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온 길, 함께 가야 할 길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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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온 길, 함께 가야 할 길 -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인권재단 사람 소장)
  • 2018.04.12 15:54
  • by 라이프인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올해 4주기에는 미루어왔던 합동영결식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갖는다. 영결식 이후에는 분향소도 철거된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4.16 생명안전공원’은 안산 화랑유원지에 만들기로 했으나, 아직은 몇 년 더 걸려야 한다. 지방자치 선거 결과로 만약 야당 쪽에서 안산시장을 잡게 된다면 이 공원 추진은 난항에 부닥칠 수도 있다. 지금 안산은 이 공원의 추진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4주기 전후로 달라지는 상황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할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2기특조위)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를 책임진 선체조사위원회는 선체를 직립(直立)시키는 역할을 하고 오는 8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치게 된다. 그 뒤를 2기특조위가 이어받아서 2년 동안 조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2기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도 함께 펼쳐야 하기 때문에 인력과 기간에서 충분하지는 않다. 다만 이전 정부 때와는 달리 진상규명 활동에 정부 차원의 방해는 없을 것이라서 2기특조위가 법률상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맡은 바 역할을 해내야 한다.

2기특조위의 역할 중에는 1기특조위 때와 마찬가지로 안전사회 종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종합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안전진단을 한 위에 위험요소들을 제거하고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서 그 의미가 꽤나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이 안전의식은 높아졌지만, 세월호 참사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위험사회에 살고 있으니 제대로 된 보고서가 나온다면 향후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들이 전개되는 중에 ‘생명·안전·약속’을 모토로 내건 4.16재단이 5월 12일 창립된다. 피해자구제·지원특별법에 의해서 국무총리실에서 4.16재단을 선정하게 되어 있고, 추모공원의 운영 등 추모사업, 안전문화 확산, 피해자의 치유와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서 4.16재단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4.16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4.16세대의 꿈을 응원하고 키워가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들이 결집한 4.16가족협의회, 4.16운동을 시민운동으로 확대, 발전시켜가는 4.16연대, 안전사회운동을 전담하는 ‘생명안전 시민넷’이 상호 보완을 해가면서 활동을 전개한다. 이런 활동들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4.16재단이 지원하고 연결해주게 되면, 4.16운동을 위한 기본 체계는 갖추어지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시작점에 서기까지

이렇게 되기까지 지난 4년 동안 쉽지 않을 길을 함께 걸어왔다. 초기의 한 사람이라도 살아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노란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한 명도 구조되지 않았고, 그 참사 현장에서 국가는 구조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속이고 고통을 가하는 가해자였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는 번번이 차벽과 경찰 물대포와 캡사이신으로 막혔다. 지난해 3월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되기까지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같이 울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싸웠다. “4.16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은 전국의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그리고 해외에서도 지속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흩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가족들이나 시민들은 정권의 탄압 속에도 굴하지 않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왔다. 수차례의 행진, 농성, 삭발, 단식 등 안 해 본 게 없다는 유가족들은 이제 활동가가 다 되었다.

그렇지만 걱정이다. 합동영결식이 끝나면 사람들은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겨우니깐 그만하자고 하던 사람들이 앞장서서 세월호는 이미 다 끝난 일로 만들려고 할 것인데 그게 걱정이다. 사실 이제야 시작이고, 이제부터 제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번 2기특조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1기특조위는 박근혜 정부의 지독한 방해로 조사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이제 2기특조위가 선체조사위의 조사결과까지 이어받아서 제대로 조사해내야 한다. 그런데 2기특조위도 만만치 않다. 적폐세력들은 거의 그대로이며, 그들이 순순히 양심 고백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자료는 폐기, 삭제되거나 조작, 은폐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상규명 작업을 진척시키려면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이 식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안전사회운동은 이제 시작점에 섰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제천, 밀양화재참사가 있었고, 여기서도 많은 허점들이 발견되었다. 세월호와 유사한 선박 침몰사고들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수가 줄지 않는다. 타워 크레인 사고 같은 게 이제는 안 일어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화학제품들의 문제, GMO와 같은 먹거리 문제에까지 우리 사회는 아직도 너무도 위험한 사회다.

그래서 우리의 안전사회운동이 중요하다. 마침 4.16연대는 올해부터 안전사회운동을 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키로 결의했고, 곧 탄생하는 4.16재단은 안전사고 예방과 안전문화 확산을 기본 사업으로 삼고 있다. 생명안전 시민넷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안전기본법과 중대재해기본법 제정운동에 4.16연대가 조직적으로 결합하고, 4.16재단이 이를 지원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게 가능하다. 이런 4.16운동의 조직들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가면서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안전사회운동의 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4.16 이후는 달라야 한다

4년, 우리는 함께 걸어왔고, 함께 걸어오면서 많은 성과들을 만들어냈다. 이제는 4.16운동의 시즌2다. 업그레이드된 운동이 필요하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운동을 한 축으로, 안전사회운동을 두 번째 축으로,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집요한 노력인 기억운동을 한 축으로 4.16운동은 발전해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세 축의 운동을 맡을 주체의 형성은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4월 16일은 영원한 이별을 위한 합동영결식이 있는 날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약속하는 날이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4.16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희생자 영령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그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과 약속의 날로 4월 16일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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