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우리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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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우리밀 이야기
기후위기와 우리밀의 상관관계
국산밀을 살려야 하는 이유
  • 2022.03.02 18:28
  • by 이진백 기자
13:14
ⓒ니나의 밀밭 이하연 공방장
ⓒ니나의 밀밭 이하연 공방장

홍수, 가뭄, 산불, 병충해로 인해 농경지는 줄어들고 농산물의 품질은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는 생산량 감소다. 기후위기가 곧 식량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본 조건인 먹을거리의 안정적 수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곡물 생산·재고 감소 등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식량안보 위험이 확대(극대화)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2020년에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에서 밀 수출 제한을 선언하며 국제 밀 가격이 15% 급등하기도 했다.

장마 그리고 뒤이은 폭염과 태풍.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용어가 아닐 정도로 우리와 공존하고 있다. 그에 따른 농업부문의 피해도 심각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농업분야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치밀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정부가 식량자급률 제고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농업은 자연환경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가속화한다면 농업 생산성과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폭염과 가뭄, 폭우와 폭설, 이상기온 등 각종 기상이변이 발생할 때마다 농업은 특히 그 취약성이 현저히 드러나고 있다. 기상청과 환경부 또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통해 불안정해진 기후여건이 농업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앞으로 80년 뒤인 21세기 말이 되면 벼·콩·옥수수·감자 등 식량작물이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잦은 기상이변으로 식량안보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일어나면 주산지가 북상하는 등 재배적지와 품목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식량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 왜? 국산밀이 중요할까 (국산밀을 살려야 하는 이유)

쌀에 이어 제2의 식량으로 자리 잡은 국산밀은 주로 겨울에 심기 때문에 벼와 함께 이모작 형태로 주로 재배되며, 또는 비가 적은 소우지에서도 재배한다. 밀은 크게 봄에 심는 봄밀과 가을에 심는 가을밀이 있는데, 수입밀은 재배할 때 농약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거리 수송과 보관을 위해 각종 방부제 처리를 할 수밖에 없지만, 국산밀은 '생산자-산지저장 시설-제분공장-가공공장-소비자'와 같이 유통 과정이 길지 않고, 겨울재배 작물이라 농약과 방부제를 거의 쓰지 않는 무공해 농산물로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참고로 국산밀이 수입밀에 비해 인체의 면역기능을 증대시켜주고 노화를 방지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1997년 강원대학교 부설 한국영양과학연구소 최면 교수팀은 "우리밀은 수입밀에 없는 복합다당류 등 인체에 유익한 물질을 다량 함유, 인체의 면역기능을 높여 주고 산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통해 노화를 억제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국산밀은 이모작을 통한 농가소득 향상과 수입대체에 따른 외화 절약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재배면적 한 평당 이산화탄소 3.5kg을 흡수하고 2.5kg의 산소를 배출해 대기정화기능이 뛰어난 작물로 알려져 있다. 

국산밀은 기원전 100~200년경의 유물에서 발견될 만큼 우리의 식량원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국산밀 재배는 쌀, 보리 다음으로 중요시되어 1970년대에 약 10만여 ha까지 재배된 바 있으나, 값싼 수입밀에 밀려 재배 면적이 급격히 감소됐다. 특히 1984년 밀 수매 중단에 따른 생산 감소와 사료용 밀의 수입 증가로 국산밀 생산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져 급기야는 자급률이 90년대 1% 이하까지 하락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0년 밀 수입량은 식용밀 250만 577t(톤), 사료용밀 110만 9418t으로 전체 360만 9995t의 밀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진국의 식량자급률은 호주는 416%, 프랑스 203%, 미국 162%, 캐나다 147%로 매우 높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식량의 무기화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게 됐다. 그러나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이나 쌀을 제외하면 10.2%에 불과하다. 매년 벼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다 안전한 식량자급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제2의 주곡(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9.2kg, 밀 소비량 31.6kg. 2019년 기준)으로 자리 잡은 밀을 증산해야 한다. 

최근 기후변화와 바이오에너지 사용량의 급증 등으로 세계 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산밀 자급률을 높이고 국내 생산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밀 자급률을 높이고 국산밀 생산을 안정화하고자 2020년 '밀 산업 육성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

■ 2030년까지 국산밀 10% 달성

정부가 2025년까지 밀 자급률을 지금의 5배 수준인 5%로 늘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밀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까지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담은 '제1차(2021~2025)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지난해 11월 18일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밀산업 육성법'에 근거한 5년 단위 첫 번째 법정계획이다. 제2의 주곡이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밀 자급기반을 확충하고 소비 확산을 추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국산밀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밀은 쌀에 이은 제2의 주곡이라는 위상에도 국내 자급률은 1%대에 불과해 대외 충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계기로 곡물 수출제한,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최소한의 곡물을 자급·비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친환경 국산밀에 대한 선호도가 80% 증가했다는 조사도 있다. 식용 밀의 국내 수요량은 연간 215만t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3만t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산밀은 수입밀에 견줘 생산규모가 영세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데다 품질마저 들쭉날쭉해 생산·유통·가공·소비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다. 이번 계획은 그런 상황에서 나온 첫 법정 계획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다.

농식품부는 제1차 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5000㏊(헥타르)인 밀 재배면적을 2025년까지 3만㏊로, 생산량은 12만t으로 늘린다. 그런 후 제2차 기본계획(2026∼2030년) 기간 내 자급률 10%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 국산밀 재배면적 추이.
▲ 국산밀 재배면적 추이.

