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로컬에 살다] 강화도에 청년들이 모였다, '강화 유니버스'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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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로컬에 살다] 강화도에 청년들이 모였다, '강화 유니버스'가 생겼다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인터뷰①
  • 2022.04.13 17:47
  • by 노윤정 기자

왜 사람들은 지방을 떠날까? 왜 청년들은 서울로 향할까? 우리 사회는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해왔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학교를 비롯한 지방의 여러 기관과 조직도 지역으로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삶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청년들이 서울만을 '정답'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고, 정말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답을 이미 지역에서 마을을 새롭게 만들고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청년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라이프인은 서울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협동조합 청풍에서 운영하고 있는 펍 '스트롱파이어'(1층)와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2층). ⓒ라이프인
▲ 협동조합 청풍에서 운영하고 있는 펍 '스트롱파이어'(1층)와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2층). ⓒ라이프인

서울에서 차로 1시간 30분가량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섬, 강화. 그만큼 서울과 가까운 곳이지만, 지역 사정은 전혀 다르다. 서울이 밀집한 인구로 몸살을 앓을 때 강화도는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 됐다. 주된 원인을 꼽자면 청년 인구의 감소. 청년들은 강화도를 떠나 서울로 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연고지를 떠나 강화로 온 청년들이 있다. 바로 5명의 청년이 모여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협동조합 청풍(이하 청풍)의 이야기다.

청풍은 2013년 풍물시장에서 문을 연 화덕 피자집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청년 3명이 모여 재래시장에서 피자를 팔고 강화에서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시장 사람들, 나아가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며 마을에 점점 더 스며들었고, 사업 내용을 수정하고 확대하며 현재는 펍 '스트롱파이어'·로컬 편집숍 '진달래섬'·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과 같은 공간 운영, 로컬 문화 기획, 로컬 콘텐츠 제작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강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마을을 만들었다.

이처럼 강화살이 10년 차가 된 청풍의 활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지역 안에서 청년들이 잘 놀고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기반과 안전망을 만드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화도를 청년들이 좋아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 가는 곳, 청풍의 김선아 이사를 만나 청풍과 청풍이 바꾼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라이프인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라이프인

강화도에 놀러 왔을 때 청풍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꼈고, 그걸 계기로 자주 강화도를 왕래하다가 청풍의 멤버가 됐다고 했다. 어떤 모습에 마음이 끌렸는지 궁금하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서울에서만 살았다. 그래서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서울 안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삶을 바라면서 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또래 친구들이 모여 사는 걸 보면서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이런 모습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실감했다. 그리고 청풍이 협동조합이다 보니까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운영을 원칙으로 한다. 서울에서 수직적인 위계가 있는 조직 문화 속에서 일할 때는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리한 문제가 있을 때 수평적이고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 문화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서 일하기로 마음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청풍에서 일해보자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일단,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원가족에서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런데 서울은 아주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비용을 지출해야 되는 곳이지 않나. 그래서 쉽게 독립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화에서는 생계 비용 지출이 적다. 특히 의식주에서 '주'가 보다 저렴하게 해결되기 때문에 선뜻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청풍이 강화에서 이미 다져 놓은 기반이 있으니까, 여기에서 먹고 살 방법도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래서 1~2년 정도 일하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자고 생각하고 왔다. 사실 체류 기간을 짧게 생각했기 때문에 더 쉽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새 강화에 온 지 5년이 돼 버렸다.(웃음) 지금도 평생 여기에서 살면서 지역을 바꾸겠다는 대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여기에서 오래 살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동네가 변해 가는 것을 보고 싶다. 조금 더 지역에 애착이 생기고 스스로 '나는 강화사람이야'라고 여기게 됐다.

처음 강화도에 올 때 꿈꾸던 모습이 있었다면? 그리고 실제로 경험해본 강화도에서의 삶은 어떤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적게 일하고 적게 벌면서 내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일하면서 휴식도 취하다가 서울로 돌아가자고 여겼다. 그래서 초반에는 재미있게 지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여기는 도시처럼 많은 자본이 있거나 생태계가 잘 조성된 곳이 아니다. 삶을 계속해서 이어 가려면 나름대로 굉장히 치열하게 만들어 나가야 되더라는 뜻이다. 마음 편하게 적게 일하면서 지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웃음) 그 사실이 단점이자 장점일 수 있다. 치열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지만, 그만큼 내 삶을 스스로 꾸려 나간다는 주체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서울에서 살 때의 나는 월급 받으면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와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일들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지역과 지역에 오는 청년들을 생각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관점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나?

도시, 특히 서울은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으니까 그 인프라로 해결되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고양이를 키우더라도 도시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동물병원이 있고, 필요한 용품들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하니까 관계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다. 고양이가 아프면 밤이라도 나를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다 줄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친구, 관계가 생기는 경험을 하면서 관계 중심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지역 사람들과 만나고 친구가 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 '잠시섬' 프로젝트 포스터. ⓒ협동조합 청풍
▲ '잠시섬' 프로젝트 포스터. ⓒ협동조합 청풍

'강화 시골가게전', '잠시섬'처럼 로컬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엇인가?

모든 프로그램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환기시켜주기 때문에 사실 모두 기억에 남는다. 잠시섬 같은 경우 2017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일정 기간 동안 강화도에 머물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지역을 탐색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면서 매일 저녁에 참가자들끼리 그날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새 소리를 많이 들어서 좋았어요', '책방 사장님이 아삭(아삭아삭순무민박을 지칭하는 말)에서 오셨냐고 물으며 먼저 말을 걸어주셨어요' 같은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나도 '맞다, 나도 여기에 단골 가게들이 있고 가게 사장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지', '여기 자연경관을 내가 좋아하지'라고 새삼 잊고 있던 사실을 환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살다 보면 가끔 고립감을 느낄 때도 있고 또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계속 외부의 친구들을 초대하는 기획을 하는데, 그런 기획들을 통해서 새로운 에너지도 얻고 여기에서 사는 것이 참 좋다고 계속 환기를 하게 된다.

강화 유니버스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유니버스'라는 이름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일단 개별 단위 프로젝트들을 연결하여 '마을' 단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이 있다. 또,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라고 이름 지은 것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고 그렇게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함께 모였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래서 꼭 강화 안에서 살지 않더라도, 우리와 계속 연결되고 우리를 응원하며 협업하는 사람들 모두 우리의 이웃이다. 강화 유니버스에서는 '연결의 고리'를 중요시한다. 외부에서 친구들이 왔을 때 강화라는 지역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외부자로 머물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하기도 하고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하면서 '관계'가 만들어지게끔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아삭아삭순무민박에 왔던 분들도 청풍 멤버나 강화 유니버스 사업단뿐만 아니라 동네의 감자탕집 사장님, 책방 사장님 같은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다시 강화도를 방문한다. 그렇게 마을에서 한 명 한 명이 호스트 역할을 하는 방식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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