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전략'과 '사회적경제다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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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전략'과 '사회적경제다움'을 묻다
  • 2022.02.21 06:25
  • by 노윤정 기자
▲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제1차 정책워크숍'이 17~18일 진행됐다. ⓒ라이프인
▲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제1차 정책워크숍'이 17~18일 진행됐다. ⓒ라이프인

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다가왔으며,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회를 병들게 하는 양극화, 지역을 쇠락하게 하는 지역격차 등의 문제 역시 우리가 반드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하는 위기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적경제는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일정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위기의 시대를 지나는 현재 사회적경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17~18일 양일간 청주시 에이치호텔 세종시티에서 열린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1차 정책워크숍'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정책워크숍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 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사회적경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위기 대응 위한 사회적경제 진영 내부의 전략 있어야

▲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라이프인
▲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라이프인

정책워크숍 두 번째 날인 18일,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이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사회적경제가 해야 할 역할을 고민했다.

하 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 가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우선 그는 "사회적경제가 하고 있는 역할만큼의 몫을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가 정부 정책에서 잔여적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 소장은 "지역사회 발전 전략에 사회적경제가 녹아 있어야 한다"며 "그러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지방정부의 핵심의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하 소장은 '사회적경제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고 우리 스스로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불평등 심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사회 자체가 화폐 중심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노동소득, 자산소득의 불평등 속에서 사회적경제는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이야기하고 사람들을 조직할 힘을 갖는다.

또한 '사회적경제는 미래를 담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탄력성을 키워왔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개별 조직들이 답을 찾기는 어렵다. 사회적경제 '진영' 차원에서 내부의 요구와 원하는 조건을 모으고, 어떻게 연대의 틀을 만들고 내부의 힘을 축적해 갈 것인지 점검과 전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하 소장은 사회적경제 내부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가 만드는 정책에 사회적경제 진영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진영의 요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고 실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하 소장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이야기하는 메가시티(생활·경제권이 연결된 인구 천만 명 이상의 거점도시 연합) 정책 속에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녹아들 것인지, 사회적경제 내부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각 조직들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재배치해야 할지, 조직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소장은 국제 비정부기구인 액션에이드(ActionAid)가 발표한 농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네 가지 원칙(▲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고 드러내기 ▲식품 체계를 인간과 자연, 기후를 위한 노동으로 전환하기 ▲실질적인 참여 보장 ▲종합적인 구조 개발)을 사회적경제 진영에 대입하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이야기했다. 특히 불평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고 불평등을 유발하는 구조적 원인을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되어 있던 이들이 전환의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 등 필요한 자원을 조직하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를 염두에 둔 사회적경제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에 사회적경제 주제들이 가진 비전을 보여주고 반영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주체화 전략) ▲진영 단위의 불평등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사회적경제의 수평계열화는 불가능한가, 정보 공유 및 공동행동 등 협력을 위한 역량은 축적되고 있나 등의 의제를 제시했다.

■ '사회적경제다움'이란 무엇인가

▲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라이프인
▲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라이프인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연대회의가 정리한 정체성 보고서와 그에 담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하자면 사회적경제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이에 하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다움'을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결합해야 함을 인식하는 것, 일상을 새롭게 조직하는 활동임을 인식하는 것,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국가 및 시장과의 비판적 거리두기를 새기는 것,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이상을 가지는 것, 연대와 협력의 일상적 조직화 시도 등으로 설명했다.

또한 정체성 보고서에서 합의한 사회적경제의 정의에 대해 "사회적경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를 바탕으로 조직되고 구성원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작동하며 국가 및 시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켜가면서 연대의 실천을 통해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경제 활동이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이러한 정체성 정의 작업을 바탕으로 릴레이 사회적경제 정체성 선언, 미션과 비전을 이야기하는 공론상 만들기, 실질적 의미에서 거버넌스 주체 되기, 사회적경제 구성원과 기업들이 서로 소비하는 시장 조성,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주의 실천하기, 일할 맛·살 맛 나는 노동현장이 되도록 협력하기, 연대로 경제·사회적 문제의 대안적 해결 방안 마련, 사회적경제 기후행동, 지역의 사회적경제 시민운동 연대를 통한 협동적 지역사회 만들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정체성 및 (경영 측면에서의) 윤리의식 강화 ▲사회적경제가 합의한 담대하고 구체적인 미션과 비전 수립 ▲사회적경제 전반의 자주성 강화와 연계한 연대회의 자주성 확보 ▲소셜 임팩트 및 시민체감도 강화를 통한 사회적경제의 위상 확보 ▲사회적경제 청사진과 지역·유형·부문의 중층구조 속 연대회의 위계와 위상에 맞는 활동 정리 등의 의제를 공유했다.

하 상임이사는 "지역 단위의 사회적경제협의체를 만들고, 협의체를 통해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어떤 현안이 생겨도 목표 의식을 잃지 않고 대응하는 방식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인식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주체와 논의하고 어떤 협의체와 논의 테이블에 앉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는 2011년 설립된 민관협의체로, 전국 단위로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YMCA, YWCA 등 3개의 시민단체가 협력하고 있다. 정부와의 정책 협력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기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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