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불평등의 문제, '정의로운 전환' 위한 구체적 실천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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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불평등의 문제, '정의로운 전환' 위한 구체적 실천 말할 때
  • 2022.02.19 16:31
  • by 노윤정 기자
▲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제1차 정책워크숍'이 17~18일 개최됐다. ⓒ라이프인
▲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제1차 정책워크숍'이 17~18일 개최됐다. ⓒ라이프인

코로나19, 기후위기, 그리고 점차 심화되어 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존의 체계를 뒤흔드는 위기의 도래는 우리에게 변화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삶의 방식이 지금과는 달라져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산업과 노동, 사회가 변화하는 현재, 우리는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17~18일 양일간 청주시 에이치호텔 세종시티에서 열린 '2022년 사회적경제활성화전국네트워크 1차 정책워크숍'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정책워크숍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경제의 역할 ▲사회적경제의 현재와 미래 등을 주제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진단하고 사회적경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키워드는 '탈성장'

▲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 ⓒ라이프인
▲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 ⓒ라이프인

17일 진행된 첫 번째 강연은 김선철 기후정의활동가가 '기후정의와 사회적경제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기후위기와 세계경제질서, 한국 산업구조의 변화,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행동과 커뮤니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 대응 현황 및 지체되는 전환 ▲기후부정의 ▲실천 방향 제언 등 세 가지 세부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먼저 살펴본 것은 전 세계의 기후위기 대응과 그 안에서 도출한 문제의식이다. 김 활동가는 각 나라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감축목표를 지킨다고 해도 205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7도 오른다고 한다. 과연 이 목표가 적절한지, 그리고 어떻게 각국이 감축목표를 지키도록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들의 그린워싱(Green Washing), 탄소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대한 느슨한 규제, 시민들의 '삶'이 아닌 '산업' 위주의 정부 탄소중립 미래상, 시민사회의 대표성과 민주적 절차가 확보되지 않은 민관협치의 문제 등을 꼬집었다.

또한 김 활동가는 "에너지원을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원을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태양과 바람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다. 그렇다고 하여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지구의 자원은 유한한데, 그 자원을 이용하여 무한한 성장과 발전을 꿈꾼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가져왔던 원인인데 에너지원만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모든 인류의 책임이지만 모든 인류에게 공평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205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국제사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일인당 탄소 배출량을 2.1톤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2020년 기준 일인당 탄소배출량 세계 평균은 4.5톤). 그런데 현재 소득 하위 50%의 일인당 탄소배출량은 0.69톤으로 이미 목표에 부합한다. 반면, 소득 상위 0.1%의 일인당 탄소배출량은 216.7톤이다. 누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세계 100대 기업이 지난 30여년 동안 발생한 탄소배출량 중 약 71%에 책임이 있다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의 발표 역시 기후부정의 문제를 보여준다. 국가와 국가, 지역과 지역 간의 격차도 기후위기 문제가 불평등의 문제임을 방증한다.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도권에서 소비할 전력을 지역 발전소에서 송전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김 활동가는 '탈성장'을 키워드로 우리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제안했다. 그는 탈성장을 "제조업처럼 과도하게 발전한 부분들을 미루고 돌봄이나 공공의료, 재생에너지 등 저발전된 부분들을 성장시키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15분 거리 안에서 도시 생활이 모두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도시 모델),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결을 위한 가사·돌봄 사회화와 이를 주도하는 여성주의 운동, 스토리텔링을 담은 캠페인 등을 제언했다.

김 활동가는 "정의로운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힘을 부여할 것인가'다"며 "지역에서, 마을공동체에서, 아래로부터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를 의존하도록 만드는 위계적인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높은 소득이 행복을 보장할까? "좋은 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

▲ 이지훈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 소장. ⓒ라이프인
▲ 이지훈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 소장. ⓒ라이프인

이지훈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 소장이 '행복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요즘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강연은 국민총행복지수(GNH)와 관련한 세계적 동향, 경제학적 관점에서 행복과 사회적경제의 접점 등을 다루었다.

