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사회적경제, 성장을 위한 체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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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사회적경제, 성장을 위한 체크리스트
  • 2022.01.19 09:00
  • by 송소연 기자
10:57

세계적인 갈등 해결사 애덤 카헤인은 그의 도서 『협력의 역설』을 통해 '스트레치 협력'을 제안했다. '전통적인 협력'이 하나의 로드맵을 따라 모두 함께 전진하는 것이라 하면, '스트레치 협력'은 여러 개의 팀이 각자의 뗏목에 올라 거친 강을 타고 나아가는 것에 가깝다. 분열된 사람들이 한데 모여 혼란한 상황에서 변화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이때 각각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의 창조자로 받아들이고, 복잡한 협력의 과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경제연구실의 신진연구단 사업은 8명의 외부 연구진이 참여해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공동 창조자로서 사회적경제 관련 기존의 연구와 정책 제안을 넘어 다양한 주제를 학습하고 연구했다. 연구진들은 사회서비스, 도시재생, 사회공헌, 노동, 경영, 거버넌스, 사회담론, 임팩트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사회적경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을 함께 연구로 풀어냈다. 특히 2021년에는 '서울 사회적기업이 주목하는 사회문제', '사회적경제 조직의 공공시장 역량 강화', '사회적경제와 지역자산화', '지역사회 돌봄과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현장연구를 실시하였다. 신진연구단이 책상을 넘어 현장과 연계되고 현장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며 발견한 변화의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이슈브릿지
ⓒ이슈브릿지

"고용+@의 노력으로, 집단적 임팩트 창출이 필요" 
미우라 히로키 서울대학교 사회혁신 교육연구센터 수석연구원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은 어떤 사회문제가 중요한지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과 서울시 사회적기업들의 사업 영역 간에 분명히 갭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고용이나 환경, 삶의 질,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주목하는 것과 비교해 기업들의 입장은 고용문제 해결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습니다. 고용문제는 물론 중요하며 이를 위한 노력이란 결코 쉽지 않고, 사회적경제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문제는 고용된 당사자나 그 주변 사람들 혹은 사회 지표상의 효과로 임팩트가 제한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현재 상황에서 보다 넓은 일반 시민들의 사회적경제 체감도 향상이나 참여층 확대를 위해서는 내재적 한계가 전망됩니다. 이제 출발점을 넘어 고용+@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업가와 정부, 지원자들은 고용 외의 영역에서의 어떠한 집단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용에 노력하는 기업들은 +@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에 이런 방법도 있구나! 자꾸 상상하게 만들어야 할 것"
​박경진 W기획연구소 대표

​사회적경제 현장과의 연구를 통해서 저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서 제 부족한 머리로 생각하는 가능할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현장과의 연구 과정에서 '가능하다'라고 기꺼이 해내는 분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그런 용기 있는 사례들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되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사회적경제만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방식 중에서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삶의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서 보여주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노동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자이지만 지난해는 지역자산화 관련 사례 연구팀으로 함께 했습니다. 부동산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시기에 공간을 소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적 공간으로 기꺼이 심지어 좋아서 공동으로 운영하려는 분들의 사례를 연구하며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가 획일화된 삶의 방식을 추구할 때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여럿이서 힘을 모아서 이런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하고 어렵지만 즐겁게 실험하고 도전하고 있으니까요.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역사가 수십 년이 넘었지만,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너무 새롭습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세상에 이런 방법도 있구나! 자꾸 상상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회적경제가 그래왔듯이 누군가의 상상하는 힘이 실행력이 될 것을 믿습니다. 

