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사회’가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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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에 ‘사회’가 없다면?
김종걸 한양대 교수, 정부 지원 의존 경계 필요...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해야
  • 2018.06.11 14:16
  • by 강찬호
김종걸 한양대 교수(사진)은 사회적경제가 시민의 자발성을 고양시켜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6.13지방선거 하루 전,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삼회담이 열린다. 전 세계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에 대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세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다. 지방선거 이슈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지방분권 시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반도 평화 국면과 함께, 지방분권이 새의 양 날개로 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이다. 쏠림이 아닌 균형발전.

사회적경제 영역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혁신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통해 포용적 성장, 혁신의 실타래를 풀고자 하는 의지가 확연하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회적가치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중심인 경제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 기본법, 사회적가치법 추진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여야 대치국면으로 이러한 법들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지만, 전망은 밝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꿈틀대고, 잔뜩 기대를 갖는 이유이다. 정부도 사회적경제, 사회적금융 등 잇따라 계획을 발표했고, 인재양성, 지원체계 개선 등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있다. 도지재생에 50조 예산이 풀리는 계획 역시 혁신적이고, 사회적경제적인 방법과 접목하는 방안과 아이디어가 토론되고 있다. 거대한 밀물이 들어오고 있고, 이는 사회적경제를 통해 새로운 사회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희망만 있는 것일까. 우려도 있다. 거대한 밀물이 썰물이 되어 철수한 이후,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기대와 희망이 뿌리내리고 옥토를 키워나가는 사회적경제의 생태계가 구축되고 더욱 발전할 것인가.

김종걸, 머리 속에서 정부를 잊어라..사회적경제에 대한 근본적 성찰 계속해야

이런 맥락에서 한양대 김종걸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경제의 우호적 환경 속에서 자칫 간과해서는 안 되는 지점을 강조했다. ‘자발성의 고양’이다. 긴 가뭄으로 애타게 해갈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사회적경제 진영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우(愚)’를 범해서도 안 된다는 우려이다. “머리 속에서 ‘정부’를 잊어야 한다.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입장에 많은 이견이 달릴 수도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에 물주기를 하는 것인데, 너무 이른 문제 제기로 볼 수도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문제 제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이 중요하고 긴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다시 한번 김 교수의 이야기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6월 8일(금) 김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근 사회적경제의 큰 흐름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큰 방향과 흐름에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시민과 사회의 자발적 역할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처음 사회적경제를 주목한 배경에 대해서 소개했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각 종 전달체계들이 있고, 관련 정책이 넘쳐 나는 반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주목한 것이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었다. 사회적경제는 호혜성 등 인간의 선의와 자발성에 기반해 활동이 이뤄지므로 서비스 전달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체계 상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역량이 낮으면 하부 역할밖에 될 수 없고, 서비스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시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사회적경제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사회적경제의 토양은 시민의 자발성과 자발적 시스템으로 뒷받침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 이러한 사회적경제 영역의 ‘사회’에 헌신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일각에서 관찰되고 있는 우려는 “이러한 ‘사회’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 자발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부만 바라보는 모습이다.”라는 것이다.

“사회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러한 (시민들의) 행위들이 모여서 가치가 되고, 노동이 되는 것이다. 시민의 책임이 안 보여 우려된다. 한국이 중국을 극복해가는 방법은 민주주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통해 교육수준, 도덕수준을 높여나가면서 인간의 완성을 향해가야 한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낮은 곳으로부터의 연대와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한때 ‘시민이 없는 시민단체’를 따갑게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는 뼈아픈 지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없는 사회적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 분야 활동가들에게 불편한 지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쳐다보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아래로부터 시민의 자발적 힘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역동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관료적 전달체계를 개선하고자 했던 것이 초심이라면, ‘본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김 교수의 지적은 늘 가슴에 새기고 가야 할 경구와도 같다.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야’ 하는 자긍심, 자부심이 (사회적경제) 운동가의 힘이 되어야 한다.” 김 교수는 여전히 상상을 하고 피력한다. “지역마다 (사회적경제) 운동가들을 파견하고 그들의 연봉을 지원해주는 방식은 어떨까.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경력도 쌓고 밑바닥부터 다시 정책을 디자인해보면 어떨까. 운동가의 역할이다. 운동가들은 자존심, 존경, 꿈을 먹고 산다.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사회적경제를 통해 사람들과 호혜적 관계를 맺으면서 행복한 삶의 의미를 묻고 그 의미를 찾으며 도덕적, 지적인 인간의 특성을 잘 구비해가야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경제 인문학’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인은 학교 현장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매진하는 일에 힘쓰고자 하고, 그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 동종교배는 동종분열로 이어지고 시장은 더욱 작아진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이종의 영역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와글와글’해야 한다. 다음 스텝(단계)가 보여야 한다. 이것이 혁신이다. 자발성의 영역인데 자꾸 없어져 안타깝다. 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일성(一聲). “사회적경제라도 없으면 무슨 낙(樂)으로 살아갈까. (웃음)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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