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로컬에 살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는 마을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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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로컬에 살다]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는 마을을 꿈꿔요"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인터뷰②
  • 2022.04.13 18:21
  • by 노윤정 기자

왜 사람들은 지방을 떠날까? 왜 청년들은 서울로 향할까?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해왔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학교를 비롯한 지방의 여러 기관과 조직도 지역으로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삶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서울만을 '정답'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고, 정말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답을 이미 지역에서 마을을 새롭게 만들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청년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서울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인터뷰①에서 이어짐)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라이프인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라이프인

청풍의 사업은 내부 구성원들이 느낀 필요에 의해서 시작한 일이 발전되고 확대된 경우가 많은 듯하다.

맞다. 요즘도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건 지역사회에 이런 식으로 좋잖아, 이런 의미가 있잖아'라고 말하다가도 '우리 순리대로 가자, 천천히 생각해 보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순리'라는 말이 재미있다.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것만은 꼭 지키자고 정해 둔 기준이 있나?

청풍이라는 조직의 목표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계속 점검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청풍이 커지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개인이 성장하고 있는지, 조직의 성장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점검한다.

개인의 성장 위에서 조직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이 이상적인 조직·공동체의 모습인 것 같다. 청년 세대 중에는 '공동체'의 필요성 혹은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청년으로서 '공동체'라는 말에 갖는 소회가 있다면 무엇인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강화 유니버스 사업을 하면서 '듣는연구소'라는 곳과 함께 사업의 진행 방향과 강화 유니버스 안에서의 생활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협력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회적 자본의 형태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예전의 공동체는 결속적인 사회 자본을 추구했다. 그래서 친목에 의한 관계를 맺고,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함께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개인은 조금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연계형 사회 자본을 추구한다. 느슨한 관계를 맺으면서 공동의 가치관과 지향을 천천히 따라가고, 당장의 목표가 아니라 먼 방향을 함께 바라보며 같이 걸어가고 있다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동체는 이런 형태가 아닐까 싶다.
지역에서 살다 보면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없는 등 인프라의 문제도 있지만, '왜 멀쩡히 대학까지 나왔는데 이런 시골에 와 있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젊은 여성들은 자신보다 20살 이상 나이가 많은 남성과의 소개팅을 주선 받는 식으로 성 감수성이 떨어지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럴 때 친구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 그런 감수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살고 싶을 때, 옆에 동료가 있으면 조금 더 쉽고 안전한 방향으로 이룰 수 있다.
 

▲ 건물 2~3층에 위치한 아삭아삭순무민박 내부 모습.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강화 유니버스의 '뉴로컬 키워드 11'이 전시돼 있다. ⓒ라이프인
▲ 건물 2~3층에 위치한 아삭아삭순무민박 내부 모습.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강화 유니버스의 '뉴로컬 키워드 11'이 전시돼 있다. ⓒ라이프인

지역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강화 유니버스 사업을 하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지역의 모습을 '뉴로컬 키워드' 11개(로컬, 주체성, 존중, 다양성, 소통, 재발견, 생태, 환경, 안심, 즐거움, 연결)로 정리했고, 키워드들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외부로 발신했다. 그리고 거기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방문했고, 그로 인해 변화된 모습들도 있다. 예를 들면, 강화 안에는 비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식당들도 많다. 그런데 강화 유니버스에 온 분들이 식당을 방문해서 고기는 빼 달라, 우유는 빼고 달라고 계속 말을 하다 보니까 비건 옵션이 되는 식당과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은 동네 마라탕집을 갔더니 사장님이 '너희 중에 고기 안 먹는 사람도 있지? 그러면 버섯으로 꿔바로우 만들어 줄게'라고 하셨다. 이런 식으로 마을이 바뀌는 것이다. 
또, 우리는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웰컴 퀴즈'를 풀도록 한다. '다음 중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올바른 인사는?' 이런 문제를 내고 '내가 나이 많은 것 같으니까 반말할게', '네 이름 진짜 웃기다', '몸매가 좋으시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이런 선택지를 준다. 너무 당연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문제들을 퀴즈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섬에 머무는 동안 서로 경어를 사용하고 서로 존중하겠다는 내용의 짧은 '약속문'을 공유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반말을 하려다가도 '아 여기에서는 존댓말 해야 하지'라면서 자기 행동을 점검하게 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스며들도록, 재미있는 전달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의 삶을 바라는 현실 속에서, 강화에서의 삶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대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다가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하는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이 이곳에 많이 오는 듯하다. 그래서 강화에서는 조금 더 주체적으로,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지 않고 나에게 맞는 삶의 속도를 실험해 보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고, 강화에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수도권을 떠나 원하는 지역에서 살 수 있으려면 무엇이 기반이 돼야 할까?

강화 유니버스 선행연구를 진행했을 때, 사람들이 지역에서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꼽은 것이 관계, 정서, 생계, 공간이었다. 일자리(생계)와 집(공간)만 있다고 해서 그 지역에 마음 붙이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같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과 동료, 이 지역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정서와 외부인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는 지역의 정서 같은 요소들도 필요하다. 지역을 위한 정책을 봐도 지금은 창업 교육, 주거 지원 등 당장의 이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나 정서, 이주민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지역의 분위기 같은 것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청풍은 강화 유니버스 사업을 하면서, 외부에 살지만 계속 강화를 오가며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링커(linker)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나도 이주하기 전까지 6개월 동안 강화도를 오가며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렇게 탐색의 시간을 보내는 인구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정책을 설계할 때는 일정 기간 동안 몇 명이 이주했는지 같은 단기적인 성과와 이주의 숫자에 집중하는 것 같다. 지역에서 좋은 경험을 얻고,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지역과 자기 삶의 서사를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화도에서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사람들이 지역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기를 바라고, 강화도가 자신이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편하고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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