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라면 자연과 먹거리에 주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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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라면 자연과 먹거리에 주목하세요!
이석모 청년연구소 대표 인터뷰
  • 2022.09.14 14:24
  • by 이새벽 기자
12:18

청년들이 도시에서 시골로 눈을 돌리고 있다. 충남의 귀농·귀촌 통계자료(통계청·농림축산식품부, 2021)를 분석한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최근 5~6년 귀촌에 20~30대 청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은 농촌에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일까? 귀농촌한 청년들은 농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청년연구소 로고. 
▲ 청년연구소 로고. 

사과로 유명한 경상북도 청송군에 청년연구소라는 이름을 가진 농업회사법인이 있다. 이석모 대표는 청송에서 사과를 농사짓고 유통하는 청년이다. 그런데 회사명이 사과연구소도 아니고 청년연구소다. 회사명에 대해 질문하자 이 대표가 말했다.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농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었어요. 청년들과 함께하는 회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농업에서 청년을 강조하는 이 대표는 유아 시절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왔다. 자라면서 친구들은 점점 도시로 올라갈 때, 그는 농촌에 남아 농업계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진학 및 졸업했다. 그리고 농사를 시작했다. 그는 왜 농촌에 머물고 농업에 주목했을까? 농부로서의 삶과 지속가능한 농촌과 농업을 주제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농부의 삶

▲ 이석모 청년연구소 대표. ⓒ청년연구소
▲ 이석모 청년연구소 대표. ⓒ청년연구소

Q. 언제부터, 왜 농사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가? 
대학교 졸업 후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나는 주도적인 성격이다. 고등학생 때, 대학생 때도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인턴생활을 할 때도 주어진 일 외에 필요해 보이는 일이 있을 때 나서서 처리했다. 그때 윗사람으로부터 시키지 않은 일을 굳이 왜 하냐는 말을 들었다. 이때, 차라리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창업보다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을 도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고 생각해 고향 청송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나에게 부모님께서 사과를 팔아달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이 일을 시작해 계속하고 있다. 

Q. 농업법인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율이 높아지면서 사과 물량 확보가 어려워졌다. 청년연구소의 농원의 물량으로는 부족했다. 지역 내 다른 농가에서 물량을 떼 와서 팔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구조를 시도했다. 큰 거래처를 두지 않고 주문하는 소비자에게 팔아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우리에게 물량을 공급해준 농가에 대가를 제때 주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번 문제없이 마무리 지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량을 공급하는 농가도 우리의 수익구조를 이해하게 됐다. 현재 갈등 상황은 많이 없어졌다.  
 

▲ 이석모 대표가 아버지와 함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연구소
▲ 이석모 대표가 아버지와 함께 사과로 만든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청년연구소

Q. 할아버지부터 3대째 농사를 이어오고 있다. 자식과 후손에게도 농사를 이어가게 하고 싶은가?
난 그렇게 하고 싶다. 농업이 편하진 않다. 어려움을 감수한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농업계 학교 진학을 권하셨다. 하지만 창농업은 내 의지로 시작했다. 내 자식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하진 않겠지만 권유는 해볼 것 같다. 농업은 먹고 사는 것에 문제가 없다.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현재 농업이 소외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노력 대비 빛을 발할 수 있는 분야다. 시간이 갈수록 농업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아무도 농촌을 선택하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이때 시작해서 자리 잡으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농업에 관심 있다면 지금 시작해보면 좋겠다. 

 

지속가능한 농촌

Q. 아직도 많은 청년이 정장 차림의 직장생활을 선호한다. 편한 복장으로 자연 속에서 농사짓는 자기모습을 볼 때 어땠나?
농촌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정도, 기업에 들어가서 버는 정도는 농사로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있었다. 나는 돈 보다는 자연에 관심이 더 많다. 환경보호도 중요시한다. 어린 시절 풍요롭게 자라지 못했다. 먹거리가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했다. 지금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하면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이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먹거리와 자연은 중요하게 여겨질 거라 생각한다.  
 

