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들의 삶과 건강, 환경까지 지키는 발랑곤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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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들의 삶과 건강, 환경까지 지키는 발랑곤바나나
[두레생협 해외연수기③] 민중교역, 우리가 세계와 함께 걸어가야 할 길
  • 2018.05.10 14:19
  • by 박미나 춘천두레생협 상무이사

연수 일정 중 우리는 필리핀 다마(DAMMA)공동체 생산자들과 요리를 통한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했다. 교류회를 진행하던 중 음식교류행사에서 우리를 위해 생산분들이 마련해주신 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통째로 바싹하게 튀긴 생선요리가 그것인데, 우리나라 붕어와 비슷하게 생긴 민물고기인 탈라피아라는 이름의 그 생선은 두레생협 네그로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자동양수시설 확충 사업의 결과물이었다.

네그로스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자동양수시설

다마공동체의 자동양수시설은 전기나 석유에 의한 인위적인 에너지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오직 자연의 힘으로만 강물을 끌어올리는 원리로 생산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물이 잘 빠지는 화산섬의 특성 때문에 자동양수시설은 생산자들이 소를 키우고 여타 다른 작물을 기르는 데 매우 유용했다. 또한 엘리뇨 같은 극심한 가뭄과 기상이변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다마공동체는 자동양수시설 외에도 유기농 사탕수수, 유기농 비료 등을 생산하면서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더욱 지속가능한 생산과 발전을 모색하며 미래를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다. 특히 다마공동체의 다니엘 의장님의 “우리는 두레생협의 해외 생산자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뇌리에 깊이 남았다. 마스코바도를 생산하는 생산자라고만 생각했지 두레생협의 생산자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다니엘 의장님의 이 한 마디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다마공동체 다니엘 의장이 자동양수시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는 발랑곤바나나 파탁(PATAC)이라는 생산자 공동체의 한 농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그동안 우리가 방문했던 마을공동체 생산지와는 달리 해발이 높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곳의 생산자는 관행농업으로 농사를 시작하였으나 자신의 건강과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것을 경험하고는 유기농업으로 전환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발랑곤 바나나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일본생협에서 지속적으로 수입하고 있고, 두레생협도 2017년부터 민중교역으로 수입하고 있다. 바나나가 나무가 아닌 다년생 풀이기 때문에 나무처럼 매년 열매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 한 줄기의 풀이 거대하게 자라서 열매를 맺고 수확하고나면 그 줄기는 소멸하고 다음 줄기가 자라 열매를 맺는다. 특히 이곳 발랑곤바나나는 플랜테이션으로 재배되는 바나나와 다르게 야생에서 자연에 가깝게 재배되는 토착재래종으로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생산자의 수고가 만만치 않다. 직접 재배환경과 과정을 확인하고나니 조합원들이 발랑곤바나나를 모양이나 가격을 보고 판단하지 않도록 민중교역 생활재의 의미를 잘 전달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성인 2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무거운 발랑곤바나나를 생산자들은 대부분 어깨에 이거나 지게를 이용하는데, 두레생협 민중교역 프로젝트로 카라바오(물소)를 지원받아 발랑곤바나나를 옮기기도 한다.

이번 연수는 두레생협의 민중교역 활동과 기금 사업이 생산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조합원들이 마련한 마스코바도 500g 한봉지에 100원, 발랑곤바나나 1kg에 100원이 모여서 빈곤에 처해 있는 생산자들을 돕고, 그들이 자기 자신과 환경, 바다 건너 한국의 소비자들을 위해 자연을 살리는 농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합원들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두레생협 생활재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처럼 우리의 작은 참여와 지지가 두레라는 공동체 안에서 만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는 모습도 보았다. 민중교역은 이제 우리가 세계와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민중교역에 뜻을 같이 하여 공동체가 세계화될 수 있도록 다시 돌아온 우리의 자리에서 책임과 소임을 다 해야겠다.

직원연수 당시 발랑곤바나나 생산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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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나 춘천두레생협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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