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하고 고단한 국제협력개발 활동가의 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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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하고 고단한 국제협력개발 활동가의 길 ②
  • 2023.04.06 18:16
  • by 국제개발협력 NGO 캠프 이철용 대표

개발도상국, 거기에서도 빈민촌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NPO, NGO 단체가 있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캠프'도 그중 하나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06년 처음 필리핀으로 가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는 캠프 이철용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국제개발의 어려운 현실을 들여다보고, 묵묵히 활동을 수행하는 그의 사명감을 글로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에서 이어집니다.)

나의 활동의 종착지, 국제개발협력 NGO CAMP

길게 돌아왔습니다. 이제 캠프를 말하겠습니다. 캠프를 시작하며 몇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일 우선이 아니라 현지를 공부하자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제가 이전에 중국 몽골 외국인 근로자 관련 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기에 저는 기관을 떠났습니다. 후배들이 잘 할 수 있도록 후원구조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잘 안되는 겁니다. 얼마 후 축소되거나 문을 닫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을 보며 저 혼자의 열심을 갖고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캠프의 활동은 일이 먼저가 아니라 현지를 배우고 현지인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결국 내가 떠나도 지속될 방법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했던 것이 현지의 좋은 NGO 단체를 찾는 것입니다. NGO 천국에서 좋은 단체를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한번은 소개받은 단체가 자신들의 지역이라고 하면서 현장을 보여주고 이곳에 유치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큰 금액이 아니고 마침 관심을 보이는 후원자가 있어서 타진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관이 무조건 돈을 달라고 합니다. 기본 절차 등 설명 내용들이 증빙이 안 되는데 이것저것 변명을 대며 무조건 송금부터 요청합니다. 하는 말들이 앞뒤가 맞질 않아 성사가 안 되었는데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 기관을 수소문하니 대표인 대학교수의 연구실을 사무실로 해서 이곳저곳에 펀딩을 요청하는 그야말로 페이퍼 NGO였습니다. 

 

현지 NGO와 협업이 현지를 배우는 기회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좋은 기관을 만났습니다. Zone One Tondo Organization이라고 하는 마닐라의 대표적 빈곤연합단체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기관은 우리의 1세대 주민운동을 하셨던 성남 주민교회의 이해학 목사님 등이 독일교회의 지원을 받아 주민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공부했던 기관이었습니다. 이곳을 만나 책상 하나를 빌리고 필리핀, 빈곤, 주민조직, 사업 방법 등 다양한 현장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캠프는 1인 NGO 기관이었고, 코이카나 모금회 등 지원기관들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현지의 책임자를 세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인터넷 언론을 현지에서 시작했습니다. 자체적인 솔루션이 있었기에 영어로 번역만 해서 발행하는 필리핀 최초의 영어로 발행되는 인터넷신문이었습니다. 3명의 기자와 현지 책임자를 세우고 여성 아동 장애 등 빈곤 관련 뉴스를 제공했습니다. 최소한의 활동을 했던 것입니다. 

한국 복귀 이후에 2008년 연말 필리핀으로 들어와 현장을 돌아보고 협력 기관들과 대화하고 난 이후에 결단했습니다. 당시는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올티가스라는 번화한 거리의 빌딩에 사무실이 있었는데 사무실을 빈곤 지역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인터넷 환경과 언론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90%를 투입하기보다는 기관의 설립이념과 후원자들의 바람 등 초심에 우선하기 위해 방향성을 다시 세우고 빈곤 지역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당시 현지 책임자는 이것을 거부했고 진통 끝에 2009년 연초 빈곤 지역인 바세코라는 지역으로 들어가 현지인들과 함께 사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청년 한 명과 쓰레기가 퇴적된 마을에 들어가 작은 사무실을 차리고 한 해를 보내며 정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교회의 청년 자원봉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때 함께했던 한국의 청년들이 자비량으로 1년 정도의 현지 활동을 지원하는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대부분 여성 청년이었기에 바세코 지역의 생활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퀘존으로 사무실과 숙소를 이전했습니다.

2009년 9월경 마닐라의 85%가 물에 잠기는 태풍이 몰려왔고 사업지역 사람들은 집을 잃고 임시로 야외농구장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100여 가구 이상이 한 농구장에서 줄을 긋고 생활했습니다. 특별히 그곳에서 출산하고 맨바닥에서 생활하는 임산부와 신생아들이 질병에 노출이 되는 문제를 포함한 어려움들이 이어졌습니다. 생활에 기본적인 식수나 화장실 등 임시 시설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찬 바닥에서 생활하는 노약자와 영유아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캠프는 한국의 봉사팀들과 함께 이 가정들을 위해 나무로 직접 침대를 만들어서 공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진행했습니다.
 

