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공동체, 마을과 사람 이어 '행복한 삶' 만드는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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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내공동체, 마을과 사람 이어 '행복한 삶' 만드는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
조진경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상임이사 인터뷰
  • 2022.03.10 07:00
  • by 노윤정 기자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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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역에서 내려 휴대폰으로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초행길이니 헤매지 말자는 마음으로 택시를 탔다. 그리고 시내를 얼마나 달렸을까. 곧 조금은 한적한 분위기의 마을로 들어섰고 차는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 중턱에 자리해 차 소리 대신 새소리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소리로 채워지는 곳. 천안시 병천면 은석산자락에 위치한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이하 아우내공동체)의 첫인상이었다.

아우내공동체는 2018년 설립된 마을기업으로, 현재 기억과 평화 사회적협동조합, 아리아리 협동조합, 주민신용협동조합(이하 주민신협)과 함께 '아우내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 공간 안에 개별 협동조합이 모여 '협동조합 간의 협동조합'을 시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우내공동체의 시작 역시 퍽 인상적이다. 아우내공동체의 전신은 2006년 세워진 '아힘나평화학교'라는 대안학교다. 아힘나평화학교는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조진경 아우내공동체 상임이사가 보호자가 없거나 탈북한 가정의 아이들처럼 교육접근성이 낮은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설립한 곳이다. 조 상임이사는 1992년 경기도 성남에서 공부방 등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기독교사회교육원, 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 등을 통해 오랜 시간 교육 활동에 헌신해왔다. 그러다가 현재의 천안 병천면으로 이전해온 것이 2013년이다.

그런데 천안 지역이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큰 수해를 입었던 2017년, 학교 건물이 폭우로 무너지며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교실이 사라진 학교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선생과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등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에 참여했다. 특히 천안시 주민들이 수해 복구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아힘나평화학교 구성원들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터. 아힘나평화학교는 그렇게 마을주민들과 깊은 교류를 하게 됐고, 그 경험을 계기로 졸업생들과 학부모이 마을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처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뭉쳤던 경험이 씨앗이 돼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바로 아우내공동체다.

■ 협동조합들의 '협동'으로 만드는 공동체

▲ 아우내쉼플스테이. ⓒ라이프인
▲ 아우내쉼플스테이. ⓒ라이프인

마음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당면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폭우로 무너진 학교 건물의 복구 문제다. 추정 공사비만 7~8억 원, 그 외 유지비를 비롯한 기타 비용들까지 생각하면 필요한 자금은 공사비의 배 이상이었다. 아우내협동조합은 물론 조 상임이사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법인 아우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조합이 선택한 방법은 호혜에 기반한 '연대'였다.

"재단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자금이 있는 사람은 자금으로, 다른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연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협동조합들이 뭉쳤다. 과거 우리가 경기도 성남에 있는 주민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고, 주민교회에서 출자하여 만든 주민신협과도 연이 있었다. 신협운동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사회적경제를 체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주민신협과 협의하여 주민신협이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가면서 공사비를 비롯한 비용들을 부담하기로 했고, 아우내공동체는 공간에 대한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그렇게 아힘나평화학교가 있던 자리에는 주민신협 연수원으로도 사용되는 아우내쉼플스테이,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 역사관,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아리아리 협동조합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별개의 조직으로 존재하는 협동조합들이 아우내공동체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공간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부동산 소유권이 주민신협에 있기는 하나, 공간을 운영하여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협동조합에 돌아간다. 호혜성에 바탕한 공동의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마을주민들도 합류하였고, 마을기업을 신청하여 마을을 위한 사업에 집중했다.

개별 협동조합이 연대하고 마을주민들이 모인 것은 아우내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가 함께 추구할 만한 것이라는 공감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우내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를 묻자 조 상임이사는 "공부방을 운영할 때부터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것이 '아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이다. 아힘나평화학교의 '아힘나'도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나라'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아이'가 어린아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린아이를 비롯하여 빈민, 소수자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아우내공동체는 마을 속으로 스며들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우내공동체가 산 중턱에 있다 보니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기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어서, 두 조합원 가정이 은석산 아래 빈집을 얻어 주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빈집은 정비하여 향후 이 지역에 뜻을 갖고 오는 청년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기도 하다.

