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친로컬' 여행을 만드는 곳, 백패커스플래닛 "제로웨이스트 백패킹,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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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친로컬' 여행을 만드는 곳, 백패커스플래닛 "제로웨이스트 백패킹, 가능해요"
박선하 백패커스플래닛 대표 인터뷰
  • 2022.07.16 12:00
  • by 노윤정 기자

여행이나 캠핑을 하면서 물티슈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여행 중 옷에 묻은 이물질이나 손을 닦고 싶은데 주변에 위생시설은 없을 때, 가장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물티슈를 쓰는 것이다. 물티슈 사용을 지적하고자 꺼내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친환경적인' 여행이 어렵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머물 숙소가 있는 여행도 이럴진대 노지에서 숙박하는 백패킹의 경우에는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롭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산이나 숲, 섬 등에서 '야영 금지' 팻말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쓰레기 무단투기, 허가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취식 등은 자연을 훼손하고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한다.

박선하 백패커스플래닛 대표는 오랫동안 취미로 백패킹을 즐겨 왔다. 당연히 백패커, 캠퍼들이 지역주민들과 겪는 갈등도 자주 접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백패커와 지역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비수도권 지역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주하거나 방문하는 인구를 모두 포함하여) 인구 감소의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백패커, 캠퍼들은 장소만 있다면 어디든 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박 대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여 환경과 지역, 사람이 상생할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지역의 유휴공간과 콘텐츠를 아웃도어 활동과 연결하는 곳, 백패커스플래닛이 문을 열었다.

 

▲ 박선하 백패커스플래닛 대표. ⓒ라이프인
▲ 박선하 백패커스플래닛 대표. ⓒ라이프인

어떻게 '친환경·친로컬 백패킹'이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원래는 기자였다고 들었다.

백패킹을 좋아해서 자주 다녔다. 그런데 백패커들을 오지 못하게 막는 지역들이 점차 늘어나더라. 생각해보면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노력하는 지역들이 많은데, 지역이 갖고 있는 빈 공간을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캠퍼, 백패커들을 오게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들은 좋은 장소만 있으면 가서 돈 쓸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웃음) 이렇게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지고 서로가 가진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엮어주는 플랫폼이 없다 보니까 소모적인 싸움만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백패커와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이때 소셜 임팩트 분야를 취재하면서 생긴 지역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다. 지역에서는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취재를 하면서 한두 번이라도 만난 분들이 있고, 내가 쓴 기사를 보면서 신뢰를 해주는 분들도 있다 보니 이 네트워크가 큰 강점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백패킹을 하면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가고 있나?

1년가량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전문가들이나 백패킹을 오래한 분들과 이야기해 봤는데, 그때 느낀 것은 지역주민들이 지적하는 문제가 사실 단순히 캠핑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쓰레기 투기 문제만 봐도, 꼭 노지 캠핑을 하는 사람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기본적으로 사람이 무엇인가를 하면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해 달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에 SK임업과 '포레스크랩'이라는 제로웨이스트 백패킹 프로그램을 한 차례 운영했는데, 다른 행사보다 비용이 두세 배 정도 더 들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안 나오도록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니 비용이 더 드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지금은 노하우가 조금 쌓여서 이런 과정을 구조화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시장이나 식당들과 연계해서 픽업 서비스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식당에 미리 이야기해 두면 사람들이 개인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면 개별적으로 음식을 챙겨올 때보다 품이 훨씬 덜 들지 않나.

백패커스플래닛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은 대부분 환경적 가치를 지향하는 분들이겠지만, 규칙들을 설명했을 때 어느 정도로 공감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참가하는 분들에게 굉장히 감사하다. 본인 돈을 내고 오는 것인데 내가 잔소리를 엄청 많이 한다.(웃음) 그래도 참가자분들의 공감대가 높은 편이라 다들 이해해준다. 최근에 기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모임을 했는데, 편하게 놀자는 마음으로 만든 자리이기도 하고 그분들에게는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안내를 적게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어떤 분이 '평소보다 사람들이 쓰레기 나오는 것에 덜 신경 쓴 듯하다. 안내를 계속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 피드백들을 받으면서 노하우를 쌓아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식으로 가이드를 계속 드리니까 고객들 경험의 질도 더 좋아진다. 우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긴 전에 몇 가지 서약을 하도록 한다. 친환경 가치에 관한 내용 외에도, 다른 참가자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사생활을 묻거나 외모 평가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하도록 한다. 그렇다 보니까 참여자들도 평소보다 더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다 같이 모였을 때 좋은 인상만 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참여해보신 분들은 이런 규칙이 결국 자신에게도 이롭다는 공감대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백패커스플래닛
ⓒ백패커스플래닛

그렇다면 지역사회와는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가?

