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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코바도, 100원의 기적[두레생협 해외연수기②] 초콜릿에는 빈투바(Bean to Bar)가 있다면 설탕엔 마스코바도가 있다!
  • 춘천두레생협 박미나 상무이사
  • 승인 2018.05.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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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여의 비포장 시골길을 달려 사탕수수와 발랑곤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는 핍파 공동체 마을에 도착하였다. 네그로스 바르크(BARC) 프로젝트(기후변화와 정치/경제적 상황에서의 자립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네그로스 지역의 2차 생산지 개발프로젝트) 중 카라바오(Carabao, 물소) 확산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마을의 모습은 꼭 40년 전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살았던 우리의 농촌 마을과 비슷하였다.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집에는 닭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어린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우리를 지켜보았다.

이어서 필리핀 생산자분들이 직접 마련해주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8명의 아이를 키우는 작은 체구의 싱글맘 유디트의 이야기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생산자 유디트는 10km 거리에 있는 산 중턱 밭에서 사탕수수와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농작물을 옮기기 위한 카라바오(물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값이 비싸 살 엄두도 낼 수 없었던 카라바오를 두레생협 바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었음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생산자 유디트와 함께
생산자들은 카라바오(물소) 덕분에 무거운 농작물을 보다 수월하게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유디트는 이야기하는 내내 울먹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고단했을 삶과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마스코바도 500g 한 봉지에 포함된 100원의 민중교역 기금이 모여서 생산자의 삶을 변화시키고 자립을 일구게 하는 지금의 기적 같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생활재의 품질에 집착하느라 정작 조합원들과 함께 민중교역의 의미를 되새기지 못했던 지난날 나의 태도가 그녀에게 미안했고 또한 반성이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마스코바도의 전통적인 제조방식과 포장, 그리고 품질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하여 마스코바도 가공공장을 방문하였다. 가공공장은 현재 사무국을 제외한 정규직 100여 명의 직원들이 주 6일 근무를 하고 있는데, 연중 우기인 2개월을 제외하고는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직원들의 임금수준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 편이고 일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 또한 높아 보였다.

가공공장에 들어서니 직원들의 위생관리뿐 아니라 방문자의 위생관리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사탕수수는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확 후 5시간 이내에 공장에 입고하여 바로 압착기로 즙을 짜낸다. 이후 전체 스테인레스로 제작된 안전한 용기에 오랜 시간 끓이고 정화하여 불순물과 침전물을 제거하고 넓은 판에 부어 젓는 과정을 거치면 갈색의 마스코바도 결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스코바도는 아직 기계화가 되지 않아 일일이 직원들의 손을 거쳐 포장되는데, 봉투에 담고 중량을 체크하고 밀봉한 후 금속을 탐지하는 기계에 통과시키며 혹시 모를 마지막 점검도 철저히 하였다.

사탕수수를 압착기로 즙을 짜내 오래동안 끊이면 갈색 마스코바도 결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공공장을 둘러보고나니 마스코바도의 제조 과정은 사실 매우 단순해 보였다. 그러나 마스코바도가 고된 노동의 상징인 ‘근육’이라는 스페인 말에서 유래했듯이 오직 섞고 저어주는 이의 노동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니 필리핀 생산자들의 노력과 수고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설탕의 달콤함은 단지 잘 익은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제조과정 이면에 숨겨진 많은 생산자들의 땀방울과 노고가 마스코바도의 달콤함을 더욱 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분들의 수고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춘천두레생협 박미나 상무이사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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