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마을과 슈마허, 슈타이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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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마을과 슈마허, 슈타이너의 힘
[한살림 해외기획연수] 오랜 문명과 숲이 함께 공존하는 곳에서 배우는 전환(轉換)
  • 2018.04.23 18:53
  • by 한살림 활동가모임 ‘광데렐라’

유쾌한 활동가들의 모임 한살림‘광데렐라’가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며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영국 데번주의 토트네스로 떠났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트랜지션(Transition)은 점프와 스텝, 점프와 점프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을 의미하듯 ‘전환’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연결하여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인구 8만 5천 명의 시골 마을 토트네스는 지역과 주민을 어떻게 연결되고 있을까? 내가 사는 곳의 문제를 내가 아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전환(轉換)한 ‘토트네스’를 ‘광데렐라’의 방문기를 통해 소개한다.

하나, 토트네스에서 한살림의 ‘오랜된 미래’를 만나다.
둘, 토트네스! 전환(轉換)의 뼈대를 세우는 단체들을 만나다.
셋, 전환(轉換)생태계를 만드는 재미있는 프로젝트
넷, 지역과 함께 하는 농업, 그리고 농장들
다섯, 자연주의 마을과 슈마허, 슈타이너의 힘
여섯, 전환마을은 일상이 전환이다.
일곱, 지역에서 ‘토트네스’를 꿈꾸다.

시내를 벗어나 남부 데본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다. 오래된 나무와 오솔길을 끼고 도는 강이 토트네스의 가을을 잘 담아내고 있다. 높은 건물이 하나도 없는 시골풍경이 부럽다. 양들이 뛰어 놀고 있는 언덕의 들판이 멀리서 보면 멋지지만 저곳은 온통 똥밭이라는 말에 한바탕 웃었다.

자연주의 마을의 상징이 된 영국귀족의 성 ‘Dartington hall’

자연주의 마을은 멀리 있었다. 거리상으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이 떠오르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자연주의 마을, ‘Dartington hall’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었다. 슈마허컬리지와 슈타이너학교를 가보겠다고 했을 때 투어매니저 ‘할’이 함께 둘러보기를 추천한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눈에 보인 것은 오랜 세월을 안고 있는 회색빛의 아름다운 성 이었다. 지금은 저렇게 멋지지만 한 때는 사람이 아닌 가축들이 살았던 사연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Dartington hall’ 전경

“중세시대 때 성을 갖고 있던 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사람은 한쪽 귀퉁이에 살게 되고 대부분의 성 안엔 가축들이 살게 되면서 성이 점점 망가져 가게 되었다. 미국의 대부호 ‘도로시’가 구입 해 복원시켰다. 지금은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유명한 음악가들이 1개월 씩 머물면서 콘서트, 뮤직스쿨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도로시’는 부모에게 받은 재산도 많았지만 첫 번째 남편으로부터 받은 유산도 많았다고 한다. 엎친데 덮치는게 돈이라니! 참으로 부러운 여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돈 많은 것이 좋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부의 축척과정에 대한 편치 않은 마음을 갖고 있던 ‘도로시’는 물려받은 돈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 했다. 그 꿈은 두 번째 남편인 영국인 ‘엘름허스트’와 결혼하면서 이루어진다. ‘엘름허스트’는 인도에 가서 ‘타고르’에게 공부를 하면서 자연주의에 관심을 갖고 영감을 많이 받았다.

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도로시’ 동상이다.

‘도로시’의 돈과 ‘엘름허스트’의 자연주의적 아이디어가 만나 Dartington 지역의 땅을 구입해 전통적인 농업양식 기술에 모던기술을 겸비한 농업, 예술, 공예 등을 발전시켰고 땅을 중심으로 한 전인적인 교육이 시작되었다. 마을을 만들던 1920년대 ‘타고르’가 직접 Dartington을 방문해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도 인도사람들이 고향이 그리울 때엔 Dartington을 방문하기도 한다. 인도의 문화를 토트네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요가, 붓다 상, 만다라 그리고 이곳 자연주의 마을인 Dartington.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선두에서 제국주의의 깃발을 들었으며 자본주의의 종주국쯤 되는 영국에서 최초의 협동조합이 생겼고 ‘전환마을’을 세계 최초로 선포한 토트네스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Dartington 마을에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우리는 토트네스에서 무엇을 찾고 싶은걸까?

“전환마을이 왜 토트네스에서 진행되었을까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Dartington은 토트네스 변방지역이다. 땅을 소중히 하는 자연주의 사상이 계속 이어져 오는 것이 ’전환‘의 한 뿌리라고 생각한다. 엘름허스트와 도로시는 죽었지만 그들의 뜻대로 성과 마을은 신탁 형식으로 운영하고 돈 버는 일에 사용하지 않는다. 부부가 가졌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애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몇 년 전 지나가면서 현재 어려운 격동의 시기지만 전환마을에서 ’다팅턴 프로젝트‘에 많은 것을 서포트 하고 있다. 자연주의 정신을 살리려고.”

Dartington hall 뒤 정원에서 단체사진 한 컷!

