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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팀장이 하면 안전업무, 승무원이 하면?철도공사, 외주위탁 합법화 위해 모든 안전업무에서 승무원 배제

"속이 터진다. 집회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오늘이 며칠 차 투쟁일까?’ 계산하는 게 습관이 됐다. 오늘이 4422일 차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날짜에 ‘무슨 기념일을 챙기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으면서도 ‘지난 세월을 어떻게 보냈나’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숫자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KTX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5월9일 KTX해고승무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했다.

청와대 행정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고 온 김승하 지부장(KTX열차승무지부)이 발언을 시작한다. 2006년 3월부터 시작한 KTX해고승무원 투쟁은 12년을 넘겨 13년으로 접어들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고 새로 온 사장이라 사실 많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대답은 여전히 똑같다. 좌절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 실망감이 크다. 철도공사는 2015년 대법판결 가지고 아직도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그때 생명안전업무를 인정하고 직접고용 하겠다. 철도안전법에 보면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안전담당은 아닌데 책임만 떠넘기는 모순적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누가 만들었나. 바로 철도공사다! 2006년 철도공사는 승무업무의 외주위탁을 합법화하기 위해 모든 안전업무에서 승무원을 배제시켰고 서비스 담당으로 만들어버렸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나서 안전업무가 주목받자 2015년 7월 철도안전법을 바꿔서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안전업무 담당은 아니라고 하면서 책임만 묻는 모순적 상황을 본인들(철도공사)이 만들어 놓고서 법이 바뀌면 직접고용 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나? 법 개정 자체가 스스로 불법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순적 상황을 만든 철도공사는 이를 빨리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2018년 2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으로 부임한 오영식 사장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KTX해고승무원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 ‘법률이 미비하다, 청와대가 안 된다고 한다, 전문가집단이 생명안전업무 담당이라고 공식화하지 않았다’ 등이 핑계이다.

지난 3월15일에 열린 KTX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오영식 사장은 KTX 승무원을 생명안전업무로 인정하는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개정된 철도안전법에는 ‘철도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고 철도차량의 운전업무 종사자와 여객 승무원은 철도사고 등의 현장을 이탈해서는 안 되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후속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도 KTX 승무원에게 안전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철도공사는 ‘승무원은 안전업무를 하지 않고 다만 안내업무만 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회견 마지막, KTX해고승무원과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들리도록 청와대를 향해 "약속을 지켜달라"고 외쳤다.

“지난해 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도노동조합을 방문해서 한 말이 있다. KTX승무업무는 생명안전과 관련된 업무다. 이 업무는 직접고용 해야 하고 해고승무원들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와서 서로가 핑계를 대며 좀 더 기다려봐라, 생명안전업무라고 하기에는 법적조치가 미비하다고 얘기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은 약속했던 사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을 존중하겠다, 철도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진정임을 증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선박, 자동차, 철도, 항공기 등 여객운송사업 및 해당 분야에서의 정비와 승무업무 등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도록 할 것이라는 답변을 철도노조에 보냈다. 또한 정책협약서를 통해 2006년에 해고된 KTX여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위 사항을 재확인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에게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며칠 전 ‘청와대에서 안 된다고 했다’는 오 사장의 말을 청와대 담당 비서관에게 확인했다. 청와대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다. 도대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가관이다.”

양한웅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숨만 나오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전문가 집단의 행태를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노조 쪽이나 승무원들을 만나면 KTX승무원이 생명안전업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말을 못 하겠다고 한다. 급기야 노사가 합의하면 생명안전업무가 맞다고 한다. 전문가 집단은 정말 비겁하다. 당당하게 생명안전업무가 맞고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말하면 되지 왜 공식적으로 말을 못 하나. 전문가 집단은 뭐 하는 집단인가.”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생명안전업무라고 공식화하지 않으니 철도공사는 계속해서 KTX승무원은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라고 반복하고 있다. 대책위는 철도공사의 이런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며,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5월9일 KTX해고승무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한 대책위는 ‘생각을 달리해야겠다’ 싶어서 기자회견도 청와대 앞에서 했다고 한다. 그동안 힘겹게 싸워왔고 더는 싸우고 싶지 않지만, 질리도록 한번 싸워보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KTX해고승무원들.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경용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은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것처럼 KTX해고승무원이 직접고용 되는 그날까지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경 기자  jjkong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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