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지역을 담다] '수유맥주', 사랑방이 그립다면?만들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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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지역을 담다] '수유맥주', 사랑방이 그립다면?만들면 되지!
  • 2022.02.23 12:00
  • by 김정란 기자
05:03

흔히 기업의 브랜드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지역 브랜드는 지역의 경쟁력이 된다. 그중 지역성을 담은 지역맥주는 사람들이 지역에 관심을 두게 하고 지역에 사람과 자본이 유입되게 하면서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지역의 경제·문화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맥주 양조장은 단순히 맥주를 양조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수유맥주'는 지역민들이 모여서 편안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 편안한 가격, 맛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공간이다. '수유맥주'가 어떤 맛과 향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맥주. ⓒ라이프인
▲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맥주. ⓒ라이프인

'아빠들의 수다'. 수유맥주 황성현 이사장은 수유맥주의 시작이 된 이 모임에 대해 "지역 일을 하려고 자주 모이는 아내들에게 소외된 남자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었다"며 웃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우리끼리, 지역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만든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함께 해서 즐거운 일을 찾기 시작했다.

잘할 수 있고, 관심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아무래도 먹을 것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그중에서도 지역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두부, 된장 등 전통 음식들도 있고, 술도 막걸리, 와인 등 여러 가지다. 그런데 왜 맥주였을까? 맥주가 특색을 입힐 수 있으면서도 숙성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수제맥주는 숙성이 필요한 전통주나 와인에 비해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고, 그럼에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재미있는 걸 해보자고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본격적으로 함께할 일을 정한 뒤, 그러니까 맥주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는 모임은 갈수록 진지해졌다. 2017년에는 수유1동 도시재생 주민공모에 참여했고, 2018년에는 강북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의 창업지원사업, 2019년 국토교통부 사업화 지원사업, 2020년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지원사업, 지난해 SE임파워 예비창업팀 지원 등에 차례로 참여하면서 비즈니스 조직으로서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의 형태를 갖춘 이들은 그들끼리의 수다가 아닌 마을의 수다를 위한 사랑방을 만들었다. 2022년 1월 드디어 '수유맥주'를 오픈한 것. 이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레시피를 양조장에 보내 맥주를 받아 강북구 수유동의 '빨래골 생활문화공작소'에 위치한 수유맥주에서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수유맥주의 구성원들은 다들 각기 원래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다. 본업을 하면서 주로 저녁에 영업하는 공간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영업장에 나와 수유맥주를 찾는 지역 주민들과 만난다.
 

▲ 수유맥주 한켠에 마련된 맥주 공방. ⓒ라이프인
▲ 수유맥주 한켠에 마련된 맥주 공방. ⓒ라이프인

수유맥주는 강북구의 힘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한신대학교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마케팅 관련 컨설팅을, 지역의 조직인 강북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도시재생센터 등은 현장과 연계한 아이디어를 많이 주는 식이다. 지역의 프로그램들을 십분 활용하면서 완성도를 갖춰나간 만큼 지역 주민들과 가까운, 지역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 즐길거리를 제공하는데 최대한 중점을 두고 있다.

수유맥주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호불호가 많지 않으면서도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것, 그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다. 수제맥주는 대체로 개성이 강하다. 황 이사장에게 맥주 레시피를 개발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냐고 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특성을 입히고 싶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뚜렷한 개성을 살리는 것보다 누구나 맛있게 먹을 맥주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낯설지 않고 자주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다.

수유맥주에서 판매하는 수제맥주는 일반 수제맥주집보다 상당히 낮은 가격이다. 지역의 사랑방이 되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만들어졌고,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만든 이곳이 지역 주민들이 찾기에 가격 장벽이 너무 높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황 이사장은 "지역의 힘 없이는 우리도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시기도 했고, 그렇게 번화가가 아닌데도 일부러 찾아주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응원이 부채이면서, 동시에 동인(同人)이 됐다. 수유맥주를 찾는 분들이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켜달라고 얘기하시고, 우리 동네에도 이런 데가 있냐고 좋아하신다. 그런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여, 그들이 입구에 붙여놓은 '미션'대로 조합원이 즐겁고, 주민이 행복하며, 지역과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계속 지키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유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생활문화공작소의 입주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앞으로는 이들처럼 직접 맥주를 만드는 데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사업도 해나갈 예정이다. 원데이클래스 등 맥주만들기 수업을 통해 와서 마시기만 하는 맥주가 아니라 만드는 맥주에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 2월 말부터 공방을 열고, 만드는 맥주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모임을 시작한 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시작한 시간은 얼마 안 된 만큼, 앞으로 한 것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더 많은 조직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지역 축제 등을 통해 다른 조직과 연대해 지역 주민들이 더욱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하고,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지난한 팬데믹의 끝에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맥주가 주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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