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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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의 주제가 있는 대화, "파렴치함에 대하여"
  • 2022.11.23 16:47
  • by 이새벽 기자
▲ 주제가 있는 대화 '파렴치함에 대하여' 홍보물. ⓒ라이프인
▲ 주제가 있는 대화 '파렴치함에 대하여' 홍보물. ⓒ라이프인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칠 무렵, 늦가을 핼러윈 데이는 눌러왔던 흥을 조금은 꺼낼 수 있는 시간일 줄 알았다.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며 이태원 지역으로 모인 사람들은 파도처럼 휩쓸렸고 이로 인해 많은 생명이 숨졌다. 시민들은 허망함과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이태원역을 비롯해 전국에 분향소를 차리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사람과 그 현장을 지켜봤던 사람은 트라우마에 빠지기도 했다.  

김찬호 라이프인 이사장은 지난 17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라이프인 독자와 (참여형 온라인 토크 프로그램) '주제가 있는 대화'를 열었다. 

김 이사장은 "트라우마는 어떤 일이 닥쳤을 때 헤어 나올 수 없는 감정과 통제할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상태를 말하며, 가정폭력, 국가폭력, 재난, 전쟁, 고문, 학살 등 크고 비참한 사건을 겪을 때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20세기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참사로 ▲김영삼 정부: 서해 훼리호 침몰(1993),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붕괴(1995) ▲김대중 정부: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1999), 미선이 효순이 미군 장갑차 압사(2002) ▲노무현 정부: 대구 지하철(2003) ▲이명박 정부: 쌍용차 사태(2009), 용산 참사(2009) ▲박근혜 정부: 세월호 침몰 등 각 정부 때 발생했던 참사를 다시 나열하고 상기시켰다. 
 

▲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대통령실

김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때 일어난 이번 이태원 참사는 데자뷰(déjà vu)로 '세월호 침몰'이 회자되는데, 사건 발생 당시 컨트롤타워의 대처와 사후 대응에서 많은 부분이 오버랩(Overlap)된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세월호 침몰과 다른 점은 서울한복판에서, 그것도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머무는 위치 인근에서 여러 사람이 사망한 것은 4·19혁명 이후 처음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퇴근으로 매일 하루에 2번씩 이태원을 지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다"며, 청중에게 아래와 같이 실시간 빈칸 채워보기를 제안했다.
 

-대통령의 머릿속-
"내 사전에 [     ]란 없다."

청중이 쓰는 채팅창에는 '책임감', '공감', '성찰' 등의 단어가 올라왔다. 이에 김 이사장은 "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측은지심과 비슷한 개념으로,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염치'라고 하는데, 염치와 반대되는 말이 '파렴치'다. 사람은 ▲(의미 있는) 타인의 부재 ▲준거집단의 공통감각 ▲권력의 보호막 ▲주의력 결핍 등의 상황에서 파렴치해진다"고 말했다. "주의력 결핍이 무능력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글을 나누고 싶다"라며 진은영 시인의 「무능력의 정치학을 넘어서」의 일부를 청중과 함께 낭독했다. 
 

▲ 주제가 있는 대화 '파렴치함에 대하여' 온라인 진행 모습. ⓒ라이프인
▲ 주제가 있는 대화 '파렴치함에 대하여' 온라인 진행 모습. ⓒ라이프인

청중 가운데 주 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실시간으로 봤는데, 응급차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어서 '이 상황이 핼러윈의 이벤트인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다음날, 학교에 설치된 분향소를 보면서 이번 일로 교내 희생자가 3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증오, 분노심이 생겼다"며 자신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증상을 공유했다.  

황 씨는 "현장 영상에 달린 댓글에 '귀신놀이하는데 가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말이 적혀 있었다. 누구나 참사를 접할 때 본능적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는 특종이 되거나 자신 개인의 분노를 풀어내는 수단이 되는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나눴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수업에 들어오는 교사에게서 들은 내용으로, 초·중학생들이 급식실 앞 붐비는 상황에서 "밀어 밀어", "압사 압사" 등의 농담을 주고받는 일을 교사가 목격하고 혼내자, 학생들은 "애도 애도"라며 농담으로 반응했다는 충격적인 일화를 나눴다. 

청중 이 씨는 "우리가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에 관해 여러 관점에서 용기 내어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야단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 '놀러 갔다가 죽었네'라는 생각과 발언이 얼마나 파렴치한 것인가를 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므로 옳고 그름이 전도(顚倒)되는 것 같다. '우리는 다 나빠'라는 풍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낮은 시민의식을 비판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를 두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구 지하철 참사 후 10여 년간 마임으로 추모 공연을 해 온 조성준 씨가 입을 열었다. "오랜 시간 추모공연을 해오면서 여러 입장의 사람을 만났다. 그 일로 나는 참사를 계속 되새겨야 했고, 그 부분을 감내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나와 그 일 간의 거리감을 조금은 둘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이 참사가 있을 때 도덕적인 죄의식, 책임감으로 그 일에 접근하거나 입장을 정리하기 힘들어한다. '내가 뭘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마임으로나마 추모의 몸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일상에서 힘든 감정, 억울하고 슬픈 감정을 느낄 때 글을 쓰는 것, 춤을 추는 것, 노래 부르는 것 등 다양한 몸짓으로 나의 마음과 현실을 인정하고 나의 작은 참여로 세상에 큰 변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참사를 두고 예술인으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김 이사장은 '낙관과 비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치유 없는 정치와 정치 없는 치유', '인지적·정서적 여분'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내 생각 이상의 것을 탐색할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만나고 몸짓해야 한다"며 레베카 솔닛 저자의 도서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추천했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레베카 솔닛이 쓴 일종의 재난 보고서다. 1905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부터 1917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의 대폭발, 1985년 멕시코시티 대지진, 2001년 911 테러,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지난 100년 동안 북미 지역의 재난을 다룬다. "책의 내용을 보면 재난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공동체를 발견·창조해왔다. 참사 후 아직 혼란스럽고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지만 정치적 지평을 찾아갈 것을 저자의 말을 통해 생각해본다"며 대화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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