▲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필리핀 청년들. ⓒ이철용 대표
▲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필리핀 청년들. ⓒ이철용 대표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강제이주마을 타워빌 주민의 요구

시간이 지나고 필리핀 정부는 이 임시생활 사람들을 불라칸의 타워빌이라는 곳으로 강제 이주를 진행했습니다. 태풍 재난민뿐만 아니라 당시 마닐라 항만 인근의 상습정체 문제를 해결하고, 이곳에서 오랜 세월 무단으로 점유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심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강제 철거와 이주시키는 일이 지속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전쟁터와 같은 심각한 강제 철거와 이주 전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현지 협력 기관에서 긴급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타워빌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이 요청을 받고 타워빌을 방문했는데 현장의 모습은 작은 야산에 자리를 잡아서 공기가 신선하고 블록으로 만들어진 집도 있었습니다. 사실 마닐라의 빈민가는 악취가 심하고 햇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상황인데 그에 비하면 외형적으로는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현장을 오가기 여러 차례 반복하다 한가지 발견한 것은 타워빌에서는 웃음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얼굴에 미소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달랐습니다. 결국 이곳에 협력단체의 요청에 따라 작은 주민지원 센터를 건축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클리닉, 도서관, 어린이집 등 주민을 위한 시설을 저희 캠프의 협력교회와 외국대사관의 공동 지원으로 현지 단체가 운영하도록 협력했습니다.

이것을 계기로 현지를 자주 방문하다 보니 지역의 절실한 문제는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과 학교, 의료 등 최소한의 기반 시설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NGO 천국이라고 하는 필리핀인데 타워빌은 활동하는 NGO 단체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방문자들도 타워빌을 방문하면 외형적으로 보기는 나은 환경이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하루 필요한 쌀 1kg을 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정부도 전혀 돌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면 방문자들은 "그래도 이곳이 마닐라의 빈민가보다 낫네요"라는 반응입니다. 그러니 NGO 단체가 활동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습니다. 마닐라의 빈곤 지역은 그야말로 NGO 기관들의 전쟁터입니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상인같이 양심도 상도의도 없는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다른 기관이 활동을 이미 하고 있어도 그곳에 깃발을 꽂습니다. 그곳은 사진 한 장으로 후원 문제가 해결되기에 한국의 단체들도 사업의 본질보다 땅따먹기(?)에 싸우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캠프는 당시 한국 이사진들의 타워빌 방문을 계기로 아무도 돌보지 않는 타워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이철용 대표
ⓒ이철용 대표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는 일부터

캠프는 타워빌에서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해 2010년 지역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캠프를 얘기할 때 대표인 저의 역할과 역량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목사로서 사회적 경험도 거의 없고 농사 한 번 짖지 않았던 서울 토박이입니다. 그 때문에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교회를 벗어나면 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던 제가 이렇게 평가받는 것은 저에게 남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 부족한 한계를 잘 알고 있어서 주변 전문가들의 말에 경청하고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을 잘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주어진 것을 잘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물건을 보면 매뉴얼을 먼저 살피고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은 우리 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역조사를 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깝게 지내던 한신대의 당시 지역발전센터 이상헌 교수님에게 타워빌의 내용을 말씀드렸고 지역조사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 교수님은 이 제안에 흔쾌히 학교의 예산 2천만 원을 투입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사회적기업, 빈곤, 환경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셨습니다. 이분들이 함께하게 된 동기도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연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 한국에 사회적기업을 도입하고 열심히 활동하던 함께일하는재단의 중요 보직에 새로운 세력들을 넣으려는 시도와 갈등이 크던 시기였습니다.

이 과정에 고생하며 사회적기업을 세우고 이끌었던 상당수 사람이 밀려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에게 우리가 밀려난 것들에 대해서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해외 가난한 나라에 공유해서 새로운 장을 열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역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전문가의 현지 조사, 현지 전문팀의 지역민 1:1 대면조사, 현지조사단의 한국방문 워크숍 등 긴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전체를 합하면 15개월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이 조사과정에 함께일하는재단의 상임이사인 이광택 이사님과 국제협력팀 이명희 팀장이 필리핀 출장일정이 겹쳐서 우리의 지역조사 현장을 보고 싶다고 제안하셨고 전체 과정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 코이카 지원으로 설립한 도정 및 식품 가공 센터 현판. ⓒ이철용 대표
▲ 코이카 지원으로 설립한 도정 및 식품 가공 센터 현판. ⓒ이철용 대표

사실 지역조사는 했지만, 막상 무엇을 할 것이라는 후속 계획은 없었습니다. 당시는 우리 한국법인도 법인설립이 안 되어 있는 1인 NGO였고, 필리핀도 법인등록을 안 한 임의단체였으니까요. 당시까지도 코이카, 사랑의열매 등 지원기관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협력하는 몇몇 교회의 작은 지원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분량의 일을 하고 있었기에 다른 미래의 계획은 없었습니다. 지역조사의 결론은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어진 니즈는 교육, 보건 등이었지만 일단 일자리가 가장 시급했고 일자리 종목은 현지 주민들이 결정하도록 하자, 이미 지역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하지 않는다 등 몇 가지 원칙을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가지고 다시 타워빌로 돌아와서 5개 구역의 주민자치단체 대표들을 만나 우리의 조사를 설명하고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봉제센터를 만들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당시 만여 명 학생이 있는데 교복을 구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고 지역 내에 봉제센터가 없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생각과도 맞았습니다. 이러한 결론이 도출되었지만 사실 그 이후 계획은 없었습니다. 이제 후원교회를 설득하고 기금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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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 NGO 캠프 이철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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