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다정한 세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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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다정한 세상을 생각한다
  • 2022.12.31 07:00
  • by 김대훈(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 김대훈 전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만 간다. 참사의 희생자들을 모멸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사람의 본성에 대해 심각하게 회의하게 된다. 뉴스를 보니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수천 명이다. 다른 사람의 일생과도 같은 보증금과  생계에 대해 일말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업의 이익을 만들어주는 직원들이 어이없는 사고로 죽어도 방지 대책을 세우고 안전에 투자하기는커녕 당장 공장이 멈추는 것에만 걱정이 앞서는 세상이다.  무엇이 그들을, 우리를,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래전의 일이다. 생협 매장에 장을 보러 갔다. 매장 앞에 주차를 하고 내리려고 하는 참에 뒷자리에 앉은 조카가 문을 좀 세게 밀어 열었나 보다. 옆에 세워져 있는 차에 부딪히는 소리가 쿵 하고 들렸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이모, 아이들이 다들 놀라 옆을 쳐다봤다. 어이쿠, 하필이면 비싼 외제차네. 그걸 보자마자 세상 풍파 겪은 어른들이 지레 걱정을 한다. '수리비 많이 나오겠네', '똑같은 차 빌리는 데 돈 많이 드는데 어쩌냐', '보험료 오르겠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조카는 급기야 어른들의 입방정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고처리는 해야겠기에 차에서 내려 운전석에 있던 중년의 남성 운전자에게 사과하고는 보험사에 연락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잠시만요' 하더니 생협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와서는 아내와 한 이야기를 전한다. '문콕 자국이 크게 난 것도 아니고 간단히 수리하면 될 것 같아요. 그냥 가셔도 되겠어요'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한 마디를 더 보탠다. '다른 데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만났는데 괜한 부담을 주면 안 될 것 같아요'라는 말이다. 십여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마지막 한 마디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다른 데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장을 보고 나온 운전자와 아내분이 물건을 트렁크에 싣고 출발하는 참에 포도 한 상자를 얼른 전해드리고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고 다시 만날 일은 없었다.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당시 우리가 대형마트의 복잡한 주차장에서 만났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심각한 표정으로, 목소리 톤을 가다듬고, 상대를 제압하려는 태세를 갖추고, 서로 맞서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랬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한쪽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도 더 강하게. 그게 보통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하니까. 그렇게 습성화되어 있으니까.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 미담도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강이거나 바다라면 개개인들은 그 강물 또는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아닐까? 그 물이 더럽고 오염된 물이면 그 물에 사는 물고기들도 같이 오염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이 하려고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왜 사람과 민주주의와 거버넌스를 중시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려고 하는가? 개개인의 이기와 탐욕하는 마음을 호혜와 우애로 바꾸어 낼 수 있을까? 우리의 내면에 깊숙하게 스며드는 그 강퍅한 물을 다정함이 배어 있는 물로 바꿔낼 수 있을까?

우리가 궁극에 하고 싶은 일은 그런 다정한 사람의 힘이 커지는 다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 해 마지막 날을 마감한다.

다정한 사람이 존중받는 다정한  세상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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