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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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라이프인ㆍ생명안전시민넷 공동기획_안전 칼럼] 하인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와 대안
  • 2018.03.23 16:23
  • by 라이프인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지난해 1월 전주와 11월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고, 전국적인 애도의 물결로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밝혀지고, 1인 시위가 진행되었다. 애도의 목소리가 큰 흐름으로 확대되면서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현장실습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제도는 폐지에 준하는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도입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현장실습제도로 재설계 돼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현장실습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이 노동의 가치를 느끼는 과정”이어야 하며, “현장실습이 학생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주면서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진정한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 이민호님이 사망한지 120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인사들은 사라지고 차일피일 후속조지를 미루는 이들만 남았다.

전혀 새롭지 않은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방안」

교육부는 특성화고 학생의 현장실습 관련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선방안을 내왔다. 지난해 12월 1일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고교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취업률 성과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발표 했다. 마치 모든 형태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덩달아 언론의 보도 내용은 교육부 의도대로 흘러갔다. ‘현장실습 없애면 취업은… 특성화고 학생들 멘붕’, ‘직업계고 근로형 현장실습 전면폐지… 우려 시선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나섰다. 교총 논평을 통해 ‘50년 넘은 현장실습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폐지시 학교 및 산업 기반을 흔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권리연합회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을 요구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 ‘특성화고 학생들을 지켜주세요!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을 하는 등 여론은 왜곡되어 갔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의견을 보면 “조기취업을 막는다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특성화고 진학의 이유가 사라집니다.”, “3학년 동계방학 전후부터 원서를 쓰게 된다면 선생님과 학교에서 취업을 위해 제공하는 각종 권리와 기회를 무참하게 박탈”당하게 되며, “대다수의 특성화고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의 신분이 될 수 있다.”면서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저희 특성화고 인원이 몇 명입니까? 그 중 사고 나는 사람이 교통사고 나시는 분들보다 적습니다. 그런데 다수의 의견을 무시 한 체 극소수의 의견만으로 현장실습을 폐지하다니요.”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놓고 조기취업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자하는 ‘학습중심의 현장실습’이 아니라 빨리 취업 나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학생들 이야기 어디에도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존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점이 바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중단하고,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특성화고 교장, 취업부장 등 일부 교사와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2월 22일 “충분한 의견 수렴 부족 및 사회적 여건 미성숙 등으로 일부 반발 및 우려 상존”과 “획일적인 동계 방학 이후 취업은 오히려 취업률 저하로 이어져 특성화고의 정체성이 사라질 우려 팽배”,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할 만한 유인 부족” 등을 이유로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내어놓은 방안은 사고 이후 발표되었던 기존 정책의 되풀이에 불과하다. ‘조기 취업 형태의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상은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내어 놓았다. 현장실습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몇 가지 방책을 제시했을 뿐, 저소득층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조기 취업 욕구를 빙자하여 어떻게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성찰이 여전히 미흡한 탓이다.

이번 교육부 방안은 ‘학습중심 현장실습’ 방안이 아니다. 학습중심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화 계획이 빠진 현장실습을 빙자한 취업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교육부 방안은 길게는 15년, 짧게는 2017년 한 해 동안 현장실습의 시기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제도의 본질적인 측면을 비판하면서 산업체 현장실습 폐지와 대안을 요구해왔던 민주노총, 전교조,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와 현장실습대책회의 등 교육・노동・시민단체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방안이다.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만한 계획은 전혀 없는데 다시 산업체로 내보내 3개월간 그것도 ‘취업준비기간’이라는 이름으로 ‘학습중심 현장실습’을 하겠다니.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학교에서 사교육 시장에 학생을 맡겨 놓고 공부 잘 시키나 감시만 하겠다는 말인가. 취업준비를 학교가 아닌 산업체에서 맡기겠다니 특성화고등학교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실습은 실습이고, 취업은 취업이지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고 이름만 바꿔치기한다고 본질을 가릴 수 없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고장 난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제도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실습’,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을 노동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킬 것은 지키는 현장실습, 배울 것이 있는 현장실습, 앞으로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될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현장실습, 직업교육을 통해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 가기위한 탐색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현장실습이 되어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장실습보다 더 필요한 것은 노동인권교육이다, 취업을 몇 달 앞당기는 것 보다 앞으로 평생 노동자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학생들에 대한 노동인권교육과 함께 교사와 관리자 연수 프로그램에 노동인권교육을 배치하는 등 교사들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특히 요구된다. 그리고 학부모들에 대한 노동인권교육 계획도 수립되어야 한다.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에 노동인권교육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시민사회가 나서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에게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은 당장 중단을 선언하고 그 대안 마련을 위한 테이블을 구성하라’고 요구하자. 고장 난 자동차, 매뉴얼대로 운행이 이루이지 않고 안전사고가 잦은 자동차는 즉각 운행을 멈추어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가 있다.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고장 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제도의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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