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과로자살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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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 과로자살 무엇이 문제인가?
과로사 현장 증언 & 과로사 과로자살 근절 정부대책, 무엇이 필요한가?
  • 2018.04.19 10:41
  • by 이진백 기자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7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노동자들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달, 미국보다 1달, 독일보다는 4달 더 일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2015년)에 따르면 주(週) 40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은 1,042만명(54.2%)이고,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345만 명(17.9%)에 이른다. 또한 과로사 기준이 주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도 113만 명(5.9%)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초과 근무도 주당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운송관련 서비스업과 보건업 등 26개 업종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하면 무제한 노동이 가능하다. 

지난 2월 28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으며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전체 산업에서 60%, 전체노동자의 40%가 근로기준법 59조에 포함 돼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린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므로 반드시 개정되거나 폐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국회도서관 4층회의실에서 '과로사 현장 증언 & 과로사‧과로자살 근절 정부대책,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특례 사업장 현장 증언(버스, 병원, 택시, 항공운송) ▲포괄임금제 사업장 현장 증언(건설, IT업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택시, 버스, 항공지상조업, 건설, 보건, 교육 분야 노동자들이 모두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에 속해 무제한 연장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근로기준법 59조는 이 법에 정한 특정업종에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주(週)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조항이다. 

이들은 근로기준법 59조가 근로자는 과로사로 시민은 교통사고와 의료사고로 내몰고 있다며 특례업종 전면 폐지를 촉구했다. 

전산업 중 가장 열악한 장시간 노동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택시는 2017년 기준 일평균 12.3시간, 월평균 250.2시간으로 이는 모든 산업의 월평균 근로시간인 177시간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택시의 경우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분류돼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시간을 줄여서 계산해서 최저임금 적용을 회피하고 있다"며 "택시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가능업종으로 구분하여 포괄임금적용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안전위해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필요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민주버스협의회 소속 사업장 버스 노동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3122시간으로 이는 2015년 전국평균 노동시간인 2228시간보다 900시간이나 초과한 시간이다. 버스사고는 쉬는시간 없는 장시간 노동과 졸음운전에서 생기는 참사"라며 "버스 기사들의 안전이 곧 시민의 안전"이라 말했다.

비행기 스케쥴에 저당 잡힌 삶

김진영 샤프항공지부 지부장은 "특정한 교대패턴이 없어 공항지상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항공기 스케쥴에 따라 과도한 업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게 지상조업체 노동자"라며 "우리는 59조 특례에 속한 사업장이라 한 번 출근하면 컨테이너 박스에서 3일 쪽잠을 자고 4일째야 집에갈 수 있다"며 지상조업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증언했다. 

포괄임금 근로계약은 폐지

이호성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조직부장은 "대다수 건설노동자들이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결과 다른 업종에 비해 산재사고 빈도가 매우 높은게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포괄임금근로계약을 금지하도록 하고 건설현장에서 포괄임금근로계약을 합법화시키고 있는 현행 지침을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특례 유지는 죽을 때 까지 일하라는 것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병원에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을만큼 장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준수되지 않고 일상적인 연장근로가 관례화 되어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지난 2016년 한해동안 업무상 재해 및 질병 경험률이 평균 70%에 가까울 만큼 병원노동자의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짜야근 노예계약서

박준도 '노동자의 미래' 정책기획팀장은 최근 한 IT 업체에 근무하다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웹디자이너 장 모 씨 사건의 원인을 과로로 인한 우울증 악화라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숨진 웹디자이너의 2015년 연봉계약서에는 월간 연장근로 69시간, 야간근로 29시간이라고 돼 있었고, 2017년에도 연장근로 52시간 야간근로 12시간으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달 69시간의 연장근로는 주당 연장근로 16시간을 예정한 것"이라며 "연장노동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사라졌고, 연장근로 제한은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괄근로계약에서 제수당 임금항목의 실제 의미는 연장 근로수당이라기 보다는 임금 구성비를 조정하기 위한 기타항목에 불과하다"며 "연장근로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한 술책"이라고 평가했다. 

업무상 과로와 자살 사이에는 어떤 인과 관계가 있을까? 게임업계 직원과 교육업체 근로자의 과로사, 과로자살 문제가 불거지면서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 과로자살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과로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994명이다. 이는 연 평균 332명 수준이다. 하루에 한 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숨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과로'라는 단어는 없다.

