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터뷰]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밀, 그 안에서 탄생한 소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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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터뷰]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밀, 그 안에서 탄생한 소주를 만나다
진맥소주를 만드는 ‘밀과노닐다’ 박성호 대표 열린 인터뷰
  • 2022.03.30 17:59
  • by 정화령 기자
06:59

라이프인은 3월 기획 ‘기후위기와 우리밀’을 주제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다양한 소식을 전했다. 지난 3월 29일, 기획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기후위기 시대 우리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주'하면 여전히 식당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녹색병이 떠오른다.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쉽게 접하는 대부분의 소주는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 사탕수수 등을 증류한 에탄올에 식품첨가물과 물을 넣어 희석해서 만든다. 코로나로 회식 자리는 많이 사라져 예전만큼의 소비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저녁 식탁에 단골 메뉴이다. 

하지만 또 다른 소주도 있다. 청와대 만찬 술로 유명한 '문배주'나 안동 지역의 '안동소주'는 증류 방식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소주로 익히 유명하다. 또한, 최근 가수 박재범은 '원소주'라는 증류식 소주를 출시했다. MZ세대에게 관심을 얻은 원소주는 팝업스토어에서 판매개시 당일에 2만 병이 '완판'되며 SNS상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맹개술도가 홈페이지

그리고 낯설지만 우리밀로 만든 소주도 있다. 안동 맹개마을에서 생산되는 '진맥소주'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세계 증류주대회 SFWSC(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 소주 부문에서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골드등급을 받아 '더블골드 메달'을 획득했다. 양조장 '맹개술도가'에서 진맥소주를 만드는 '밀과노닐다'의 박성호 대표를 모시고, 우리밀을 지켜가며 좋은 술을 만들어 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급률 1% 미만 우리밀, 그중에도 생소한 밀소주가 탄생하기까지

매일 밀을 먹는데도 밀에 관심이 너무 없어 늘 속상했는데 이런 자리가 생겨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로 시작한 박 대표는 2007년 귀농을 했다고 한다. 16년째 전업으로 밀 농사를 지어왔고, 2018년부터 술을 담갔다.

오랫동안 밀 농사를 지으면서 소득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밀가루에서 밀쌀, 제빵으로 종목을 여러 차례 바꾸고 밀밭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체험과 숙박 서비스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건 술이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밀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밀기울)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누룩을 만들어 술을 빚으면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자연순환 농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박 대표는 "안동 지역이 소주라는 문화 자산을 다양화하고 싶었다. 소주는 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보리나 밀‧호밀‧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한다. 예전에 독일 유학 당시 접했던 다양한 술의 경험을 떠올려 시도하게 됐다"고 밀소주가 태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 밀과노닐다 박성호 대표. ⓒ박성호 대표 SNS
 ▲ 밀과노닐다 박성호 대표. ⓒ박성호 대표 SNS

■ 기후위기와 우리밀 이야기

농업 부산물을 줄이기 위해 술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제조 후에는 술지게미 같은 부산물이 또 생겨난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지 많이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밭 일부분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시도를 하는 등,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농업이 맹개마을의 기본 방향이다. 

기후변화는 밀 농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겨울에도 눈이나 비가 오지 않거나 봄에 폭우가 내려 몇 년째 밀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박 대표는 "밀은 겨울 황량한 들판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안겨준다. 그곳에 벌레나 새들이 와서 남아 있는 곡물 씨앗을 먹고 자연으로 되돌려준다. 그런 점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작물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쌀을 재배하기 위해 물을 대고 밭을 고르는 작업을 하는데, 인위적으로 밭을 조성하면서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반면에 밀은 별다른 에너지 없이 비어있는 밭에 씨를 뿌리고 지켜보면 자라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훨씬 적다. 화학비료도 훨씩 적게 들어가니 겨울에 자라는 우리밀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 체험농장 밀그리다 전경. ⓒ밀과노닐다 홈페이지
 ▲ 체험농장 밀그리다 전경. ⓒ밀과노닐다 홈페이지

■ 우리밀이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2

밀 소비는 크게 늘어났는데 우리밀 소비처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공과정의 품질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밀이 건강한 먹거리이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구매하는 많은 단체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품질이다. 이제 밀 원곡의 품질은 상당히 높아졌는데, 우리밀을 취급하는 작은 공장에는 사용처 별로 세분화한 도정 시설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수매에 힘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가공설비에서 밀가루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제 글루텐이나 단백질 함량은 수입산 밀과 별반 다르지 않고 가공 상품에 맞는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양조용으로 농진청과 개발한 '우주'라는 품종이 있는데 누룩이 잘 활성화되고 향이 좋다"면서 "밀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의 술 향을 만든다. 다양한 국산밀 품종이 술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보여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맹개술도가에서 사용하는 밀이 기존에 재배하던 양으로는 부족해서 올해부터는 밀 수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밀을 많이 필요로 하는 가공업체를 발굴하는 것 또한 밀 소비를 촉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와 대담 형식의 인터뷰에 후에는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소주 외에 다른 술을 만들 계획에 대해서는 "술은 전문성이 중요하다. 경험이 있으니 욕심이 나지만, 맥주에 저보다 훨씬 전문적인 분들이 계실 거라 본다. 주변에서 필요하다면 열심히 돕겠다"고 답변했고, 이모작으로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에는 "밀 농사 후에 7월 말부터 메밀을 심는다. 그런데 밀 심는 시기와 겹쳐, 때로는 메밀 수확을 포기할 때가 있다. 하지만 화학비료 없이 밭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모작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밀 소비 현황에 관해서 "우리밀 자급률이 0.7% 정도인데, 수확에 비해 소비가 적어 밀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생협 등에서 열심히 소비하고 있지만 제가 소주를 만들 수밖에 없던 상황처럼 밀 농사가 소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밀은 남아돌고 일부에서는 좋은 밀을 찾지 못하는 괴리감이 있다. 생산지에 그런 부분을 채우는 역할을 해 줄 사람도 필요하고, 소량 구매처를 찾아 중개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 박성호 대표.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온라인화면 갈무리
▲ 박성호 대표.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온라인화면 갈무리

이날 참가한 후원회원과 일반 독자들은 "맹개마을에 꼭 한번 놀러 가고 싶다", "우리밀과 그걸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는데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는 소감을 나누며 열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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