▲ 이석모 대표가 사과를 수확하고 웃고 있다. ⓒ청년연구소
▲ 이석모 대표가 사과를 수확하고 웃고 있다. ⓒ청년연구소

Q. 도시와 농촌에서 생활하는 것은 무엇이 제일 크게 다른가? 농촌생활은 어떤 것이 제일 좋고, 어려운가?
우리 회사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온 청년이 10명 정도다. 우리 직원들을 볼 때, 청년이 도시를 원하는 이유는 문화생활이 가장 큰 것 같다. 두 번째로, 괜찮은 기업이 서울 경기에 모여 있다. 우리나라는 대여섯 시간이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래서 난 그다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 청년들은 수도권의 이점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농촌에 있으면 확실히 자연환경이 좋다. 도시에서는 출퇴근만 생각해도 복잡하다. 치열한 경쟁으로 답답하다. 이곳 생활도 물론 일은 바쁘지만 생활에 여유가 있다. 도시와 다르게 사람 간에 정겨움이 있다. 그런데 뭐든 구하는 게 힘들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빠르게 구하기가 어렵다. 택배 주문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데 이용할 수밖에 없다. 주문하고 기다려야 해서 불편하다. 그것 말곤 다 좋다.  

▲ 청년연구소 직원이 사과를 옮기고 있다. ⓒ청년연구소
▲ 청년연구소 직원이 사과를 옮기고 있다. ⓒ청년연구소

Q. 농촌이 지속되려면 무엇이 제일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청년이 농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 젊은 청년이 농촌에 많아져야 20~40년 오래 살면서 농촌을 유지할 수 있다. 우리 마을만 봐도 농촌은 이미 고령화됐다. 농촌에 오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꽤 있지만 이를 독려하는 정책이 부족하다. 나는 국회나 정치에 몸담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청년이 농촌에 올 수 있도록 거주를 개선해 달라고 말한다. 청년주택이 수도권에 많이 있다. 농촌도 지역마다 1개씩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청년이 농촌 생활을 몇 년 경험하고 유지할 수 있게 국가 차원에서 거주나 문화, 교육 등 기본 시설을 유지해줘야 한다. 

Q. 이 대표는 청년농부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나?
청년 마을을 만들고 싶다.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다른 업종의 사업으로 서로 협업해 마을로 꾸려지면 좋겠다. 농촌에서 생활해도 무관한 업종이라면 이 지역에서 청년연구소와 함께 협업하면 좋겠다. 우리 회사는 직원 채용도 다양하게 한다. 동물농장을 열고 싶은 직원, 다른 작물을 농사지어 유통하고 싶은 직원, 농업 관련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들어온 직원 등 지원 사유도 다양하다. 직원들이 나중에 각자 사업을 하게 돼도 함께 협업하며 지내고 싶다. 청년마을조성사업에 참여할 의향도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과 농업은 뗄 수 없다. 농민 대부분은 농업으로 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농작물에 매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청송은 사과 냉해 피해를 입었다. 봄에 날씨가 따뜻해져야 하는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꽃이 폈다가도 죽고, 열매가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매년 발생한다. 그는 "농촌이 지속가능하려면 환경보호는 필수"라고 말했다. 언행일치로 농사도 친환경으로 일구고 있었다.  
 

▲ 사과를 재배하는 모습. ⓒ청년연구소
▲ 이석모 대표가 사과를 재배하는 모습. ⓒ청년연구소

Q. 청년농부 수가 전보다 조금 증가했지만 여전히 드물다. 청년이 농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농촌에 살던 청년은 어려서부터 농지에 나가 일을 도운 경험이 있다. 노동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한다. 반대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온 사람이 농업을 시작할 때, 생각보다 자본이 꽤 필요하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청년이 귀촌하면 보통 3년 안에 다시 나가는 비율이 반 이상 되는 것 같다. 이탈 비율이 꽤 높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들을 오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미 와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유지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Q. 청년이 농촌에 와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까? 귀농·촌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조언을 준다면?
무작정 농촌이 좋아서 오기보다 지역 생활과 일을 충분히 경험해 봐야 한다. ‘농촌에서도 돈 잘 벌 수 있던데? 나도 밖에서 일하기 좋아하는데?’ 이런 단순한 생각은 위험하다. 농사는 실전이라 실패하면 타격이 크다. 자연재해, 한 번의 실수로 1년의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 농사는 지어서 팔아보기까지 1년이 걸린다. 3번의 농기를 거쳐 3년 후 결정해보라. 잘 해낸다면 이후에도 충분히 지속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작물이나 사업 분야에 맞는 농장 또는 회사에 취업해서 1~3년 정도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경험해보는 게 좋다. 가능성을 확인한 후 시작하면 실패율은 낮다. 

