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지역을 살리려면?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위한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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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로 지역을 살리려면?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위한 고민들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 24일 개최…주제는 '고향사랑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
  • 2022.02.28 16:30
  • by 노윤정 기자
▲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고향사랑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이 24일 오후 열렸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고향사랑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이 24일 오후 열렸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논의되어 온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3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고향에 대한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가 기부금을 통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직접 기부를 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취지와 운영 방식을 살펴보고 정책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서, '공정관광포럼 제2회 월례포럼-고향사랑기부금법과 관계인구 유입'이 24일 오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위한 조건? 매력적인 지역 자원 발굴 및 홍보 전략 필요

▲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법에 관해 설명하고, 이 법이 본 취지대로 지역생산 및 지역관광 활성화와 관계인구 확보에 기여하기 위해서 논의해야 하는 부분들을 짚었다.

우선 고향사랑기부금법을 살펴보면, 고향사랑기부금은 개인이 기부주체로서 주소지를 제외하고 원하는 어떤 지자체에든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세제혜택(세액공제)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법인은 기부할 수 없으며, 개인 기부금 연간 한도액은 500만 원. 지방정부는 기금을 별도로 설치하여 기부금을 주민복리 증진 등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모집 및 홍보는 단체 홍보만 가능하며 개별 접촉을 통한 모금은 금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 재원의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지하고 있다. 그런데 고향사랑기부금법이 시행되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또 다른 재원 확보 방안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염 교수는 '수평적인 재정확충 방안'이라고 표현하며 "이 주머니(고향사랑기부금법으로 확보되는 재정)는 가만히 있어서는 채워지지 않는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굉장히 새롭고 지방정부 역량이 강조되는 재정 운영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기부 유도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량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어 염 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정책 목표를 ▲농어촌 지자체의 세수 확충에 기여 ▲대도시와 농어촌 간 세수격차(재정격차) 개선 ▲농어촌 지역경제 활성화 및 향토산업 육성 ▲지방소멸 억제(인구유입 촉진) ▲애향심, 포용적 성장 의지 고취 ▲지방경영시대 특성 발휘: 지자체 간의 경쟁 촉진 ▲기부자와 지자제 간의 직접적 연결고리 형성: 지자체가 기부자의 의사 존중(신뢰관계 형성) 등으로 설명했다. 특히 염 교수는 이 중 가장 핵심적인 목적으로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와 그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을 꼽았다.

또한, 관계인구 증대 역시 고향사랑기부금제의 주요 정책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관계인구'란 무엇일까. 염 교수는 관계인구에 관해 일본의 연구를 들어 설명하며 "지역에 새롭게 이주한 '정주인구'나 여행이나 관광으로 방문하는 '교류인구'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왕래하며 후원도 할 수 있는 제3의 인구를 말한다. 일본에서 지방소멸 대응책의 일환으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2011년 시마네현에서 시작한 '시마코토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이 관계인구의 효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도쿄에 사는 시마네현 출신자들에게 고향을 알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알아보기-체험하기-계획 세우기' 등 3단계로 기획됐고, 83명의 수료생 중 18명이 시마네현으로 이주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조정제도 등 중앙정부에서 시행하는 톱-다운(Top-down, 상명하달) 방식과 지방정부의 독자적 바텀-업(Bottom-up, 하의상달) 방식의 노력이 병행된다는 특징이 있다. 기부금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의 전략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염 교수는 지방정부가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서 ▲출향민 통계 파악 및 해당 지역에 관심 있는 외지인 파악 ▲기부금 유치를 위한 매력적인 지역 홍보 및 사업계획 제시 ▲경쟁력과 차별성 있는 답례품(향토특산물) 발굴 및 개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염 교수는 플레이스-마케팅(Place-marketing) 전략을 강조하며 "지역을 하나의 상품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고향을 다시 찾도록 하고(귀향·귀촌) 지역 방문객을 유치하는(관계인구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방정부가 지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자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상품화하고, 자원이 없다면 새로운 관광자원 및 상품을 발굴하는 등의 '지기지피(知己知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기부자를 설득하여 기부금을 유치하고 관계인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 일본의 고향세,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FTJ) 매니저.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FTJ) 매니저. 온라인 화면 갈무리.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이연경 페어트래블재팬(FTJ) 매니저는 '고향세를 활용한 지역문제 해결사례'를 주제로 하여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 격인 일본 사례를 전했다.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본의 고향세는 한국의 고향사랑기부금과 취지나 정책 목표, 기부에 대한 인센티브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운영 방식에서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 우선 일본 고향세의 경우 자신이 사는 지역에도 기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일본은 각 지방정부가 기부금 유치를 위한 홍보를 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크지 않다. 이 매니저는 "한국은 홍보 면에서 제약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모금하는 것을 제한하는 형태로 시행령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은 공공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홍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를 위해서는 홍보를 위한 창구, 즉 플랫폼이 필요하다. 홍보 플랫폼은 크게 지방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플랫폼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전문 역량을 갖춘 민간기업의 플랫폼이 높은 모금력을 보인다. 일례로 고향세 모금력 1위에 해당하는 곳은 라쿠텐이라는 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라쿠텐 후루사토납세)으로, 라쿠텐은 자사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층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기에 효과적으로 홍보가 이루어졌다.