신창현 의원(더불어 민주당)은 지난해 3월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로사 방지법)'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은 현행 산재법에서 과로로 인한 사망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있던 것을 '과로사'라는 표현으로 명시하고 과로사로 인한 자살 역시 과로사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과로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국가의 책무를 법 규정에 명문화했다.

이정미 의원(정의당)도 지난해 5월 '과로사 예방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과로사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 직업성 질환의 진단 및 예방, 발생 원인의 규명을 위한 직업성 질환 역학조사 대상 사업장이 가능해진다.

민주노총과 과로사OUT대책위원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이용득·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정미 의원(정의당)이 공동으로 17일 국회도서관 4층회의실에서 '과로사 현장 증언 & 과로사‧과로자살 근절 정부대책,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으로 나서 진행을 맡았다. 또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과로사, 과로자살 노동자 건강권 위협 실태'란 제목으로,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가 '장시간노동 개선과제'란 주제로 발제했고,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민주노총), 한인임 사무국장(과로사 예방센터), 황효정 근로기준혁신팀장(고용노동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직업환경의학을 연구하는 교수와 변호사, 노동계 관계자, 정부 관계자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해 과로사회의 원인을 진단하고 노동자의 과로사와 과로자살에 관한 노동계와 정부(고용노동부)의 예방 대책에 관해 논의했다. 

첫 발제에 나선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보건대학원)는 일본에서는 이미 2014년에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은 과로사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함께 10년 가까이 활동을 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소개하며 "산업안전보건법 24조(보건조치)에 업무상 스트레스·과로사 등에 대한 예방을 별도 조항으로 신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과로사 방지를 위한 기본계획을 세워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하고, 과로사나 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로사 등 방지에 대한 제정법의 원칙’으로 ▲근로기준, 산업안전보건, 국민건강증진, 교육 등 협력이 가능 ▲적용대상을 전체 경제활동인구와 예정인 학생들까지 포함 ▲관할은 고용노동부로 하되, 국무회의에서 의결 ▲백서 발간해 민간에 공개 ▲과로사나 과로자살 추정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 법적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어 발제를 진행한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문제는 어느 하나의 법제도 개정이나 정부의 일시적 캠페인으로 개선될 수 없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자는 낮보다 밤에 심야노동을 시키는 것이 이득인 '통상임금 마법'에 걸려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사고발생 위험성이 증대됨에도 낮보다 적은 대가를 받고 밤 근무, 초과근무를 하게 된다"면서 ▲광범위한 근로기준법 근로시간 예외조항 ▲정부의 방치와 조장 ▲낡은 교대제 근무 ▲근로시간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사용자의 탈법행위 '포괄임금제' ▲신규채용보다는 기존 정규직 고혈 짜내기 ▲사회 안전망의 부재 등 사회구조적 문제를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포괄임금제 문제와 관련해 "포괄임금제를 지금 당장 전면 금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일정한 계도기간을 거쳐시행하면 된다"며 "그것도 안된다면, 현재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하는 기준만이라도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한인임 과로사예방센터 사무국장은 "서비스업이 거의 없었던 1961년 서비스업 위주로 도입된 노동시간 특례제도가 서비스업이 취업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특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무국장은 ▲문제가 된 사업장에 대한 감독 확대 강화 ▲각 사업장이 매월 또는 분기별로 노동시간을 보고하는 제도 도입 ▲노동시간 규제 대상이 아닌 업종과 규모 사업장 노동자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사업주 보호조치 강화 등을 변화된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제시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자 노동자에게 공짜 노동까지 강요하는 대표적인 제도인 포괄임금제를 없애야 한다"며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단축이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으로 이어지려면 일본처럼 과로사 발생 사업장 감독·명단공표·처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추락사망에 대한 산재 인정은 95%이고 법제도가 강화돼 있지만 과로사나 과로자살은 기업의 살인임에도 무대책 상황"이라면서 ▲과로사, 과로자살 발생 사업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로기준법 개정과 각종 지침 개정 필요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근로 감독행정의 개선대책 마련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등 보완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황효정 고용노동부 근로기준혁신팀장은 "5년 이상의 논의 끝에 합의한 법안이기 때문에 나름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휴일근로 할증 시행,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 법정근로시간보다 단축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에 관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실태를 들여다 볼 것이고 개선방안을 마련 정부의 종합적인 대책이 5월 중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팀장은 "5인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적용 문제는 오랫동안 인식되고 검토 중인 사안으로 단기간에 정부의 결단만으로 안 되는 문제이고, 관련 연구나 노사 간의 논의 진전이 있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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