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대담] 후루사토초이스는 어떻게 日고향세 정착에 기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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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대담] 후루사토초이스는 어떻게 日고향세 정착에 기여했나
고향사랑기부제, 1월 1일 본격 시행…日 최대 고향세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 운영사 '트러스트뱅크' 초청 대담 진행
박정현 전(前) 대덕구청장·무나카타 신 트러스트뱅크 집행임원·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커뮤니케이션부 부장, 고향사랑기부제 대담 참여
  • 2022.12.31 01:24
  • by 노윤정 기자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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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가 오는 1월 1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다른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제도 시행 시, 인구감소 등의 문제로 재정자립도가 낮아지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이 재정을 확충하고 관계인구를 형성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부금 한도는 개인당 연간 500만 원. 기부금액 10만 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10만 원 초과 시에는 16.5%가 공제된다. 기부자가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혜택으로서 각 지자체는 기부금 총액의 30% 한도 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한다.

이처럼 고향사랑기부제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의 활력을 높이고 각 지역이 주체적으로 당면 과제를 해결할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하고 민관이 협력하며 제도를 정착시켰다. 지역 안으로 자금이 모이고 지역에 관심을 갖는 인구가 늘어나며 지역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고, 2021년 기준으로 고향세 유치액이 8조 원을 넘기며 규모 면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이에 ㈜공감만세는 일본 최대 고향세 플랫폼인 '후루사토초이스'(Furusato-Choice)의 운영사 ㈜트러스트뱅크를 초청하여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 운영 경험을 청취하고 고향사랑기부제 운영에 시사점을 얻고자 했다.

라이프인 또한 공정관광지방정부협의회 구성을 제안하고 협의회의 초대 상임회장 직을 지낸 박정현 전(前) 대덕구청장, 무나카타 신 트러스트뱅크 집행임원(홍보총괄),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커뮤니케이션부 부장의 대담 내용을 전하며 선진 사례를 살피고 고향사랑기부제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이하 직함 생략) 

 

▲ 무나카타 신 트러스트뱅크 집행임원. ⓒ라이프인
▲ 무나카타 신 트러스트뱅크 집행임원. ⓒ라이프인

박정현: 트러스트뱅크와 후루사토초이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무나카타 신: 트러스트뱅크의 비전은 '자립,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트러스트뱅크는 지역으로 돈이 유입되는 것, 들어온 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것, 돈이 지역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인다. 이렇게 경제순환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기업판 고향세를 포함한 고향세, 지역화폐, 에너지의 지산지소, 퍼블리테크(Publitech, 지역 공무원 업무 지원 솔루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고향세는 일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향세를 통해 회사 영향력을 막대하게 키우기보다 지역활성화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영리 활동은 필요하지만, 벌어들인 자원을 지역활성화를 위해 재투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박정현: 일본도 현재 정부의 고향세 플랫폼보다 민간 플랫폼이 더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 역시 정부에서 플랫폼(고향사랑e음)을 만들었는데 앞으로는 민간 플랫폼이 더 많이 생겨나고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

무나카타 신: 일본에는 중앙정부가 고향세 관련 정보를 모아서 올리는 사이트가 없었다.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프로젝트와 답례품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후루사토초이스가 만들어지면서 민간 영역에서 고향세 관련 정보를 한 데 모아서 소개하기 시작했고, 기부 방법도 더 간편하게 만들었다. 후루사토초이스가 운영을 시작한 시점(2012년)부터 기부액이 대폭 늘었다. 민간 플랫폼 성장과 더불어 고향세가 활성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현: 일본 내에서 운영되는 민간 고향세 플랫폼이 35개가량 된다고 한다. 민간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나카타 신: 고향세는 시민들이 세금의 용처를 직접 정하고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지자체, 시민, 민간단체에 자율성을 줬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가 세금을 걷고 분배하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민간이 그 안에 들어와서 자율성을 가지고 함께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박정현 전(前) 대덕구청장. ⓒ라이프인
▲ 박정현 전(前) 대덕구청장. ⓒ라이프인

박정현: 10년가량 후루사토초이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모금 사례를 접했을 것이다. 국내의 고향사랑기부제도 어떤 '이슈'로 모금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나?

