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청년 또 사망...계속되는 사업장 내 유해화학물질 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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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청년 또 사망...계속되는 사업장 내 유해화학물질 안전사고
인천 남동공단 사업장에서 시안화수소 중독 사망
  • 2018.06.29 11:36
  • by 공정경 기자
시민사회는 30년전 유독가스에 노출돼 사망한 문송면 청년의 죽음과 국내 직업병 인정투쟁의 큰 획을 긋게 된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30년이 지난 현재 사업장 내에서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23살 청년이 유해화학물질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번에는 시안화수소다. 시안화수소는 시안화나트륨이 물과 반응해 만들어내는 맹독성 가스다. 쉽게 말해 청산가리와 유사한 독극물이다.

시민사회는 30년 전 문송면 청년의 죽음과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을 기념하는 30주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된 죽음이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5월 2일 인천 남동공단 신유메탈에 입사한 공00씨는 첫 월급을 받기도 전 5월 28일 시안화수소 중독으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뇌사상태로 3주를 버텼지만 결국 6월 18일 사망했다.

공 씨가 일하던 사업장은 다단계 하도급체계의 끝, 3·4차도 아닌 5·6차 수준의 영세업체다. 공 씨는 평소 건조작업, 도금준비작업, 포장공정 이송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사고 당일, 사고 작업을 수행하던 직원이 늦게 출근해 신입직원인 공 씨가 대신 투입됐다. 출근 후 작업준비를 하던 중 업무지시를 받고 9시경 도금액 교체작업을 했다. 도금조 2개를 비운 후 물(30L)과 시안화나트륨(30g)을 도금조에 채우는 작업이다.

시안화나트륨이 얼마나 위험한지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고, 아무런 보호구도 없이 창고에 있던 시안화나트륨을 바가지로 2차례 옮겼다. 기존 작업자는 고무장갑, 장화, 앞치마, 분진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한다. 도금조에 있던 시안화나트륨 용액도 그냥 작업장 바닥에 쏟아 버려졌다. 작업을 끝내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물과 커피를 마신 공 씨는 작업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쓰러진 시간은 9시 10분쯤이다. 단 10분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공 씨는 9시 30분경 인천 길병원으로 옮겨졌고 시안화수소에 의한 중독으로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5월 30일 안전보건공단이 먼저 현장에 방문했고, 이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 3명을 해당 사업장으로 보내 재해경위를 조사하고 부분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관내 시안화수소 취급 사업장은 176개소이다. 6월 12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각 사업장과 의료진에게 시안화중독 발생 경보를 보냈다. 거기까지였다. 사고 발생 한 달이 됐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추가 피해자는 없는지, 취급 사업장을 전수조사한다든지, 독성화학물질을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등의 어떠한 행동도 계획도 발표하고 있지 않다.

노동건강연대 정우준 활동가는 “노동부가 너무 조용하다. 노동부가 어떤 관점으로 이 사건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천 남동공단은 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가 나온 곳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영세업체는 위험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취급 허가는 내주면서 관리는 일 년에 두 번 방문해 형식적으로만 한다. 현실적으로 관리가 불가능한 대여섯 명 있는 영세업체에 위험물질을 허가 해주면서, 관리가 안 된다고 한다. 관리할 수 있는 업체에 허가해야 하고, 교육도 대표나 관리자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실험도 사고 상황과 실험조건이 달라 어느 정도의 농도에 중독됐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사고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도금조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현장실험은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된 조건에서 이뤄졌다. 공 씨의 아버지가 왜 실험조건을 똑같이 하지 않냐고 묻자 안전보건공단 직원은 자신들이 준비한 방독면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며 추가실험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와 함께 하고 있는 정우준 활동가는 이번 사고가 메탄올 피해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메탄올 피해자들의 상심이 크다. 자신들과 비슷한 2~30대 청년에게 또 같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막고자 힘든 상황에서도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뭐가 안 바꿔서 똑같은 사고가 나냐, 도대체 바뀐 게 뭐냐, 고 묻는데...참 할 말이 없다.”

노동건강연대는 공 씨가 어떤 경위로 해당 사업장에 들어갔는지부터 들어야 해서 가족들과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만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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