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ESG시대 개막···"ESG에서 공공기관 미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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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ESG시대 개막···"ESG에서 공공기관 미래 찾는다"
공공기관의 ESG경영선도와 공공부문의 ESG투자 활성화
사회적 가치 비중↓ 재무성과 ↑
  • 2022.08.14 09:32
  • by 이진백 기자
13:45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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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란 '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적 책무)', 'Governance(지배구조)'의 머리글자로 기업의 전략을 실행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에 관한 요소를 포괄하는 비재무적 정보를 말한다. ESG가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기업을 넘어 정부와 NGO, 민간기관 등 사회 전체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ESG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더욱이 공공기관에서도 사회적 가치에서 ESG경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는 일찌감치 공공기관의 ESG경영 선도의지를 밝혔었다. 지난해 8월 'ESG대응 종합대책'을 통해서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ESG경영선도와 공공부문의 ESG투자 활성화'를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2050 탄소중립 달성과 포용 및 공정경제로의 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 총 지출규모의 1.5배 예산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ESG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장위원회(가칭) 설립을 통해 탄소 중립 대응과 연구개발(R&D) 확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작년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K-ESG 가이드라인 고도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정부의 기존 방침보다 한발 더 나아간 ESG경영 선도의지는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공시기준 개정을 통해서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지난 2월 '공공기관 알리오 통합공시 기준 개정'을 통해 환경(E)과 사회(S)·지배구조(G)부문의 공시대상을 10개 추가하고 공개대상 항목에서 'ESG경영 분류'를 신설하는 내용을 밝혔다. 공공기관에게 국내 전 경영계의 ESG경영 선도역할을 감당토록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한동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2021년 12월호에 실린 '공공기관에 ESG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주체 전체에 ESG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선도적 정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시장실패 분야에서 보완적 역할을 하고 특히 시장의 경제주체들간의 협업체계를 마련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ESG 도입·정착에 공공기관의 추진체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ESG 도입이 초국가적 대기업 중심으로 정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공공부문에 ESG 도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주요한 과제"라며, 공공기관의 ESG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으로 ▲공시제도 및 평가제도의 체계화 ▲공공기관의 대응역량 제고 ▲인프라와 인센티브 구축 등을 제안했다. 

■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비중↓ 재무성과 ↑

공공기관은 정부가 설립하거나 재정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공공성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우선적인 목적은 공공성의 실현이지만 그러면서도 수익성과 효율성까지 요구받고 있다. 공공기관은 중앙단위 기관이든 지방 공기업이든 사실상 모두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상징적인 통제 방법은 연례 경영평가다. 중앙단위 130개 공공기관은 모두 기획재정부의 평가대상이고 나머지 기타공공기관은 관할 부처의 평가를 받는다. 새정부의 국정과제에는 ESG를 통한 공공기관 혁신으로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공기관의 ESG 역량을 강화해 자율과 책임경영을 통한 효율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공공기관의 업무평가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경영평가와 ESG가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공공기관의 ESG경영은 필수조건이자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체 100점 중 7점이었던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평가항목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의 배점은 2017년 11점으로 늘어난 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22점, 2019년 24점으로 대폭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단기간 내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사업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항목을 추가 하는 등 공공기관의 공익성 확대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목표하에 더욱 강조했다. 반면 재무 관련 배점은 2014년 기준 17점에서 △2015년 14점 △2017년 10점 △2018년 5점으로 낮아져왔다. 

정부는 경영 여건·정책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기준과 경영평가를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줄이고 기타공공기관은 늘려 주무 부처와 기관의 책임·자율성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평가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혁신 성과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개편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기타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인력·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유형별 관리방안을 수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경영평가 개편 방향도 제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평가 지표 변경 내용은 미정이지만, 우선 현재 100점 중 25점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비중은 낮추고, 10점인 재무성과 지표 비중은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전 정부에서 중시했던 고용 등 사회적 가치보다, 방만 운영 개선을 통해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는 기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본래의 설립목적인 공공성과 기관 운영과정에서 효율성·수익성이 보다 균형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경영관리 평가지표 구성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 지표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재무성과 지표 배점 비중을 상향 조정한다.  

■ ESG경영 전략 강화하는 공공기관 

공공기관의 역할론이 강화되면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ESG경영을 구축하고 나섰다. 서울시의 경우 시정에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일단 지난해 3개 본부·국에 시범 도입한 '기후예산제'를 올해부터 시정 전 분야에 전면 도입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한다. 

기후예산제는 예산 편성단계부터 사업별로 온실가스 배출영향을 분석해 온실가스 감축이 예상되는 사업은 확대하고, 배출이 예상되는 사업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배출 상쇄방안을 마련하는 제도인데, 올해 편성하는 2023년도 회계연도 예산부터 전면 도입한다.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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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작년 시금고 지정 평가항목에 ESG를 반영한 '녹색금융 이행실적'을 신설한 데 이어, 공사·물품·용역 등 계약이나 민간 위탁 시 ESG 우수기업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기업 중심의 ESG경영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친환경·ESG 컨설팅도 확대 지원한다. 