사실 지역과의 소통이 더 어렵다. 같은 지역 공동체 안에 있어도 대화 주체에 따라 조금씩 원하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그분들의 니즈가 캠퍼들의 니즈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캠퍼들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양쪽이 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역 호스트로 온 분들 중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점을 드러내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규칙과 다른 말씀을 하실 때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통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우리가 그리는 모델이 한 번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부분을 설득하고 설명하고 있다. 수익적으로도 만족스럽고 지역 홍보도 되는 그런 모델이 한 번에 만들어질 수는 없지 않나. 그것을 설명하는 노하우도 이제는 조금 생겼다. 우리는 '한국형 에어비앤비'를 지향한다. 에어비앤비 사업이 잘되는 이유는 좋은 공간을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잘 되려면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이 공간에 와보고 싶고 이 체험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청했는데 와봤더니 자연, 지역과 상생하는 가치가 있는 여행을 하게 됐다'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되도록 공정여행이나 생태여행 같은 표현은 안 쓰려고 한다. 그런데 지역에는 그런 부분을 강조하길 원하는 분들도 많아서 조율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참여자들이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 돌아가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참여자들의 반응과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1박 2일 동안 사람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지내도록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그런데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 반응이 좋다 보니 우리도 긍정적인 기운을 받는 것이다. 자연을 훼손한다는 죄책감도 덜 느끼고, 비건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보원사지에서 하는 '숲속절패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절이니까 당연히 술이나 고기는 먹지 못 한다. 그래서 참여자들이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막상 와보면 고기가 없어도 음식들이 다 맛있고 술 없이 맨정신으로 좋은 풍경을 보면서 도란도란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니까 굉장히 기억에 오래 남을 경험이 됐다고 하시더라. 또,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해서 처음에는 서로 불편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존대하고 존중하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을 봤다. 그리고 우리는 참여자분들을 이름에 존칭을 붙여서 '○○님'이라고 부르는데, 20대 따님과 오신 참여자분을 따님 앞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신경 쓰여서 '아버님'이라고 불렀더니 그분이 '왜 나만 아버님이냐, 나도 ○○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하신 일도 있었다.(웃음)

아직까지는 단발성 프로그램이 많은 듯하다.

아직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단계이다. 그래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다양한 장소들을 가보고 한번씩 체험해 보면서 그 공간의 매력이나 가능한 콘텐츠, 참여자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을 오픈하면 그런 내용들을 다듬어서 상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수익모델이 있어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나. 수익성은 어떻게 담보하고 있는가?

장기적으로는 지자체나 기업의 용역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몇 번 해봤더니 지금은 우리 규모가 작아서 용역 사업까지 감당하는 것이 부담되어 하지 않고 있다. 행사 하나를 기획하기 위해 사람들이 엄청나게 힘을 쏟아야 하고 프로그램 구석구석에 지향하는 가치와 콘셉트를 녹여 넣어야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는데, 이런 기획의 가치를 알아주는 파트너를 찾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곧 플랫폼을 오픈하고 지금까지 협약을 맺은 파트너들을 공개하면 이후 우리와 뜻이 맞는 파트너를 더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플랫폼 론칭 후에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른 호스트들도 참여하도록 하여 규모를 키우고, 공간 공유나 제로웨이스트 캠핑장 조성 같은 사업들도 해볼 생각이다.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수익은 중요하다.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도 수익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고, 수익이 없으면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회사를 (사단법인 등이 아니라)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한 이유는 제약 없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가치를 전할 때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지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하지 말라고 하는 배제와 금지의 방식보다는 우리가 독려하는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주겠다는 식의 소통을 하고 있다.

백패커스플래닛이 자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캠핑, 백패킹 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나라이고, 경관이 좋은 곳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 해파랑길처럼 사람들이 관광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을 많이 만든다. 물론 이런 사업도 좋다. 그런데 내가 지자체를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점은, 길만 만들면 사람들이 안 온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머물 곳이 있어야 그 지역에 와서 잠을 자고 돈도 쓴다. 지역에는 빈집이나 폐교가 많다. 이런 곳들을 활용해서 충분히 하이커, 캠퍼, 백패커들이 머물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모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백패킹 성지로 유명한 굴업도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주민들이 백패커들을 굉장히 환영한다. 백패커들이 늘면서 주민들이 관광수익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분위기가 우호적이다. 개머리언덕이라고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백패커들이 가면 주민들이 그곳까지 태워 주기도 한다. 우리도 지자체와 협업할 때, 이런 식으로 지역 상점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상해 보려고 한다.

백패커스플래닛을 운영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단기적인 목표는 우리가 지난 1년간 가능성을 확인한 '상생'의 캠핑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자연에서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과 그 자연을 가진 로컬이 협력해서 함께 행복해지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지역에서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해 굉장히 고민하는데, 지역과 상생한다는 가치를 가지고 찾아오는 단기 방문객들이 많아지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또, 현실에 기반을 둔 목표라고 한다면 법적인 부분들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야영이나 백패킹 관련 법들이 복잡하고 결국은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자연과 상생하는 아웃도어 문화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결국 자연이 있기 때문 아닌가.

 

Tip: 박선하 대표의 휴가철 추천 여행지

백패킹 초보라면 굴업도를 추천한다. 경관도 좋고, 백패킹 성지 같은 곳이라 다른 백패커들이 많다. 백패킹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도움을 받기도 수월하고, 백패커들을 환대하는 분위기가 있는 지역이라 눈치 안 보고 백패킹을 즐길 수 있다. 또, 워낙 유명한 여행지이지만 제주도도 추천한다. 여행객들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큰 가방을 메고 다녀도 어색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짐 때문에 속도가 느려도 기사분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비양도 같이 백패킹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우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하자면, 보원사지에서 하는 숲속절패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탁 트인 공간에서 숲도 구경하고 고즈넉한 절터의 분위기도 느끼면서 편하게 쉬다가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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