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아시아미래포럼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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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아시아미래포럼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
  • 2022.11.12 12:00
  • by 이진백 기자
▲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22 아시아미래포럼'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22 아시아미래포럼'이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아시아미래포럼이 내건 주제는 '분열과 배제의 시대: 새로운 신뢰를 찾아'이다.

첫 번째 기조 세션은 트럼프 시대 미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연구한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 하버드대 교수가 '공적 신뢰와 민주주의: 어떻게 믿음을 회복할까'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지블랫 교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의 '사회 양극화'를 다룬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공동저자로 저서에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이 양극화가 왜 일어나는지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해 이야기 했다.

▲ 대니얼 지블랫 교수.
▲ 대니얼 지블랫 교수.

지블랫 교수는 "민주주의 역사가 깊을수록 민주주의가 튼튼하고 경제가 더 발전할수록 민주주의가 더 단단해진다. 경제 규모와 민주주의 전통은 예측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며 아무리 잘 설계된 헌법도 그것만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지킨 더욱 근본적인 힘은 헌법과 사법 시스템이 아니라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라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에서 나온다고 설명하며 대통령과 국회가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을 자제할 줄 알아야 정치적 신뢰가 회복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극화가 극단화 되었을 때 민주주의가 붕괴될 수 있다.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치인들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부연하며 "정치인들이 양극화로 치달을수록 유리해지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패배했을 때 어린아이처럼 유치한 반응이 나오는 것이 아닌 겸허하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정치에선 패배를 통해서만 스스로를 개혁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미국과 한국은 의회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 개 정당만 승리할 수 있는 대통령제에서는 제로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양극화를 부추긴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블랫 교수는 '상호관용'과 '자제'로 각종 규범을 지켜야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더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 후에는 손석희 前 JTBC 뉴스룸 앵커와 특별 대담의 시간을 가졌다. 손 前 앵커와 지블랫 교수는 제도적 관용의 절제,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육, 언론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 前 앵커는 '도널드 트럼프가 다음 선거에 나올 것 같은가', '나온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가'란 질문으로 대담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상당 부분 사라진 관용과 자제를 통해서 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던졌고 지블랫 교수는 "상당히 오래 걸리는 솔루션이기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정치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 자신들이 책임을 지고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문화를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前 앵커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와 진영 갈등의 원인으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를 지목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앞에 있는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지지해 주는 지지자들만을 향한 커뮤니케이션('배설 커뮤니케이션',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의 행태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봤다. 손 前 앵커는 언론도 정치적 양극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정치와 서로 다른 장에서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특정 정치 세력과 정파적 이해관계로 함께 엮여 있는 현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 비평이 지금보다 활성화될 필요를 느낀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있지만 현재 방송 홍보를 위해 활용되는 측면도 크다"며 "한겨레 신문이 조선일보를 비판하고 조선일보가 한겨레를 비판하고 JTBC가 다른 방송을 비판하거나 스스로를 비판하는 언론 비평이 필요하다. 각자 보도의 문제를 솔직하게 내밀고 그것을 독자드이 받아들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무엇이 옳은 보도인가에 대해서 사람들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블랫 교수는 "정치와 마찬가지로 언론 또한 자제해야 한다"라며 "언론은 사회의 전문인이다. 전문인은 스스로를 자제하는 룰과 규범을 정한다. 언론은 '자제'하는(self restraint) 저널리즘 룰을 강화해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 좋은 언론이 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세션에서는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교수와 노리나 허츠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신뢰는 가능한가' 주제 세션에서 첫 번째 기조연사로 나선 퍼트넘 교수는 "긴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지금은 절망적 시기로 보이지만 업스윙(상승·호전) 할 수 있다"라며, 그 해법으로 ▲서로에 대한 도덕적 책임 의식 ▲변화 주도를 위한 청년층의 역할 ▲시민 주도형 공동체성 회복 등을 강조했다. 

'고립의 시대, 사회적 신뢰는 가능한가'란 주제로 두 번째 기조강연을 진행한 허츠 명예교수는 "디지털 환경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이는 각국에서 포퓰리즘의 득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허츠 명예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낳은 초연결 사회가 개인주의와 불평등을 어떻게 확산시켰는지 분석한 후 외로움의 문제, 고립감 등 디지털 시대에 대면 접촉이 점점 사라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사회 제도적 역할과 공동체 인프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단체 활동에 소극적인 현상을 거론하며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는 개회사를 통해 "정치 불신, 언론 불신을 개탄하는 걱정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때 협력과 상생의 지혜가 절실하다. 그 길을 열어가는 열쇳말이 신뢰라고 믿는다"라며 "이번 포럼의 주제인 '신뢰'는 한겨레가 못다한 숙제이자 도전해 가야 할 목표이다. 한겨레는 사실 보도를 기반으로 열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넓혀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시아미래포럼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진표 국회의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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