기업·시민과 함께 사회 전반에 ESG 생태계를 구축해 기후 위기 대응력도 높일 예정이다. 시가 추진 가능한 공공 부문부터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매년 시행하는 26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도 ESG 관련 지표 반영을 신설 추진한다.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녹색제품 구매실적, 제로 웨이스트 추진실적 등을 평가지표로 설정해 투자·출연기관의 ESG경영을 강화한다. 

공공기관 녹색제품 의무 구매도 확대한다. 시의 녹색제품 구매심사 기준을 현행 70만 원 이상에서 50만 원 이상으로 강화한다. 시 녹색제품 구매액의 71%를 차지하는 건설‧토목 분야는 구매실적을 집중 관리해 의무구매 비율을 2021년 32.6%에서 2026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외에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를 위해 ▲계약‧민간위탁 시 ESG 우수기업 우대 ▲경제단체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운영 ▲중소기업 ESG경영 전환 컨설팅 확대 ▲녹색산업 육성‧지원 등을 다각도로 추진한다. 

ESG 확산을 위한 공공기관의 다양한 노력도 눈에 띈다.

IBK기업은행은 금융 공공기관 최초로 탄소 중립 전략을 수립하고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해 9월에는 2040년까지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목표로 하는 'IBK 탄소 중립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금융권 최초로 ESG경영시스템 ISO 국제표준인증을 받았고, 탈(脫)석탄 금융경영 원칙도 세웠다. 또 공공기관으로서 친환경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업무용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권 최초로 SLL(지속 가능 연계 대출) 상품인 'ESG 성공지원 대출'을 출시했다. 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ESG경영 활동을 선택해 목표를 설정·이행하면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지원 모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속적인 경영혁신 추진과 ESG경영을 위해 지난 6월 'LH ESG 경영혁신위원회'를 출범했다. 김준기 서울대학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학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회는 앞으로 환경(E)·사회(S)·지배구조&혁신(G) 3개 분과로 운영되며, 경영혁신과 ESG 관련 각종 이슈에 대해 논의한 뒤 전체 회의를 통해 주요 시책과 방침에 대한 방향 등을 제시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달 8일 '2022년도 제2차 ESG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자체 ESG역량강화 및 민간 협력업체 ESG경영 지원' 등의 새정부 국정과제와 K-ESG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자회사·협력회사·중소기업 ESG경영 지원 ▲이사회 운영 활성화 및 역할 강화를 신규 과제로 추가 선정했다. 이를 통해 캠코는 자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ESG경영을 지원하여 민간 중심 ESG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이사회 운영 활성화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중부발전은 동반성장위원회와 '2022년도 협력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중부발전은 협력 중소기업의 ESG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상생협력기금 1억원을 출연한다. 동반성장위는 중부발전 협력사에 업종·기업별 맞춤형 ESG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관련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부산의 공공기관들은 ESG경영과 연계한 녹색금융에 앞장서고 있다. 녹색금융이란 환경 에너지 등과 관련한 금융활동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말로 환경개선, 금융산업 발전,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금융 형태를 일컫는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가계부채의 구조적 개선과 포용금융을 통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110조 원에 달하는 ESG 채권을 발행했다.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위해 발행되는 채권으로 사용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ESG 채권은 사회적채권에 해당하며 분기별로 발행되고 있다. 매년 30조 원 이상 ESG 채권을 발행해 보금자리론과 디딤돌 대출 등 서민에게 장기 저리로 지원하는 주택담보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BNK부산은행도 202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ESG 채권을 3500억 원 상당 발행하는 등 사회적 책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 지역 상생형 친환경 금융상품인 '저탄소 실천 예·적금'과 'ESG 우수기업 대출'을 출시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다. 또한 지난해 친환경 선박 도입을 지원하고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 선사의 회사채 인수를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ESG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7800억 원 상당의 ESG 채권 발행에 나섰다. 2030년까지 필요한 총 15조 원의 투자비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드는 6조4000억 원을 ESG 채권으로 조달해 '2050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ESG라는 용어는 2006년 유엔(UN)이 제정한 '유엔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유엔은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하면서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에 대해 투자의사결정을 내릴 때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 및 사회에 대한 책임, 지배구조 등 비(非)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이에 앞서 유엔은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한 환경개발회의에서 인류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환경보전과 개발의 조화로운 병행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글로벌 아젠다로 제시한 바 있다.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려면 각국의 정부 못지않게 기업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지구촌의 경제 발전을 실제로 이끄는 주체가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200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이 기업들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경영 활동에 반영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유엔이 책임투자원칙을 제정한 것도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세계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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