■ "어려운 공동체 활동,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 조진경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상임이사. ⓒ라이프인
▲ 조진경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상임이사. ⓒ라이프인

우리는 종종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니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곱씹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말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과연 얼마나 와 닿을까?

"사실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공동체를 회복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함께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그리고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 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공동체를 경험해보지 못 한 것은 기성세대 어른들의 책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공동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누군가가 이런 일을 계속하고 있어야 공동체가 가진 가치가 유지되지 않을까."

이처럼 아우내공동체는 아이들이 마을공동체 안에서 자라고 청년들이 공동체에 속하여 사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청년세대 중에는 '공동체'라는 표현 자체를 고루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존재한다. 위 세대가 향유했던 공동체의 이미지가 청년들에게 소위 '매력'이 없는 것이다. 이 점은 아마 공동체 활동을 하는 대다수의 이들이 공유하는 고민이지 않을까. 어떻게 매력적인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매력적인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참 어렵더라. 젊은 친구들이 아우내공동체에도 꽤 들어왔었다. 그런데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적이다 보니 결국 떠나게 되더라. 그래도 지역 청년들의 모임을 조직하고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도록 지원하는 일들이나 여러 마을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30여 년 일하면서 얻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인적자원들을 비롯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 무엇인가 하고자 할 때 연결해줄 수 있는 자원들을 가지고 있다. 국내만이 아니라 일본 쪽에도 네트워크가 있다. 이런 점들을 잘 알려야겠다. 그리고 아우내공동체에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어른들이 있다.(웃음)"

특히 조 상임이사는 '느슨한 연대'를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다 같이 모여 함께 부대끼고 사는 것이 이상적인 공동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 공동체가 꼭 그런 형태가 되지는 않아도 된다고 보았다. 꼭 끈끈하게 묶이지 않았더라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힘을 모으면 되는 것이다.

"기억과 평화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전 조합원들이 이 지역에서 살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곳에 와서 역사 강의도 하고 학생들과 답사나 독서캠프 같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아우내공동체는 마을에서 농장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과 농사에 뜻이 있는 청년들을 연결하여 협업농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꼭 물리적으로 뭉쳐 있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 모이고 힘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는 것이다."

아우내공동체는 최근 지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결혼배경 이민자들을 만나 그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해 듣는 작업을 한 일이 있다. 아우내공동체가 있는 병천면 인구가 6,500여명인데 그 중 600여명이 이주민이다. 대략 10%에 해당하는 수이니 적지 않은 인구다. 조 상임이사는 한 일본 여성과 만났던 일화를 전하며 말했다.

"이곳이 3.1만세운동이 있던 지역이다 보니까 일본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아이에게 일본어도 가르치지 못 했다고 하더라. 아내의 나라, 엄마의 나라 문화를 배우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툭 터놓고 말하는 장을 계속 만들고자 한다. 함께 모여서 일본 음식을 만들어보고 차를 마시면서 일상과 가까운 부분부터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

▲ 아우내공동체 전경. ⓒ라이프인
▲ 아우내공동체 전경. ⓒ라이프인

결국 아우내공동체가 하는 일은 마을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해결할 방법을 당사자들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아우내공동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조 상임이사가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을 물어봤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있는 공동체다. 나와 나를 감싸고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행복해지는 삶. 연대, 상생, 협력, 소통, 이런 여러 가치들을 말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일단 일상에서 잔잔한 행복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건물 이름도 '아우내쉼플스테이'라고 지었다. 쉬고(쉼) 놀면서(플레이, Play) 머무는(스테이, Stay)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다. 이곳에서 쉬고 놀고 머물면서 일상의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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