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만드는 '그린 스완', 어떻게 리스크 관리 넘어 긍정적 임팩트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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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만드는 '그린 스완', 어떻게 리스크 관리 넘어 긍정적 임팩트 만들까?
임팩트 투자사 'HGI' 남보현 대표·김진주 상무, 스타트업 '씨위드' 이희재 대표 인터뷰②
  • 2022.04.20 17:05
  • by 노윤정 기자
16:48

녹색 백조를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이라는 말은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의 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린 스완>의 저자 존 엘킹턴은 여기에 '해결책'의 개념을 더하여, 그린 스완을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이자 해결책'으로서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을 모두 아울러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라이프인은 4월 한 달간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 위기로서의 그린 스완과 지속가능한 미래 경제 모델로서의 그린 스완을 모두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①에서 이어짐)

▲ 에이치지 이니셔티브(HG Initiative, HGI)의 남보현 대표와 김진주 상무. ⓒHG Initiative
▲ 에이치지 이니셔티브(HG Initiative, HGI)의 남보현 대표와 김진주 상무. ⓒHG Initiative

기관투자자들에게 ESG와 관련한 비재무적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HGI는 ESG 투자라는 관점에서 비재무적 요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투자에 반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보현: HGI는 비즈니스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의 증대가 분리되지 않고 통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팩트 창출에 강한 의지를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 '임팩트 투자'는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단순히 ESG 관련 지표의 기준점을 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통해 이해관계자 및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다. 즉, 가장 적극적이며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HGI는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인지 검증한 후에 투자하고, 투자 이후에는 해당 기업의 긍정적인 임팩트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돕는 '지속가능성 관리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구축하여 활용하고 있다. 기업이 실질적이고 정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핵심 지표(Killer Index)를 중심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적하되 기업의 성장 단계, 시장 상황, 기업의 상황 등에 따라 적절한 프로세스를 적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투자팀'은 지속가능성의 잠재력을 검증하고 판단하며, '투자 관리팀'은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비재무적 리스크를 함께 관리하고, '지속가능성 위원회'는 투자의 전 과정에서 비재무적 요소들을 확인하고 관리한다.

금융기관과 투자사들의 ESG에 대한 관심 증대는 기후위기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투자를 심사, 집행, 관리할 때 기후 변화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김진주: 기후위기 리스크 관리를 위해 투자 심사 과정에서 환경 측면의 이행 리스크(Transition Risk)가 있는 회사들을 스크리닝한다. 예를 들어 유해 폐기물 관련 논란이 있었거나 석탄 베이스 재화 중심의 회사 등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 투자 이후에는 관련 컨트러버셜 이슈(Controversial Issues)가 발생하지 않는지, 자원 남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마일스톤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며 관리해 나간다.
창업 초기 기업과 이미 성장하여 변곡점을 지난 회사의 리스크 관리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HGI처럼 상대적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의 경우, 기후위기와 관련된 섹터나 아이템 관련된 투자처를 발굴하고, 해당 기업의 창업팀이 기후위기 및 환경 관련 이슈를 어떻게 인지하고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주로 살펴본다. 후기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리스크 헷징 측면에서 기후위기라는 변수에 의해 사업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될지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에 집중하여 관리를 실행한다.

▲ 이희재 씨위드 대표. ⓒ씨위드
▲ 이희재 씨위드 대표. ⓒ씨위드

기후위기 리스크와 관련하여 사업의 성과를 평가·측정하는 기준 혹은 지표는 무엇인가? 씨위드가 만드는 가치를 정량화하여 평가하고 있다면 어떤 지표로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이희재: 배양육 생산을 통해 대체할 수 있는 도축육우의 수가 기초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진 않지만 추후 예상되는 생산량을 산출하여 얼마나 많은 수의 소를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배양육이라는 최종 산물뿐 아니라 사용하는 모든 소재와 공정을 통해서도 환경에 이로운 작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배양육을 많이 만들려면 조류(Algae)를 많이 키워야 하는데, 조류는 지구상에서 광합성 효율이 제일 뛰어난 개체로서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포집하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에 탄소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 블루 카본(Blue Carbon, 전 세계 해양 생태계의 작용으로 인해 흡수되는 탄소)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육상 식물의 탄소 절감 효과는 정량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해조류에 의한 블루 카본 효과는 차지하는 면적·효율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정량적으로 수치화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해조류를 활용한 탄소 절감 효과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이에 씨위드는 배양육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해조류와 미세조류의 양을 계산하고 이를 통해 저감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 또한 정량화하여 평가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가져오는 시스템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 금융산업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금융의 기능이 있다면?

