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구례자연드림파크 조합 갈등의 상생 대타협을 염원하며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노사 갈등이라 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틀린 표현은 아니다. 협동조합도 기업 성격을 띠고 있기에 사측이라 할 수 있다. 한데 왠지 노사 갈등이란 표현이 걸렸다. 한국에서의 노사 갈등에는 계급 적대에 근거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그래서 궁리하다가 조합 갈등으로 이름 지어 봤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갈등, 즉 조합끼리의 현상으로 순화시키고 싶었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은 노동존중 사회를 꿈꾼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노동운동이라는 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탄생한 동기였다. 혁명주의와 개량주의라는 구분법에 의해 헤어졌다가 해외에서는 대체로 다시 만났다. 한국에서는 아직 재회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시야가 좁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다. 하지만 재회를 시도하는 구체적 움직임이 시작됐다. 머지않아 전면적으로 재회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구례 갈등에 대해 협동조합 또는 노동조합을 저마다의 눈높이로 싸잡아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 동의 안 된다. 협동조합끼리도 노동조합끼리도 갈등한다. 노동조합이든 협동조합이든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싸잡아 부정하는 것은 감정에 치우친 속 좁은 태도다. 구례의 최근 갈등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대표적 갈등 사례로 떠올랐기에 우려가 좀 더 큰 것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행히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지난 4월 20일, 구례 조합들의 상급단체 또는 상급단체 성격의 공공운수노조와 아이쿱 담당자들이 '구례자연드림파크 내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 을 합의했다. 양 조합은 4월 20일부터 한 달간 미디어, SNS, 시위 등을 통한 일체의 상호 비방을 중지하고 조합원 7인에 대한 무급휴직 및 대기발령은 잠정중단하며, 갈등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그 합의에 눈여겨볼 의미심장한 내용이 있다. 양측은 '노동조합-협동조합 간 협력의 모범사례를 함께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구례자연드림파크의 혁신과 효율성 향상 및 노동존중의 실현을 위한 협약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또 '상호 이해를 증진하며, 노동존중 협동조합, 협동조합 친화적 노동조합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며 동반자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성찰의 의미도 담긴 선언이다. 향후 본격 만나게 될 협동조합과 노동조합 관계의 시금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 조합이 운동 차원으로 더 가까워지며 애틋하게 챙기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싹틔워 본다.

노동운동하면서 별별 경험을 다 해 봤다. 때로 노사 갈등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고, 또 때로는 노사 갈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거기서 깨달은 독특한 특징 중 하나가 감정 갈등의 문제다. 노사가 각자 요구하는 내용의 측면에서, 차이가 몹시 큰데 갈등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었다. 신뢰였다. 그 반대로 차이가 극히 적은데 회사 망하는 것 안중에 없이 주구장창 갈등하는 경우가 있었다. 회사운영과 생계유지는 뒷전인 채 갈등에 몰두했다. 감정의 골이 더 깊어서였다. 저들을 어떻게든 끝장 보겠다는 감정이 앞섰다. 참으로 황당한 노릇인데, 노든 사든 감정의 동물이라 그런지 의외로 그런 경우가 많았다.

구례에도 감정 갈등이 없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 감정 응어리가 있다면, 양 조합 모두 대범하게 털었으면 한다. 그와 함께 상대방이 원하는 핵심이 무언지 파악하고, 내가 먼저 손 내밀면 어떨까 싶다. 그러면서 내 요구를 상대방에게 설득하면 어떨까 싶다. 서로가 그렇게 한다면, 당장의 갈등을 중장기 상생으로 전환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월 20일이면 한 달 기간이 끝난다. 그 날까지 최종 합의를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기간을 연장해서 상생협약을 체결할 것을 충심으로 제안한다. 협의 기간 중 필요하면 노사관계 연구기관, 협동조합 연구기관이 함께 워크숍을 개최하는 내용도 담았으니, 그것도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적경제운동의 재회에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조합 갈등이 아팠지만 아름다운 사례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라이프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라이프인  webmaster@lifein.news

<저작권자 © 라이프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