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덜 먹자 심근경색 환자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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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덜 먹자 심근경색 환자가 줄었다
핀란드,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 통해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 낮춰
생활 습관 개선으로 질병 예방 가능해
  • 2022.06.09 12:00
  • by 노윤정 기자
07:13

2019년 4월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해당 연구는 식습관과 질병(비전염성 질병, NCD) 예방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것으로(Health effects of dietary risks in 195 countries, 1990–2017: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7),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식습관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한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 계측 및 평가 연구소'(IHME) 주도로 진행한 해당 연구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의 195개국 만 25세 이상 성인 대상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음식과 관련한 질환으로 조기 사망한 인구수는 1,100만 명(장애보정생존연수 계산 활용. 장애보정생존연수는 전 생애기간 중 질병 등으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손실된 기간을 합산하여 계산). 성인 사망 인구의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사망자 5명 중 1명이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으로 인해 기대수명만큼 생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식습관 지도 및 정보 제공, 이를 통한 식습관 개선으로 사람들의 질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증명한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다.

■ 핀란드는 어떻게 사람들을 심근경색으로부터 구했을까

핀란드는 1972년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노스카렐리아 프로젝트, The North Karelia Project)라는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핀란드는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나라였다. 이유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겠으나, 낙농업이 발달하여 고지방 유제품과 육류 섭취가 많고 채소와 과일 섭취는 적으며, 염장(鹽藏) 보관 문화 발달 등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것도 심혈관 질환 유병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였다.

이에 핀란드 정부가 심혈관 질환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것이 바로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다. 1960년대 후반 핀란드에서는 심혈관 질환 증가와 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연구들로 심혈관 질환 예방에 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북 카렐리아에서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주도하여 북 카렐리아에서의 심혈관 문제를 줄이기 위한 국가 지원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 계획이 수립됐다. 5년 기한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핀란드 전역에서 시행되기에 이른다.(북 카렐리아 프로젝트 한국어판, 한국건강증진재단)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의 핵심은 일상 속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선 핀란드는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다. 일반 우유(Full-fat Milk) 대신 저지방 우유를 마시도록 장려하고, 버터를 대체할 수 있는 마가린 등을 개발해 버터 섭취를 제한했다. 또한 저염식 실천을 위해 다양한 비정부기구와 협력하고, 핀란드 주부단체인 마르타트(Martat)를 통해 각 가정에 저염식 요리법을 전달했다.(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핀란드 노스카렐리아 프로젝트의 성공요인, 서순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핀란드심장협회(FHA)와 핀란드당뇨병협회(FDA)는 영양 및 의학 분야 전문가들의 연구와 핀란드 식품안전청을 비롯한 관련 당국과의 협업에 기반하여 '하트 심볼'(Heart Symbol) 시스템을 개발했다. 2000년 시작된 해당 시스템은 일종의 영양표시체계다. 소비자들에게 식료품(특히 9개 주요 식품군으로 정한 우유·유제품, 유지류, 생선, 육류, 육가공품, 빵·시리얼 제품, 간편식품, 향신료·조미료 소스, 채소·과일·베리 등이 해당)에 포함된 지방, 나트륨 양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제품군 내 다른 상품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하여 심혈관에 좋은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FHA와 FDA가 '심장에 좋은 식품' 기준을 마련하면 기업들이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에 대한 하트 심볼 사용권을 신청하여 사용하는 형식으로, 현재 1,000개 이상의 제품이 하트 심볼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
 

▲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Finnish Institute for Health and Welfare) 홈페이지 갈무리.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
▲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Finnish Institute for Health and Welfare) 홈페이지 갈무리.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

이와 같은 노력에 따라 핀란드 시민들의 버터와 고지방 우유 등의 섭취는 크게 감소했다. 사투 헬라코르피(Satu Helakorpi), 안티 우텔라 (Antti Uutela), 페카 푸스카 (Pekka Puska)의 공동 연구(북 카렐리아 프로젝트-7.건강행동과 관련 요인의 동향)에 따르면, 1972년 북 카렐리아에서 여성의 82%, 남성의 86%가 빵에 주로 버터를 발라 먹는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 그 비율이 각각 4%, 10%로 떨어진다. 핀란드 전역을 기준으로 해도 2000년대 초반 빵을 버터와 함께 먹는 사람은 평균 4% 정도.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 시작 전 북 카렐리아에서 요리 시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인구 비율은 단 2%였으나, 2000년대 초반이 되면 40%가량으로 증가한다.

일반 우유 섭취량도 크게 줄었으며, 대신 저지방 우유와 탈지우유 섭취가 늘었다. 더불어 채소(감자 제외) 소비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이와 같은 식습관 변화는 프로젝트의 목표대로 심혈관 질환 유병률과 사망률을 크게 낮췄다.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 이전의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북 카렐리아에서 남성 10만 명당 약 690명이었다(35~64세 기준, 이하 동일). 핀란드 전역을 기준으로 보면 470명이었다. 이 수치는 2011년이 되면 10만 명당 약 100명으로 크게 감소한다. (The North Karelia Project: Cardiovascular disease prevention in Finland, Erkki Vartiainen)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80% 가까이 낮춘 것이다.

▲ 국민 암 예방 수칙-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수칙. ⓒ보건복지부
▲ 국민 암 예방 수칙-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수칙. ⓒ보건복지부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는 생활 방식과 환경의 변화를 통해 비전염성 질병을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습관 개선 외에 금연 또한 북 카렐리아 프로젝트의 중요한 일부였는데, 그 결과 프로젝트 시작 후 첫 10년간 북 카렐리아에서는 암, 특히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처럼 건강한 습관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독려함으로써 질병 유병률을 감소시키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국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는 암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6년부터 '국가 암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암 유병률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매년 3월 21일을 암 예방의 날로 지정하여 암 예방과 조기 진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국민 암 예방 수칙(암을 예방하는 10가지 생활 수칙)'을 만들어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암은 국내 사망 원인 부동의 1위다.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동일한 성별·연령군의 일반인구와 비교하여 암 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은 꾸준히 증가하여 70%를 넘었다. 하지만 동시에 2020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27%가 암으로 사망했다. 그만큼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있고,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크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관련 기관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이에 관해 핀란드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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