가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행사하지도 못하면 유권자는 그냥 표 던지는 기계일 뿐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소비자의 삶과도 같다. 소비자는 유권자처럼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직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매자에 머문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소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세상은 자신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친 사람들이 바꾸어간다고 말했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 ‘여성들이 하루만 소비를 멈추어보자’는 운동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때로는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는 행위로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소비자가 소비를 멈출 때 기업은 소비자를 주목하게 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살펴보게 된다. 우리가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 상관없이 우리는 소비를 통해 우리의 존재가 어느 사회를 지향하는지 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생산의 결과물인 최종상품을 보고 구매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품의 생산뿐 아니라 전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 이들은 '윤리적 소비자'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비를 통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윤리적소비자는 상품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서 자신들의 필요를 채울 뿐만 아니라, 환경에 좋고, 사회에 좋고, 또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에게도 좋은 소비를 꿈꾼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의 저자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 기업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균형추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다음 3가지로 압축하고 있다.

첫째는 문화적인 것으로, 사적 이익이나 등가물 교환 이외의 원칙에 입각한 경제적 행동 또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육기관에서 인식하고 가르쳐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의 수요 측면을 말하고 있다.....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구매하려는 재화의 기술적 특성뿐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고 평가하는데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사실 사람은 소비자이기 이전에 필연적으로 구매자이다. 구매자란 생산 전 과정의 역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흥미로운 현상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소비자'의 등장이다....그래서 더 많은 시민 소비자들이 주권자가 되고 자신의 사회적 책임을 보다 의식하게 될수록,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은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것이다. 경제사를 보면, 도덕성과 시민정신이 자라날수록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이 시장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진보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협동조합을 비롯한 '친사회적' 기업들에 공간을 열어주는 시장을 꼭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요약하면, 협동조합 기업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교육,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소비자의 등장, 협동조합에 우호적인 법제도 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건을 사는 단순한 구매행위에 왜 이리 큰 담론을 연결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 소비는 그냥 소비일 뿐이다. 하지만 하나의 행위를 곧 하나의 해석으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다. 소비는 단순히 개인의 생활의 욕구를 채우는 행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비는 개인의 철학이 될 수도 있고 가치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필요를 채우는 행위가 사회의 필요도 채울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아닌가.

기업이 이윤추구를 하는 기업행위를 하면서 사회가치 창출을 할 수 있듯, 소비자는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소비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사회가치 창출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소비를 통해 기업에게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 우리가 상품뿐 아니라,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다고. 또한 기업이 어떻게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저지대 | 저자 줌파 라히리 | 역자 서창렬 | 마음산책 | 2014.03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는 소설 <저지대>에서 여주인공의 대사를 통해 '소비'가 갖는 행위를 해석한다. 여주인공은 말한다. ‘당신이 소비하는 것이, 곧 당신이 지지하는 것이다’ (What you consume is what you support).

유권자는 투표로 권한을 행사하고, 소비자는 소비로 권한을 행사한다.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조직화된 소비자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지지한다. 
나는 오늘도 협동조합에서 소비한다, 고로 협동조합을 지지한다.

김동규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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