이 소장은 2008년 프랑스에서 '경제성과와 사회진보의 측정을 위한 위원회'(스티글리츠 위원회)가 구성되어 국민총생산(GDP)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적 사회 목표를 연구하고, 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기본 틀로 하여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인간 행복 측정의 접근 방식을 논의한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OECD에서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를 개발해 2011년부터 발표했으며, 국제연합(UN)에서는 세계 행복의 날(3월 20일)을 지정하고 세계행복보고서(SDSN) 간행을 시작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를 신설했고, 부탄은 국민총행복 개념을 제시하여 국정목표로 삼았으며, 일본은 주민의 행복 실감을 목표로 하는 기초자치단체의 연합 '행복리그'를 창립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2019년 행복예산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은 세계행복국가 순위에서 6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은 신뢰, 관계망, 호혜적 규범 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사회적 지원' 점수와 '삶의 선택의 자유' 점수가 굉장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 지원 점수가 낮다는 것은 내가 어려울 때 타인, 공동체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소장은 이러한 사회적 신뢰의 붕괴를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결과로 보았으며,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경제학적 관점에서 행복은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스털린의 역설)과 시민경제학의 핵심으로서 '관계재'를 강조했다. 이 소장은 "좋은 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며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가 모두 좋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관계재의 맥락에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사회적경제가 바로 관계재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어 이 소장은 행복한 나라의 공통점으로서 ▲평등 ▲공동체와 사회적 지원 ▲관용과 포용 ▲무상의료 ▲무상교육 ▲환경보존 ▲신뢰받는 정부와 좋은 지도자 ▲평화와 국교(國敎) 등 8가지를 언급했으며, 특히 군대를 폐지하고 국방비 예산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에 투입한 코스타리카 사례를 들어 국가가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회와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기후위기 대응, 구체적 실천을 고민할 때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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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에 이어 지역네트워크 사무국이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진행했던 활동들을 소개하고 운동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부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후위기와 사회적경제의 접점을 찾는 논의들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위해 친환경적인 포장재 교체 지원, 지역 생산물의 지역 내 소비 증가를 위한 캠페인 진행(탄소발자국 줄이기), 정의로운 전환 프로젝트 진행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네트워크의 경우, 청소년 모니터단 '올바른'이 바이소셜(Buy Social)을 주제로 진행한 활동들을 소개했다. 울산네트워크 역시 '온새미로'라는 청소년 환경동아리와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연결하여 활동한 사례를 전했는데, 특히 울산의 마을기업 수다장이, 사회적기업 우시산과 협력하여 지역 하천 살리기 캠페인, 업사이클링 활동, 자원순환가게 견학 등을 운영한 바 있다.

전북네트워크의 경우,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포럼 '기후위기 시대, 사회적경제를 통한 지역자원순환 대응전략'을 개최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전략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구체적인 접근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주요하게 다뤄진 의제들을 전했다. 또한, 지역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있는 지역사례를 모으고 관련 주제로 하반기에 정책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와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가 기후위기 대응 운동 전략에 관한 제언을 전했다. 유 교수는 기후위기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자원순환 등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단순히 개인의 운동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는 방향이 돼야 하고, 지속돼야 하며, 다수의 행동을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전기요금 합리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유 교수는 "원자력과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2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략 1만 원 정도 인상되는 것이다(4인 가구 평균 한 달 전기 요금은 대략 5만 5천 원).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커피 두세 잔 마시는 정도의 값이다. 그런데도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요금 합리화·현실화에는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 (석탄 발전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인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하여 마스크를 구매한다. 그만큼 비합리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오 상임이사는 시민공동체를 위한 기후위기 해법과 구체적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클리블랜드 모델의 사례를 들어 지역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클리블랜드는 1950년대까지 공업도시로서 호황을 누리다가 제조업이 쇠락하며 인구가 감소하고 빈곤율이 높아진 도시다. 이 지역이 활력을 되찾은 데에는 매릴랜드대학의 '민주협력'(Democracy Collaborative) 소속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민주협력은 워킹그룹이 되어 자원이 많은 지방정부, 지역의회, 대학·병원 등의 앵커시설을 설득하여 지역 내 협동조합에서 재화를 조달하도록 이끌어냈다. 지역에서 생산된 자원이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한 것이다.

오 상임이사는 "모델을 만든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활동가들이 중심이 된 워킹그룹이 시를 설득하고 지역 협동조합을 만들어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자원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풀뿌리 조직들이 워킹그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 운동들이 선언적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구조로 정착시키고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들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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