또한 이 매니저는 고향세 이용자의 경향을 조사한 설문 결과를 전하며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고향세에 대한 인지도는 91.3%, 답례품이 없는 GCF(Government Crowd Funding, 정부 크라우드펀딩) 형태의 고향세에 대한 인지도는 52.0%로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또한 고향세를 어디에 납부했느냐는 질문에 '자신과 상관없는 지자체에 기부했다'고 답한 사람이 64.5%다"고 납세 경향을 설명했다. 또한 여행 경험이 있는 지자체에 기부한 경우도 24%에 달한 터. 이를 통해 기부 행위에는 애향심보다 답례품과 지역의 가치가 얼마나 와 닿았는지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의 GCF 활용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매니저는 육아 지원과 정주인구 유인에 집중한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쵸(北海道 上士幌町),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관광업계를 지원하고 답례품으로 지역 소상공인 상품을 연계한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神奈川県 鎌倉市), 지역 명산의 시설을 정비해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한 나가노현 고마가네시와 치노시(長野県 駒ケ根市/茅野市), 침체된 지역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고향세를 활용한 야마가타현 덴도시(山形県 天童市), 지역 NPO인 피스윈즈재팬 활동과 연계한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초(広島県 神石高原町) 등 참고할 수 있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이 매니저는 공정여행을 하나의 솔루션으로써 접목하여, 빈집을 활용한 커뮤니티 호텔 시이노모리(思惟の森) 등 페어트래블재팬이 운영한 고향세 사례도 전했다.

▲ⓒ https://www.furusato-tax.jp/
▲ 일본 '고향세 포털 사이트' 홈페이지 화면. 과일, 고기, 쌀부터 고가의 진주목걸이, 지역 관광티켓까지 다양한 답례품을 선보인다. [이미지 캡쳐 = https://www.furusato-tax.jp/]

그는 "일련의 과정들이 공정관광 상품을 만드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들과 해결해야 할 것들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타깃을 설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원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단순히 좋은 답례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답례품에 어떤 가치를 담아낼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서 참여하는 사람들도 지역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관계인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고향세가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한 자유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답례품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했는데, 임지헌 강원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답례품을 제공하는 구조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를 표하며 일본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를 물었고, 고경곤 대전관광공사 사장은 "애향심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답례품 등을 목적으로 기부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염 교수는 "일본에서도 처음 시행할 때는 답례품 개념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고향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걸 극복하고자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답례품 아이디어를 냈고, 그다음부터 답례품 제공에 불이 붙었다. 어찌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나는 사실 고향사랑기부금법에 아직 답례품을 허용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답례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의 차이가 지역별로 크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각 지역의 생산기반이 비슷하게 된 다음에 답례품을 허용하자고 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양질의 답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과 아닌 지역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고향세 제도에서 지역 간 세수 불평등을 완화한다는 목적을 지웠다. 가장 중요한 목적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10년 넘도록 운영하면서 보니까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세수가 약한 지역에 기부금이 돌아가게 됐더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부금'을 통해서 기금을 만드는 제도인 만큼 기부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점차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정관광포럼은 관광진흥법 제48조의3(지속가능관광 활성화)에 의거하여 공정관광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주도, 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기 위한 포럼으로, 국내외 공정관광 선진사례 공유, 지역별 적용 가능한 시사점 도출 등 공정관광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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