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자연합', 1년 새 큰 고비는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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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자연합', 1년 새 큰 고비는 넘겼다
매장 6개에서 26개로 확대...소상공인 지원제도 활용...조합원 교육이 중요
  • 2018.06.27 15:11
  • by 공정경 기자


"17년 동안 일하면서 도와준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 도와주신다고 직접 찾아오셨을 때 사기꾼인 줄 알았다. (웃음)"

피자연합협동조합 정종열 이사장이 지난해를 돌아본다. 한 3년은 지난듯하다. 피자연합은 미스터피자의 갑질에 대항하다 나온 가맹점주들이 만든 자영업자협동조합이다. 2016년 11월 29일 협동조합을 창립했고, 지난해 3월 14일 불과 4개월도 안 돼 이종윤 전 이사장이 자살했다. 이종윤 전 이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내외부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사회적경제인들은 피자연합이 자영업자협동조합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바로 TF를 꾸렸다.

"세 분이 오셔서 '뭘 도와줄까요?' 하는데, 워낙 경황이 없으니까 '무슨 도움을 받아야 하지?' 생각 좀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6개 매장으로 시작한 피자연합은 현재 26개 매장으로 늘었다. 지난 4월 18일 민주연구원사회적경제센터 출범기념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정종열 이사장은 “그동안 받은 많은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젠 고비를 넘겼다는 뜻일 거다. 일 년이 지난 지금 피자연합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19일 피자연합 신길점에서 정종열 이사장과 서인형 이사(쿱스프랜차이즈)를 만났다.

“일단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는 게 중요했다. 다들 멀리 살다 보니 매번 모이는 것도 어려웠지만 열정적으로 모였다. 지난해 소상공인지원금을 받아보라고 제안이 들어왔다. 십몇 년 동안 장사하면서 소상공인 지원금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른 조합원들도 아무도 몰랐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데, 이게 또 난관이었다. 서류준비를 하면서 과연 자영업자들이 이 많은 것을 써낼 시간이 있을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을 혼자 할 수 있을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인들 마다할까. 그러나 서류작업에 PT까지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끝까지 해야 한다고 강하게 독려했다. 무사히 심사에 통과됐고 7800만원을 받았다. 열악한 상황에 있던 피자연합에 마중물 같은 돈이었다. 어느 정도 시스템도 구축하고 홍보에도 신경 썼다. 그때부터 피자연합 가입문의가 늘고 매장도 26개로 늘었다.

피자연합 정종열 이사장

“올해는 안 받고 싶었다. 지난해 해봐서 대처는 조금 여유롭게 할 수 있지만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 자생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 5월부터 매출이 떨어졌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제 한 몸 희생해서 26개 매장 매출이 오른다면...뭐. (웃음) 그래도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마지막으로 받아보자는 심정으로 오늘 심사를 받았다. SNS에 홍보하냐 안 하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올해는 홍보 전담인력도 두고, 내부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싶다."

피자연합은 매장 300개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전체 매출 1위인 도미도피자의 연매출이 3600억원, 2위 피자헛이 2000억원, 3위 피자브랜드들이 1200억원 수준이다. 피자연합 매장이 300개 정도 되면 대략 연매출 1200억원 수준이다. 그 정도는 돼야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프랜차이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시장의 20%만 장악해도 다른 프랜차이즈들이 갑질을 못 한다. 가맹점주들이 언제 도망갈지 모르는데 어떻게 함부로 갑질을 하겠나. 지금은 여기 가도 갑질, 저기 가도 갑질이니 갈 데가 없다. 피자연합이 3위, 아니 4~5위 정도의 브랜드로만 성장해도 가맹점주들이 이쪽으로 몰릴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갑질 안 당하는 곳이 있다면, 잘 먹고 살 수만 있다면 매몰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그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피자연합이 300개 매장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는 가맹점들이 평균적으로 다 먹고살기 좋다는 의미다. 그러면 나머지 회사들의 온갖 갑질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서인형 쿱스프랜차이즈 이사

피자연합 컨설팅을 맡고 있는 서인형 이사는 규모화를 강조했다. 규모화하려면 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기본역할은 가맹점을 늘리고 가맹점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맹비를 받아야 한다. 가맹비든 물품공급 이익이든 각 매장이 어느 정도는 내야 본사의 기능이 생기고 전체를 지원·관리하는 전담인력이 운영될 수 있다. 이사장과 이사들의 헌신성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피자연합의 올해 숙제다.

“오늘 소상공인지원금 심사 때 이런 질문을 하더라. 작년에 받은 지원금으로 엠블럼을 새로 만들었는데 왜 각 매장에서 사용하지 않냐고.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점주들에게 강제로 바꾸라고 하면 미스터피자랑 뭐가 다르냐, 우리가 바꿔줄 것도 아닌데 돈 들여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갑질하는 프랜차이즈랑 뭐가 다르냐,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가맹비도 걷고 싶지만 말이 선 듯 나오지 않는다. 저희가 당해왔고, 가맹비가 부담스럽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해는 시도해야 한다. 본사가 그 돈으로 내가 돈을 잘 벌 수 있게 지원하는 게 느껴지고, 전체가 성장하는 게 느껴지면 심리적 저항감은 곧 사라질 거다. 하나하나 의사결정 하는 게 쉽지 않다. 협동조합의 과도한 민주주의라 할까? (웃음)”

피자연합은 거품뺀 가격을 위한 연합, 우수한 재료를 위한 연합, 신뢰를 되찾기 위한 연합이다.

피자연합은 재료비도 다르다. 고품질의 재료를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점주들은 엄청나게 좋아한다고 한다. 좋은 재료에 중간이윤을 거의 붙이지 않으니 점주도 좋고 소비자도 부담스럽지 않다. 한판에 2~3만원대인 피자를 만원대에 먹을 수 있다.

“기존의 프랜차이즈와 협동조합 프랜차이즈가 다른 건 딱 하나다. 이익배분이다. 기존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주들에게 뜯어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분했다. 협동조합은 가맹점주들에게 열심히 뜯어도 다시 점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외에는 다른 프랜차이즈와 똑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기업이고 사업이다. 그래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면서 서인형 이사는 협동조합이라 가질 수 있는 오해를 우려했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이니까 내 의견이 다 반영돼야 하고, 협동조합이니까 중간이윤을 남기면 안 되고, 협동조합이니까 너는 당연히 헌신해야 하고...'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에 비해 태생적으로 더디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이 경쟁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종렬 이사장은 지난 일 년을 지내오면서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피자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법인카드 쓰라고 해도 메뉴도 자기 돈 들여 개발하는 점주들이 있다. 그런 열정이 있어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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