"사회적 가치에 흔들림 없이 신뢰를 준다면 수익구조는 확대돼"
"확대된 생태계를 구축을 위해 청년층의 유입과 기업의 ESG 활동 주목"

신수민 유한대학교 보건복지학과 교수

​공공구매 판로 확대를 위한 사회적기업의 역량강화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제가 느꼈던 인사이트는 결국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신뢰를 얻고 공공분야를 점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은 가지고 있는 사회적 가치에 흔들림 없다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적게 나더라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또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사회적경제 조직이 지닌 가치 추구를 위해 장기적으로 버티고 이미지를 쌓아 올린 조직이 결국 공공기관들과의 신뢰를 확보하고 점차 수익구조가 확대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적경제조직 그 자체로서 점차 확대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요즘 MZ세대라고 불리는 우리 사회의 청년층의 유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MZ세대의 유입을 통해 혁신의 주체로서, MZ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고, 이들을 주목해야 합니다. 더불어 요즘 기업들도 ESG에 대한 대응을 위해, 더불어 뻔하지 않은 사회공헌 전략을 위해, 사회적경제와 파트너십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도 이제 사회적경제와 함께 공생하며 성장해야 건강한 경제 생태계가 이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의 매력은 관계를 통해 사람을 얻는 일"
오단이 숭실대학교 사회적기업 전공 교수

'지역사회 돌봄과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서울시 사회적경제 신진연구자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의 삶 혹은 돌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적경제다운 돌봄이란 무엇인가?"라는 계속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연구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해결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치와는 멀어지고 우리의 삶과 연결된 다양한 지점으로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혹은 자기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심을 더 갖고 행동합니다.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해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필요한 돌봄이나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돌봄이나 복지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사회적경제다운 돌봄은 무엇일까요? 사회적경제 돌봄의 특성은 서로 돌봄, 밀착형 생활 돌봄이 가능하고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돌봄이 시장화된 상황에서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관계의 경제라도 말할 수 있듯이 사회적경제가 지역을 기반으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계를 기반으로 돌봄을 한다는 전제에서 우리는 사회문제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관계성을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돈은 벌 수 없지만 사회적경제가 가지는 매력은 관계를 통해 사람을 얻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귀인을 만나면 기회가 생길 것"
유한나 연세대학교 빈곤문제국제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

​신진연구단 활동에 참여하여 현장과 연계된 연구를 진행하며 느낀 것은, 현장의 빠른 변화와 복잡한 작동 방식을 학계의 논의가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자생력 강화를 위한 현장의 시야를 확장하는 데 연구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셜 미션에 주목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적경제조직이 생존방안을 찾기 위해 외부의 여러 지원에 기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각 조직이 자립 방안에 대해 매우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사회문제해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주체적이고 협력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의 매력은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표,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창의적 운영 방식은 다른 어떤 조직들보다 선도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표현할 때,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지지자, 협력자들이 만들어지고 기회들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
이가람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이슈브릿지 활동을 통해 현장 연계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의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사실 사회적경제가 매력을 발산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취약점들이 더 노출된 상태입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일단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누가 해결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우리가 해결해나갈 방식을 모색하는 분들을 보면서 이게 사회적경제의 기본이었지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연구자와 활동가, 시민 사이를 구분되기보다는 함께 탐구하는 사람들로 만날 때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적경제의 매력 발산은 결국 서로의 삶과 연결된 사회적경제의 강점을 잘 드러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다양하고, 이 다양성이 연결되었을 때 더 입체적이고 큰 그림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사회적경제 활동에서 의미를 찾아 개념과 연결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을 붙들고 더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찾은 조각들을 잘 엮어서 사회적 가치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팩트는 명확한 문제정의에서 시작돼"
정유진 트리플라잇 공동대표

사회적기업육성법 15년 차를 맞은 지금, 사회적기업을 통한 우리 사회의 변화 즉 임팩트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트리플라잇-CSES(사회적가치연구원)은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연구 방법론을 바탕으로 서울시 인증사회적기업 중 자율경영공시에 참여한 208곳이 주목한 사회문제를 분류 및 분석하였습니다. 서울시 인증사회적기업 중 자율경영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약 46%에 불과하며, 이번 연구를 위해 각 기업/기관별 홈페이지 및 공시자료를 살펴본 결과 사회적기업이 주목하는 사회문제와 임팩트에 대한 내용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적기업의 지원 및 평가 시 고용 창출에 국한돼있는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중장기적으로 사회적기업이 문제해결을 통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임팩트 지표 설정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교육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임팩트는 명확한 문제정의를 바탕으로 문제해결로 인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앞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문제해결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임팩트를 고도화하고, 긍정적인 임팩트를 높이고 부정적 임팩트를 최소화해 온 변화를 투명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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