이를 위해 5대 추진 방향과 14개 중점 과제를 마련했다. 5대 추진 방향은 △생산단지 조성을 통한 '생산기반 확충과 품질 고급화' △비축제도 운영을 골자로 한 '국산밀 유통·비축 체계화' △원산지표시제 도입 등을 담은 '대량·안정적 소비시장 확보' △안정적 생산 작부체계 구축을 위한 '현장문제 해결형 R&D 확대' △국산밀산업발전협의체 운영 등의 '국산밀 산업계 역량 강화' 등이다.

우선 생산단지 규모화와 품종 관리 등 국산밀 생산기반을 강화한다. 밀 전문 생산단지를 현재 51개(7,000ha)에서 연말까지 55개(1만ha) 이상으로 확대하고, 규모화된 생산단지 위주로 건조·저장시설과 농기계 등 장비가 집중 지원될 수 있도록 사업 내용을 개편할 계획이다. 밀 주산지 육성을 위한 제도 기반도 마련한다.

또한 국산밀 품질 제고를 위해 생산단지 품종 단일화를 유도하고, 생산단지 파종에 필요한 밀 보급종 종자 전량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생산단지와 농업인에게 필요한 현장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를 처음 개최해 우수한 품질의 밀 생산단지를 발굴하고 지역 선도모델로 육성할 예정이다.

여기에 국산밀 정부 비축을 확대하고, 비축 매입 방식을 개선해 참여 농가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매년 밀 비축 매입량을 확대 중이며, 올해 매입 계획량은 1만 4000t이다. 그동안 비축밀 매입 기간이 장마철과 겹쳐 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농가 보관이 어렵다는 의견을 반영해 품질검사 기간 단축을 통해 비축시기를 앞당기고, 지역농협과 협력하여 산물수매 시범사업(3~4개소)도 추진할 방침이다.

더불어 고품질 밀 생산·유통을 위한 밀 품질관리기준(안) 마련을 위해 실증 연구를 실시한다. 밀은 제면·제빵용 등 주로 밀가루로 가공돼 유통·소비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국산밀의 가공 적합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단백질함량·회분·용적중 등 밀 가공적성을 나타내는 품질기준(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면·제빵용 등 용도, 품종 등을 구분하여 품질 특성을 분석하고, 2022년산 정부 비축 시 현장 적용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생산자, 밀 소비처와 협력해 지속 가능한 소비 기반을 마련한다. 생산단지-가공업체 간 무이자 계약재배 융자지원을 6000t으로 확대(작년 4000t)하고, 국산밀 가공업체에 대해 t(톤)당 40만 원을 지원하는 제분·유통비 지원 사업을 신규 도입한다.

또한 작년 아이쿱(iCOOP), 에스피씨(SPC), 국산밀산업협회와 체결한 '국산밀 소비 활성화 업무협약(MOU)' 등을 통해 생산자, 업계 등과 공동으로 국산밀 제품에 대한 홍보를 추진하고, 공공 급식기관․영양사 등과의 협력 사업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이모작 작부체계 개발, 고품질 품종 개발, 최적 재배관리기술 연구 등 현장 중심형 연구개발(R&D)을 지속 추진한다.

특히 올해는 작부체계 정립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밀 이모작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농가 실증을 실시해 생산성, 경제성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라이프인
ⓒ라이프인

■ 밀 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밀 종자까지 사라질 위기에서 '우리밀 1kg을 소비하면 밀밭 1평이 늘어난다'라고 호소하며 지난 1989년 시작된 우리밀살리기운동은 1991년 운동본부가 공식적으로 닻을 올리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비롯한 여러 단체가 우리밀 생산장려와 가공·유통, 소비촉진을 포괄하는 실천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여전히 작금의 현실은 자급률 1%대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밀 소비량 209만 8000t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밀 자급률은 1.4%에 불과하다. 2021년 밀 재배면적은 6190ha로 전년 5224ha에 비해 966ha(18.9%) 늘었다. 농가가 호응을 보이는 이유는 정부 수매가 확대되면서 판로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비축계획량을 2021년 1만t을 시작으로 2025년 3만t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약속이 농민들에게 먹히면서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정부는 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 비축물량을 2022년 1만4000t, 2023년 2만t, 2024년 2만 4000t 등으로 확충하는 방안이 담긴 '제1차(2021~2025년) 밀산업 기본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 1인당 밀 소비량은 1970년대에 13.8kg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31.6kg으로 성장세를 보였고, 1970년대에 쌀 소비량은 136.4kg이었으나 59.2kg까지 하락했다. 곡물시장에서 유일하게 소비가 급증한 종목이 밀이다. 이렇게 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소비량의 99%가 수입산 밀이다. 

2020년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뭄, 한파 등의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세계 주요 곡물의 기말재고량이 줄어들었고, 국제곡물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전 세계 곳곳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3개월간 중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가 국내에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최소한 농업부문에 있어서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만큼, 이제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관계 전문가들은 "식량 수입을 줄이지 못하면 곧 식량안보가 국제시장에 종속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량대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쌀·밀 등 기초식량을 자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속되는 기후위기로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제2의 주식인 밀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밀 생산농업인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밀의 소비가 확대되지 않으면 밀 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나 빵, 라면, 튀김요리 등에 소비자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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