슈마허컬리지의 ‘Small Is Beautiful’

‘슈마허컬리지’로 가는 길은 인간의 오랜 문명과 숲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오래된 작은 건물 앞에 부드러움과 장난기 있는 눈을 가진 ‘Jonathn Dawson’교수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방으로 들어가자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한잔으로 조나단 교수와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에코경제학자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2016년 2월 한국의 DMZ를 방문했을 때 너무 추웠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하는 ‘Jonathn Dawson’ 교수

“슈마허컬리지는 27년 되었다. 특별한 교육이념을 갖고 있다. 페다고지(민중교육론) 교육이념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곳에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생태이코노믹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은 시장경제이론을 갖고 자연에 접목시킨다. 이곳에서는 반대로 생태학에서 일어나는 원리를 경제학에 적용해간다. 경제학은 돈의 흐름이 중요하다. 돈의 흐름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하는가 고민 끝에 숲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숲에서 답을 찾아보자 생각하면서 이 학과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의 커리큘럼이 독특하다.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가격, 공급, 수요가 결정된다. 실제로 생태계는 어떻게 생존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생태계는 약간의 경쟁이 있지만 대부분 협력하면서 공존하고 있다. 한살림 웹사이트를 보았을 때 협력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살림은 사람들의 공존하는 방법들 속에서 생태계와도 공존하면서 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한살림 얘기를 해서 반가웠다. 실제로 생태경제학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한살림선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살림선언이 나온 지 30년. 선배들의 고민의 깊이를 먼 영국에서 느끼다니. 독특한 커리큘럼을 담는 그릇은 어떨까? 슈마허의 전인적인 교육체계는 매력적이다.

“현대교육은 하나의 이념이 지배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들은 가르치고 학생들은 듣고, 학생들의 빈 양동이에 선생님이 계속 집어넣어 준다. 우리는 그것이 교육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보다 참여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슈마허컬리지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부분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더니 지금 우리 만남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거라고 하면서 웃는다.

“학교 자체가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계속해서 토트네스 전환마을과 소통을 하고 있고 마을 프로젝트에 학생들이 많은 부분 같이 하고 있다. 수요일 저녁엔 지역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하고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반다나시바, 헬레나 호지 등) 학교의 마스터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지역 사람들에게 가르치기도 하고 의견을 나눈다. 또 데본지역에서 얼마나 경제적으로 유연성을 갖는지 연구하는 것들을 교류하고 있다.”

조나단과 이야기를 나눈 후 학교 뒤 숲을 둘러보았다. 정말 멋진 숲이다. 원시림처럼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는 닭장에 갇히지 않은 닭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간혹 텐트가 보였다. 학생들이 때때로 들어와 명상을 한다고 한다. 슈마허컬리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학생들의 내적전환 프로그램이다. 생태를 이론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슈마허의 진짜 힘일 것 같았다. 지식교육이 아닌 것.

슈마허학교 뒤 숲에서 바라다 보이는 학교 건물 모습

작은 것이 아름답다!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대학의 모습이 새롭다. 또한, 교육방식도 자연에서 모든 것을 찾으려는 생각과 실천이 부럽다. 머리와 가슴, 손이 연결되는 실천적이고 몸으로 움직이는 그런 교육을 꿈꾼다.

치유와 청지기의 삶 Steiner School

학교부지가 넓고 숲을 끼고 있었다. 어디나 숲이 있는 것이 참 좋다. 인지학자 슈타이너의 교육이념으로 학교가 세워졌다. 슈타이너 학교의 특징은 각 나라마다 고유의 자기 문화 안에서 커리귤럼을 만든다. 획일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3세에서 18세까지 아이들이 자연에서 충분히 뛰어 논다. 현재 250명의 아이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청지기적인 마인드. 자연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슈타이너스쿨을 선택한 학부모가 대부분이다. 수업은 교실 밖에서 많이 이뤄진다.“

아이들이 직접 일구고 농사짓는 텃밭

아이들 발달단계에 따른 교육을 하고 있었다. 유치원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농기구를 자연스럽게 갖고 노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초등3학년 아이들(9세)은 가든에 작물을 경작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쟁기를 이용해 땅을 뒤집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7학년은 각자에게 할당되는 땅이 있어 사업적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목적의 일환으로 채소를 재배해 부모한테 판매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주간 토요일에 ‘Fundraising‘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학교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 학부모,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 되어 행사를 준비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재정적으로는 안정되지만 대신 간섭을 받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학교의 기금을 만들고 운영비를 절약하기 위해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볼론티어로 참여를 많이 하고 있단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다르지 않다 싶으니 남 일 같지 않은 안타까움이 들었다.

“아이들은 한 반에서 졸업할 때까지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서로 가족처럼 연결되고 있다. 졸업 후 자선단체, NGO그룹, 적십자 등에서 일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외부에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이곳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엄마 아빠가 졸업하고 그 자녀들이 다시 입학한다.”

안내를 해주었던 ‘캐시’도 슈타이너스쿨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토트네스로 이사했다고 한다. 학교는 전환마을의 토대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부모들이 지역에서 함께 살며 학교와 마을을 잇고 졸업생이 다시 돌아와 전환마을의 구성원이 된다. 학교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화된 슈타이너의 철학이 전환마을의 한 축이 되는 과정으로 순환하는 것.

전환은 일상이다. 삶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슈타이너 학교와 학부모들의 모습에서 다시 확인한다. 일상이 전환인 구체적인 이야기를 다음호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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