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아이쿱생협’에 반대하는 이유와 쟁점을 들여다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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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아이쿱생협’에 반대하는 이유와 쟁점을 들여다봤더니?
[생협의 ‘오래된 미래’에 대한 질문들(1)] 원주아이쿱생협 진출 찬반논란(2)
  • 2017.07.11 14:40
  • by 강찬호
원주지역의 10개 단체가 원주아이쿱생협의 진출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역신문에 의견광고(사진)를 내며 구체적인 반대 활동에 나섰다. 반대 이유에는 2003년도 잡곡혼입 사건이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 무엇이 진실일까.

(가칭)원주아이쿱생협이 원주지역에 입점하는 것을 지역 관련 단체들이 반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 현상의 배경과 본질이 무엇인지 한 걸음씩 다가가 보자.

생협 간에 경쟁은 이례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생협 간에도 경쟁은 있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같은 상권을 놓고 입점 경쟁이 일어난다고 하면 기존 생협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생협이나 협동조합이 아니더라도 업종을 떠나 동종업계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편, 같은 업종이라고 해도 시장 자유주의 원리의 측면에서 보면, 누구도 입점을 막을 수 없다. 법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 결과 한 집 건너 치킨집이 있고, 미용실이 있고, 카페가 있는 것은 흔한 경우이다.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이지만, 누구도 생존권과 시장 진입의 자유,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을 수 없다.

자유시장경제의 자유와 소비자 선택권 그리고 생협의 경쟁

그래서 시장의 약자들은 조합을 결성해서 대응하기도 하고, 약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대형유통자본으로부터 보호책을 강구하며 법의 보호를 요구한다. 이 경우에도 시장의 자유주의 원리를 침해할 수 없기에, 결국 공익성과 형평성(공정성)을 우선해서 논리를 전개하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대형 유통자본에 맞선 중소상공인들의 투쟁의 경우이다. 이러한 대응에는 법의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가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서는 자율적 해결 모델로 상생협약을 하며, 스스로 원칙과 규정을 만들어 가는 경우가 있다. 지방정부 등에서 이러한 상생모델을 도입하는 경우이지만, 제대로 성공하고 있는 것인지, 꼼수인지는 사례마다 다르다. 여하튼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 시장경제는 법적 보호와 자구적 해결 두 축으로 작동한다. 생협이나 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되는 사회적 경제 영역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주아이쿱생협의 입점에 반대하는 원주지역의 사례는 어떤 경우에 해당되는 것일까.

원주지역에서 활동하는 10개 기관과 단체들이 지난 4월 6일 원주의 지역신문인 원주투데이에 의견광고를 냈다. ‘아이쿱이 원주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며, ‘원주지역 아이쿱 진출반대 입장’을 게재했다.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농업회사법인 원주생명농협(주), 농업회사법인 살림농산(주), 원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 10개 단체 명의였다.

의견광고의 내용은 “최근 아이쿱이 원주에 매장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쿱이 원주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아이쿱이 협동조합 운영원리에 따라 협동과 상생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아이쿱이 2003년도에 원주지역 생협, 농민생산자들과 갈등을 빚은 일이 있다는 점 △아이쿱은 전국에서 수차례 타 생협을 비방하고 고소고발을 했다는 점 △아이쿱은 다른 생협이 있는 바로 옆에 대형매장을 설치해 극단의 경쟁을 강요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어 원주지역은 생명 협동조합 운동의 발상지로서 1980년 지학순 주교,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협동과 상생의 협동사회를 구현해가고 있는데, 아이쿱의 원주지역 진출은 협동사회 경제조직 간에 경쟁과 분열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2003년 잡곡 혼입’ 책임 전가하기?...10개단체들, 아이쿱생협 탓...아이쿱생협, ‘원주생협’이 사과까지 한 사안으로 사실관계 왜곡

지역신문에 의견광고를 낸 이후 아이쿱생협은 4월 12일자로 ‘원주지역 10개 단체의 의견광고에 대한 아이쿱생협의 입장’(이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아이쿱생협은 해당 광고에 사실관계가 잘못됐고, 실체 없는 비난에 대해 지역의 유서 깊은 단체들이 참여한 점에 대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견광고 내용을 반박했다.

아이쿱생협은 전국에 90개 회원조합이 있고, 25만여 명의 조합원, 생산자와 관계사 등을 포함해 4천여 명의 임직원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임을 밝혔다. 협동조합의 7원칙과 윤리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참여하는 조직임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오류를 지적했다. 아이쿱생협이 협동조합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조직이라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지적이라는 반박이다. 이어 아이쿱생협은 전국에서 수차례 타 생협을 고발한 적이 없다며, 허위사실 유포 문제로 구로시민생협을 고발 조치한 경우가 유일하게 한 건 있다고 밝혔다. 이 건에 대해서는 당시 구로시민생협이 공문으로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2003년 원주 지역생협과 농민생산자와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아이쿱생협(당시는 ‘한국생협연대’)는 원주생협과 우호적인 관계에서 거래하고 있었는데, 잡곡 혼입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아이쿱생협은 원주생협이 생산자와 직거래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매입조건으로 한 것이었는데, 원주생협이 상회를 통해 잡곡을 매입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 더욱이 상회는 국내산뿐만 아니라 중국산 잡곡도 매입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됐다. 그럼에도 원주생협은 이러한 사실을 아이쿱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중단 조치를 취하게 됐다는 것이다. 원주생협은 거래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내부적으로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진상파악과 대책에 나섰고, 그 결과로 당시 비대위는 아이쿱생협에 사과(2003.9.8.)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쿱생협 측은 원주생협이 잘못한 사안에 대해 1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실을 지역사회에 알리지 않은 채 관계 단절의 책임을 아이쿱생협에 있다고 주장하며 의견광고를 통해 지역의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이쿱생협 측은 2003년 당시 사과문을 받은 이후 지역 내 파장을 고려해 원주생협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다시 원주생협이 과오를 감추고 지역의 단체들이 잘못된 판단과 결정을 하도록 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이쿱생협은 입장문을 통해 “협동조합운동의 가치는 그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합원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조합원들 스스로 결정하고 전진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 협동조합 조직마다 우선하는 가치, 추구하는 목표와 방법이 다를 수 있고 이를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이는 생각과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타 조직을 배제하는 태도가 21세기에 통용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아이쿱생협은 원주지역이 지향하는 협동조합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협동과 상생의 원리에 따라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원주아이쿱생협 준비위원들의 행보에 애정 어린 관심과 격려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원주지역 10개 단체의 신문의견 광고와 이에 대한 아이쿱생협의 반박문을 통해 보면, 아이쿱생협의 입점을 반대하는 핵심에는 ‘2003년도 잡곡혼입 사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이쿱생협(당시 한국생협연대)과 원주생협 간에 균열이 생겼다. 이후 원주생협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오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아이쿱생협은 아이쿱생협대로 자생적인 발전을 이어왔다. 그리고 다시 14년이 흐름 즈음, 원주지역 진출을 노크하면서 14년 전 과거의 앙금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6일자 원주지역 단체들의 신문 의견광고, 4월 12일 아이쿱생협의 입장문에 이어, 4월 26일자로 10개 단체는 아이쿱생협의 입장문에 대한 ‘보충 설명서’를 통해 재반박문을 발표했다. 2003년 당시 갈등 상황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사실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와 함께 이를 바라보는 의견의 차이가 결국 갈등의 뿌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14년 전의 오래된 앙금이 여전히 현재의 시점에서 유효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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