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플랫폼은 결국 비극만 남아, 우리는 소비로 가치를 전달하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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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플랫폼은 결국 비극만 남아, 우리는 소비로 가치를 전달하는 놀이터"
더쎈몰 출범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김상현 회장 인터뷰
  • 2023.03.29 17:23
  • by 정화령 기자

지난 3일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운영하는 사회적경제 상호거래 플랫폼 '더쎈몰'이 오픈했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최저가나 혜택을 비교해서 구매하는 쇼핑몰 방식이 아닌, 다소 생소한 '커뮤니티 몰'이다. 검색창에 더쎈몰을 입력해도, 관련 없는 쇼핑몰만 보인다.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미디어 또는 기존 이용자의 소개 링크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 쇼핑몰 소개 카드뉴스. ⓒ더쎈몰
▲ 쇼핑몰 소개 카드뉴스. ⓒ더쎈몰

다소 불편하지만 기존 방식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가 커뮤니티 방식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예다. 운동화 동호회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운영자가 신발을 추천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한 곳으로, 성장의 핵심은 전문적 소통과 신뢰라고 평가받는다. 더쎈몰 역시 '공동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좋은 물건을 추천하고 구매하는 곳'이라는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꼭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만을 취급하고 있지는 않다.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상품을 우선시하지만, 마켓 크리에이터(Market Creator, 이하 MC)가 좋은 물건을 선정하고 추천한다. 따라서 MC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쇼핑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을 고안한 건 협의회 김상현 회장이다. 그를 만나 더쎈몰의 앞으로 구상과 함께 협의회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김상현 회장. ⓒ라이프인
▲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김상현 회장. ⓒ라이프인

협의회에서 더쎈몰을 오픈한 건 중요한 시도로 보인다. 시작하기까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2013년 구성한 협의회는 다른 연합회와는 다르게 신협과 생협이라는 큰 조직들도 함께했다. 1~3기까지는 법과 제도개선 위주의 일들을 활발히 하면서 여러 성과를 이뤘다. 그리고 내가 2021년에 4기 회장으로 선출됐다. 취임 후 여러 회원사를 방문해보니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합회가 협동조합들의 공통적인 필요와 열망을 담아내야 한다고 깨달았다. 각자도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제도개선보다 사업을 직접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지금에 이르렀다. 


새로운 방식의 쇼핑몰이 나오기까지 준비 과정도 남달랐을 것 같다.

먼저 연구조직을 만들어서 기존 온라인 쇼핑몰 방식을 분석했다. 그리고 사회적경제 분야의 '공감마켓정'이나 'e-store 36.5' 등을 자세히 살펴보며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중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운영하던 상호거래 방식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서로가 물품과 서비스 제공자이자 소비자가 되어 협동조합다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쇼핑몰을 기획했고, 더 크게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그 구상을 알리고자 작년 7월에 먼저 시연회를 진행했다. 


더쎈몰에는 사회적경제 제품 외에 일반 기업 제품들도 있다. 

자발적 상호거래 플랫폼인 광진구 몰은 결국 폐쇄했는데, 이용이 적어서가 이유였다고 들었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니 사회적경제 상품만을 모아놓으면 연쇄 구매가 이어질 만큼의 재미가 덜할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일반제품과 함께 판매해야 하고 ▲폐쇄적인 '커뮤니티 몰' 방식으로 운영하고 ▲마케팅‧IT 기술을 갖춘 곳과 함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현재 플랫폼인 '코니아'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몰 구축 비용 없이 지금의 형태로 완성했다. 물건이 필요할 때만 검색해서 접속하는 곳이 아니라, 쇼핑몰 자체를 신뢰하고 사람으로 엮여야 승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좌) 쇼핑몰 오픈 기념으로 판매했던 럭키박즈 구성품. 사회적경제와 일반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우)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동봉한 편지에 더쎈몰 취지가 담겨있다. ⓒ라이프인
▲ (좌) 쇼핑몰 오픈 기념으로 판매했던 럭키박스 구성품. 사회적경제와 일반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우)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동봉한 편지에 더쎈몰 취지가 담겨있다. ⓒ라이프인

쇼핑몰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라니 언뜻 이해되진 않는다. 

커뮤니티 몰은 공유 플랫폼으로 이해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은 독점적인 기능을 가진다. 판매자는 최소 이윤만을 얻고, 구매자는 내 구매기록뿐 아니라 많은 정보를 타의로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모두가 플랫폼의 노예가 되는 비극이 발생한다. 공유 플랫폼은 참가자들이 스스로 모여서 거래가 발생한다. 신발 커뮤니티에서 쇼핑몰이 생겼을 때처럼, 물건의 최저가를 찾기보다는 가치를 나누고, 서로 추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놀이터였으면 좋겠다. 물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에서도 다른 곳의 물건을 구매하고, 같이 협업하여 새로운 패키지 상품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렇게 참가자에 의해 운영되는 쇼핑몰이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놀아야 한다(웃음).


현시점에서 입점 협동조합의 반응은 어떤가?

협의회 35개 회원사를 포함해서 160개 기업이 입점해있다. 지금은 수도권으로 한정돼있지만, 곧 출범하는 'SE로운 공동행동'과 전국협동조합협의회가 함께하면 전국으로 점점 확대될 것이다. 중요한 건 협동조합들이 공급자이면서 소비자라는 점이다. 플랫폼과 갑을관계가 아니라 함께 구성해가는 동료이니 새로운 협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좋은 물건과 감동을 전하려면 소비자의 애정 어린 비판도 꼭 필요하다. 구매해서 사회적경제 기업을 살리고 개선할 수 있도록 이용자분들이 많은 의견으로 도와주면 좋겠다.


여러 곳에 노출되는 오픈 방식이 아니라 낯설기는 하다.

한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많은 포털에 오픈되어 있다고 거기에서 접근하는 모두가 내 고객은 아니다. 오히려 추천받아 가입하는 회원제일 때 고객 충성도가 훨씬 높고, 이런 방식에서 소비로 가치가 전달된다. 완전한 벽으로 폐쇄된 몰이 아니라 숨 쉬는 유기체처럼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몰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한 핵심이 MC, 즉 '가치 전달자'다. 지역이나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에서 양질의 물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역할을 하는 MC를 계속 모집하는 중이다.

 

▲ 더쎈몰 운영의 중심축인 김상현 회장과 최득화 전문위원이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이프인
▲ 더쎈몰 운영의 중심축인 김상현 회장과 최득화 전문위원이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라이프인

추가로 더 구상하는 내용이 있는가?

오는 7월에는 사회적경제의 달을 맞아 베타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 제품군 중 70% 이상이 서비스업이고, 품질이 좋고 금액대가 비교적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지역 밀착형이 대부분이라 거래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지역 주민이나 협동조합 조합원만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을 구성할 수 있다. 그렇게 생겨난 각각의 몰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조직이 단단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겠다. 또한 이 구상이 완성되면 최초의 공유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공동행동이 이곳을 통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의 쇼핑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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