무나카타 신: 일본도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고령자 중심의 정책을 많이 시행한다. 그런데 고향세 프로젝트에서 기부가 많이 몰리는 테마는 아동·청소년 보육이나 교육, 환경, 동물보호에 관한 사업들이다. 국가사업에서는 우선순위가 낮게 책정되지만 사업을 시행했을 때 사람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피스윈즈재팬에서 진행한 보호견 사업의 경우, 일본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시행되기 전엔 유기견 살처분 문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알게 됐다. 이런 중요한 과제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피스윈즈재팬의 사례는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박정현: 일본에서는 답례품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기부금 총액의 30% 내에서 답례품을 주도록 정하고 있는데 일본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나?

무나카타 신: 일본 역시 2019년 답례품을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주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일본 고향납세 제도가 답례품으로 유명하다 보니 2019년이 되어서야 법에 관련 규정이 명기됐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처음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됐을 때는 답례품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답례품은 지자체에서 기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내고, 편지를 보낼 때 우리 지역을 알리려는 마음으로 지역 특산품을 동봉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니까 답례품은 기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인데, 지금은 사람들이 기부보다 답례품에 집중한다. 그래서 '기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박정현: 민간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렇다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사례 중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례가 있나?

무나카타 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드리겠다. 일본에 주요 민간 고향세 플랫폼이 후루사토초이스를 포함하여 4곳 있는데, 4개 플랫폼에서 모인 기부액이 고향세 모금액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지자체가 아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플랫폼을 구축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기존의 지자체 사이트에 고향세 플랫폼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독 플랫폼을 만든 곳은 오사카 이즈미사노 시(市)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즈미사노 시는 답례품이 없던 시기에 기부자에게 온라인 쇼핑몰 상품권 등을 주면서 기부액을 많이 모았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해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처음에는 상품권을 받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해당 지역에 대해 알게 되고 팬이 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기부액이 적지 않게 모이고 있다.
또 다른 면에서 보자면, 정부의 의사결정은 민간보다 속도 면에서 느린 경향이 있다. 정부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더불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세 번째로는 지자체와 기부자 양측 모두와 소통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도 현재 민간 플랫폼이 더 앞서 있다. 오키나와 슈리성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재해가 발생한 지자체에 연락해서 모금 페이지를 열고 주변 지자체와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전 과정이 3시간 정도 걸렸다. 이런 재해는 발생 직후에 가장 모금이 많이 모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빠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이런 속도는 정부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커뮤니케이션부 부장. ⓒ라이프인
▲ 이장우 피스윈즈재팬 커뮤니케이션부 부장. ⓒ라이프인

박정현: 앞서 이야기한 보호견 사업처럼 피스윈즈재팬도 후루사토초이스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장우: '유기견 살처분 제로' 프로젝트를 시행하며 후루사토초이스를 통해 기부금을 확보했다. 첫해에는 약 10억 원을 모금했고 지금은 매년 50~60억 원 모금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고향세를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일반 모금도 활발해진다는 점이다. 고향세로 10억 원을 모금할 때만 해도 일반 기부로는 10억 원을 모금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향세로 60억 원을 모금하면 일반 모금에서는 100억 원 이상이 모인다. 이처럼 고향세는 기부액을 마중물로 삼아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제도다.

박정현: 국내 비영리 영역에서도 고향세 제도를 잘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다.

이장우: 일반적인 기부는 기부자에게 현물성 답례를 할 수 없다. 그런데 고향세는 기부액에 대한 답례품 증정이 가능하다. 기부자 입장에서 봤을 때 고향세 방식으로 기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각 지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답례품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사회문제 해결에 포커스를 맞춘 경우는 1% 남짓하다. 한국에서는 조금 더 사회문제 해결 중심으로 제도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실제로 시민 정서나 기부 문화를 봤을 때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정현: 아무래도 각 지역마다 답례품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답례품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답례품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차이가 큰지 궁금하다.

이장우: 기부금액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보호견 사업의 경우에는 답례품이 없어도 기부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전체 시장을 봤을 때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일본 고향세 시장은 답례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답례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이지, 답례품 자체는 중요하다. 특히 지자체 입장에서 답례품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지역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순환경제를 형성하는 데 답례품은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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