남보현: 금융에서 만드는 규제와 인센티브는 산업 전반을 바꿔 나갈 수 있다. 먼저, 인류와 미래 세대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 자원을 파괴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온 기업들에 이제는 책임지고 빚을 갚아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국내 금융 그룹들이 '탈석탄'을 선언하고, 국내외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포하는 것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금융은 수익만을 위한 투자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기업들이 비즈니스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강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요구하는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소비자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해 나가는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그를 통해 녹색 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론이다. 

이희재: 탄소배출권 거래제(ETS)가 좋은 예시일 것 같다. 지금은 탄소 배출 의무 감축량을 정해 놓고 그 기준을 초과하면 배출권을 구매하고, 기준치 이하의 경우 나의 권리를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배출뿐 아니라 능동적인 저감량에 대해서도 정량화·수치화할 수 있는 평가 측정 도구가 등장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할 것이고, 기업들도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전반적인 기업 영업 과정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정량화·수치화 평가 측정 도구에 금융 기능이 결합한다면 변화를 가속할 수 있다고 본다. 즉, 탄소 자체를 하나의 화폐 단위처럼 여기도록 만들면 환경과 금융을 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린 스완을 이야기하는 사람 중 다수가 지속가능한 경제·환경·사회 시스템을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기존의 비즈니스 및 투자 개념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 혹은 투자사 입장에서 비즈니스·투자를 할 때 바뀌거나 버려야 하는 구체적인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남보현: 기업이나 투자자나 현 상태를 명확히 인지하고 환경에 대한 투자를 실행해야 한다. 사업적으로 중장기별 기후 리스크 및 기회를 발견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단기적 선택을 하면 그린 워싱(Green Washing) 사례가 생기게 된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판단해 나갈 것이다. 기업들이 효과를 과장하거나 기업 이미지를 각색하는 것, 투자자들이 거짓으로 친환경을 표방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ESG 기업들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도록 명확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부터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한 투자를 실행할 수 있어야 기업들에 진실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희재: 아마도 그린 워싱이 아닐까. 소비자들은 높은 신념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제품 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용기 위에 종이로 재포장하거나 플라스틱 필름이 코팅된 종이를 사용하는 경우가 그러한 사례가 될 것이다. 무라벨 페트,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는 짧은 뚜껑, 재생지 활용 완충재 등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포스트 코로나·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는 사업 전략이나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남보현: 새로운 기술과 기술적 혁신이 나타나는 주기가 짧아지고 그 파급 속도도 빨라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사회 문제와 이를 야기하는 복잡한 원인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의 구조를 더 급속히 변화시켰고, 동시에 미처 솔루션을 준비하지 못했던 사회 문제 영역의 민낯을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인한 의료 인프라의 부족뿐 아니라, 환경·교육·문화·일자리 등 사회 전반에서 많은 문제들이 빠르게 생겨났다.
HGI는 기존에 정의되고 가시화되어 있던 사회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문제의 양상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사회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를 실행해 나가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HGI의 지속가능성 투자 정책을 연구하고 실행해 나가는 '지속가능성 위원회'에서 영역별 리서치를 적극적으로 실행하여, 사회 문제를 올바르게 직시·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 가능한 솔루션들에 대한 투자를 적극 실행해 나갈 것이다.

이희재: 씨위드는 배양육 회사이기 때문에 배양육의 상용화를 우선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 배양육의 주요 소재인 해조류와 미세조류의 대량 생산·수급에 관한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 탄소 배출 및 절감에 대해서 정량화를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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