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보, 사회적금융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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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보, 사회적금융의 마르지 않는 저수지 되겠다
신용보증기금 박학양 이사 인터뷰
  • 2018.04.27 15:21
  • by 공정경

따뜻한 금융시대가 출발했다. 따뜻한 금융, 사회적금융 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기반금융의 역할이 크다. 도매기금인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금이 마르지 않고 중개기관을 통해 현장까지 도달하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사회적금융의 기반을 닦는 일에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의 역할이 크다. 신보는 기금이 마르지 않도록 신용보증을 통해 사회적경제영역에 신용창출 효과를 내는 역할과 사회적금융협의회 소속기관이 보유한 사회적경제기업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DB 구축을 추진 중이다. (사회적금융협의회 소속기관 : 신보, 서민금융진흥원, 지역신용보증재단,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성장금융, 한국벤처투자,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신보는 올 2월 사회적경제 전담 지원조직을 신설했다. 본부에 1개 사회적경제기획팀과 전국 8개 영업본부에 사회적경제팀을 만들어 제도기획, 상품개발, 보증, 컨설팅 등을 전담한다. 신보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 시 재무여건이 취약한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일반 기업과 달리 재무 항목 심사를 제외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별로 그 특성에 맞게 사회적가치를 반영한 평가·심사체계를 구축했다.

사회적금융 생태계 밑그림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지난 19일 라이프인 송경용 발행인이 신보 박학양 이사와 대담을 나눴다.

신용보증기금 박학양 이사는 사회적경제에 가뭄이 들든 홍수가 나든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하도록 사회적금융의 저수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그동안 금융이 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업경제가 고도화되면서 금융이 더 중요해지고 영향력도 훨씬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신뢰도는 오히려 더 추락했다. 그 원인이 사회의 지속가능성보다 금융기관 자체의 지속가능성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약탈적 금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반적인 금융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도매기금인 ‘사회가치기금’이 조성되고 사회적금융이라는 새로운 금융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사회적금융에서 신보의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은 혈맥이라고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가 통해야 하는데 사실 잘 통하지 않는 곳들이 있다. 신보의 역할은 피가 잘 안 통하는 쪽 즉, 시장실패영역이나 금융소외영역에 피가 잘 돌도록 하는 것이다. 리스크가 높고 재무적 성과가 없는 기업은 리스크 관리 상 금융접근성이 떨어진다. 모든 경제주체에게 금융은 중요하다. 그야말로 혈맥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은행 입장에서 볼 때 돈이 안 된다. 신용상태를 파악하려면 정보수집 등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들인 비용에 비해 수익이 작고 디폴트(채무불이행) 확률도 높다. 일반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잘 안 해주니까 오죽하면 ‘국가가 보증해줄 테니 대출해줘라’ 해서 만든 게 신보다.

일반은행은 신용창출 효과가 있다. 예금주의 예금으로 10배 정도 대출해준다. 사회적경제영역은 기초자금이 없기 때문에 신용창출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신용보증이라는 정책수단을 통하면 사회적경제 영역도 10배 정도 신용창출을 할 수 있다. 사회가치기금이 조성됐을 때 그 기금을 직접 사용하게 되면 금방 소진된다. 회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금을 계속 늘려나가기도 어렵다. 기금규모가 넉넉하지 않을 초기에 신보의 신용보증을 통해서 신용창출 기능을 활용하면 자금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 듯하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해 2022년까지 5000억원 보증지원을 한다. 일반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이 50조라면 사회적경제기업은 그의 1%다. 사회적경제영역이 지금보다 5배, 10배 커진다면 지금보다 많이 늘려서 10%정도까지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영역은 명백한 시장실패영역이고 금융소외영역이다. 신보는 사회적경제에 가뭄이 들든 홍수가 나든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하도록 사회적금융의 저수지 역할을 할 것이다.

- 사회적경제는 시장실패영역의 보완역할도 있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역할도 있다. 개척자로서, 혁신가로서의 역할도 주목하면서 같이 고민하면 좋겠다.