귀농·촌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농사를 할 때 지역 특산물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제일 수월하고 유리하다. 지역특산물은 지역과 자연조건이 잘 맞아 많이 기른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가에서 같은 작물을 기르고 있어서, 정보도 많고 기술도 발전 돼있다. 그래서 나도 특산물을 농사지었다.   
 

▲ 청송 꿀땡이 사과. ⓒ청년연구소
▲ 청송 꿀땡이사과. ⓒ청년연구소

Q. 친환경농업은 왜 필요할까?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
과학은 계속 발전한다. 현재 잔류농약검사 대상 성분은 320종 정도지만 올해가 지나면 400종을 넘을 것이다. 지금은 문제없는 성분에 10년 후 부적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가급적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정 필요하다면 친환경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 가격이 다소 높아도 친환경식품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농약 관련 안전성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기 경제상황이 좋아지면 무(無)농약 농산물을 구매하려 한다. 환경, 소비자 건강 보호를 생각해도 친환경이 옳다. 이점을 볼 때, 본질적으로 친환경 재배를 추구해야 한다. 나 또한 이를 위해 노력한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면 생산량은 반으로 줄고 외관상으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무농약이니까 더러워 보여도 먹어라”라는 것은 아직 소비자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 농약사용과 품질유지 그사이를 계속 보완해나가고 있다. 사과에 맞는 친환경적인 약재는 어떤 것인지 실험하며 결과를 비교해보고 있다. 우리는 직접 키운 소의 우분(牛糞)을 물에 우려 사과나무에 뿌리거나 나무 밑으로 관주(灌注)해서 비료 대신 영양제를 주기도 한다. 올해 사과나무를 새로 심었는데, 가지를 옆으로 펼쳐 일렬로 정렬했다. 기존 대비 인력과 농약이 더 적게 든다. 친환경적 재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자연플러스 협동조합.
▲ 자연플러스 협동조합.

Q. 현재 농업의 큰 이슈는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이 대표의 견해는?
생산량은 많으나 유통 어려움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이다. 직접 판매하지 않는 대부분 농가는 물량을 스스로 소비하기 어렵다. 그래서 종종 경매장이 제시하는 가격 그대로 받고 물량을 넘긴다. 가격은 매년 달라 농가는 불안하다. 수익이 안정화돼야 청년농부들이 농사를 안정적이라 여길 수 있다. 지역 특산물 경우, 생산지역 내에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재배량을 조정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일본은 그렇게 하고 있고, 농지의 규모도 제한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농가도 소득이 지금보다 더 안정화될 것이다. 
조기수확도 규제하면 좋겠다. 농산물은 수확 초기에 소비자 반응이 좋아 가격이 비싸다. 이로 인해 작물이 충분히 자라거나 익지 않았어도 조기 수확하는 경우가 있다. 그 과정에서 착색제나 비대제 등 강제적 약을 사용하게 된다. 조기수확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온다. 일본은 수확기간이 아니면 공판장을 개장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조기수확을 규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을 가진 청년농부들을 모아 자연플러스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우리만의 인증 제도를 만들어 인증된 농산물을 마트나 유통채널 등 대량으로 소비하는 유통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라이프인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 소비자가 농산물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 농가와 지자체, 정부도 개선 노력을 한다. 먹거리에 대해 관대하기보다는 깐깐할 필요가 있다. 그게 결국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잔류농약검사 의무 시행을 두고 농가와 기관이 논쟁하면서 검사 시행이 몇 년째 미뤄지고 있다. 그 피해는 소비자가 입는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겪고 보완하는 것이 농산물 품질 향상에도 좋고 각자 입장에서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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