사회적경제영역은 기업 단위의 금융지원도 필요하고 프로젝트 단위의 금융지원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도시재생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다. 이런 영역도 신뢰의 문제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신보의 신용보강을 통하면 얼마든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이 영역에 대해서도 협조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개별 사회적경제주체에 대한 신용보증지원뿐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 임팩트 금융 쪽도 신보가 초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야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외국의 예를 보면 일반금융의 베테랑들이 사회적경제기업이나 혁신적인 중소기업이 사업을 시작할 때 기획 단계부터 경영컨설팅, 금융지원, 성과관리 등을 다 함께한다. 신보가 생긴지 42년 됐는데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경험을 사회화하면 좋겠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나?

사회적경제팀을 만들었다. 대부분 지점장급인 베테랑들이 사회적경제 지원업무를 전담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을 하신 분들이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관리, 경영컨설팅을 겸해서 보증지원도 한다.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에 대한 핵심은 인내자본이라는 점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특성상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기업에 비해 조금 느리긴 하지만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 사회적 가치 평가는 사회적경제조직에만 해당하나? 사회적 가치를 보편화하기 위해서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나?

현재는 사회적경제조직에만 적용한다. 기존의 여성기업, 장애인기업 우대는 사회적 가치라기 보다 약자 배려 차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었다. 한 식품제조업체가 당일 제조해서 팔고 남은 재고를 푸드뱅크에 기부했다. 회사가 잘 되자 재고가 발생을 안했다. 그래서 “재고가 발생을 안 하면 푸드뱅크에 기부하던 것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사장이 “우리 돈으로라도 그만큼을 추가로 만들어 계속 기부하겠다”고 했다. 사실 원가가 그만큼 더 들어가니까 재무평가가 떨어지고 그만큼 신용등급이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런 기업에 대해서 그전에는 재무평가가 떨어지니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장은 손해 보더라도 계속하고 싶다고 했고 결론적으로 그 회사는 더 잘됐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도 이를 꼼꼼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재무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신용평가에 반영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손해 보지 않게 하겠다.

- 사회적금융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중개기관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법제도상의 한계가 있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소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금융기관들과 고리가 없다. 신보는 신용보증기금법에 명시된 은행법에 따른 은행과 특별법에 따른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에만 보증할 수 있다. 신협이 사회적경제에 대출해줄 때 신용보증이 없으니까 신협이 위험을 100% 감수해야 한다. 시중은행도 100% 감수를 못 하는데... 이런 쪽에 신용보증이 들어가야 한다. 보증할 수 있는 길이 아직은 막혀있기 때문에 신협, 새마을금고와 협약 또는 정부의 지침을 통해 신보가 보증해줄 수 있는 기관으로 들어와야 제대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개기관도 마찬가지다. 신보가 보증해 줄 수 있도록 보증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포괄적으로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신보가 투자할 수 있는 규모가 연간 400억원 정도인데 반은 스타트업 기업에 한다. 현재는 사회적경제영역에 투자를 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이쪽으로도 할 예정이다. 중개기관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중개기관을 기업으로 보고 초기투자도 할 수 있다. 자본금 1~2억원으로 많은 펀드를 모으기는 어렵다.

중개기관과 상관없지만, 6월에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유동화회사보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유동화회사보증도 보증의 한 형태인데, 일반보증은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보증해 주는 것이고 유동화회사보증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보에서 지원하는 보증제도다. 쉽게 말해 기업이 회사채를 팔아 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때 채권을 사는 입장에서는 회사채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신보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사회적경제기업들도 직접 금융시장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유동화회사보증 규모는 50~100억원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 신보에서 일하는 동안 어떤 점이 보람 있었나?

1988년에 입사해서 올해로 딱 30년째다. 신보는 경제가 안 좋을 때 빛을 내는 기관이다. IMF 직후 시중은행들이 디폴트 나기 직전에 신보가 은행을 보증해줬다. 덕분에 은행들이 다시 살아났다. 글로벌금융위기 때도 한계기업들이 무너질 때 긴급 수혈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위기를 빨리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중소기업이 다시 일어서는데 함께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현재 신보가 보증하고 있는 기업이 23만개인데, 42년이면 그동안 몇 개나 되겠나. 중소기업의 흥망성쇠는 신보의 역사에 다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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