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포틀랜드, 로컬과 혁신이 만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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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포틀랜드, 로컬과 혁신이 만나는 도시
  • 2022.01.11 11:33
  • by 송소연 기자
ⓒ여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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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혁신과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 등 사회혁신의 영역을 통해 사회의 전환을 꿈꾸며 대안을 모색하는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에서 '빌바오 몬드라곤 바르셀로나 도시, 혁신을 말하다' 이후 '포틀랜드, 로컬과 혁신이 만나는 도시'를 출간했다.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은 매년 혁신사례를 탐방하고 이를 소개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에 준비한 책은, 2020년 방문했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대한 이야기다. 한신대가 펼쳐놓는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각 영역에서 실제로 활동 중인 실천가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이해 속에 혁신사례의 현장을 설명한다는 것에 있다.

포틀랜드(Portland)는 환경ㆍ생태도시, 지속가능 발전도시, 창조도시, 장인기술의 도시, 힙스터(Hipster)의 도시, 세상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등 많은 수식어가 붙은 도시다.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연수단이 가져온 단어는 '괴짜성(weirdness)'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협력과 경쟁이라는 문화적 특징을 내면의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는 도시라는 것. 괴짜도시를 유지하는 것은 지역성, 다양성, 개성, 혁신성, 창의성 같은 속성들이다.

18세기 중반 네덜란드 출신 농부들이 정착했던 곳이라 치즈, 와인, 베리와 같은 농업이 발달하였고, 수목의 생육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어 임업으로도 유명하여 포틀랜드는 '스텀프타운'으로도 알려져 있다. 콜롬비아강의 연어와 태평양 연안의 참치도 좋지만, 수질 역시 좋아 술과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조건이 목재, 가죽, 천연섬유를 활용한 장인기술 제품의 토대가 되었고, 지역맥주, 크래프트맥주, 스페셜티 커피메이커는 물론 인디음악 계열의 예술가나 라이프스타일 잡지 킨포크(Kinfork)의 토양이 되었다.

1930년대에 시작된 제철소와 조선소가 2차 대전 시기에 번성한 뒤 쇠퇴할 때, 포틀랜디안(Portilanian)의 괴짜성이 오늘의 포틀랜드를 설계했다. 도시의 전환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새로운 산업구조와 공간구조로의 전환으로, 실리콘 포레스트(Silicon Forest)라는 닉네임이 붙게 된 하이테크 메이커 밀집 지대의 조성이다. 둘째는 이러한 전환을 주도한 리더십과 도시 거버넌스다. 1970년대부터 교통과 토지이용의 시스템을 전환하여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해왔고, 1979년부터는 도시성장한계선(Urban Growth Boundary)을 설정하여 도시성장과 인구증가에 연동하여 검토해왔다. 또한 95개의 네이버후드 어소시에이션(Neighborhood Association)이 밑으로부터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연수단이 포틀랜드를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귀인들이 많은 현장 인터뷰를 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연구한 연수단 참여자들의 문제의식이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모두 지역의 사회혁신가들이라 관점도 문제제기도 살아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 속에서도 왜 불평등이 심화되고 범죄율이 높아질까? 뉴어바니즘(New Urbanism)에 기반한 스마트도시에서 왜 도로 사정이 악화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할까? 도시성장한계선이 스프롤 방지 효과를 거두는 데 실패한 게 아닐까? 2020년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대된 시위가 포틀랜드에서는 50일 이상 지속되었다. 나아가 극우단체들이 포틀랜드에 몰려들어 시민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도시의 새로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틀랜드의 혁신은 계속된다. 인구 65만여 명의 포틀랜드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은 12.3%에 달한다. 코펜하겐과 같은 유럽 도시와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일 수는 있으나 자동차 문화로 도시를 형성해온 미국 전역의 대중교통 이용률(평균 5.1%)에 비춰보면, 새로운 도시문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보(5.7%)나 자전거(6.5%)로 출퇴근하는 비율 역시 미국 평균(각각 2.7%, 0.6%)과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브런치로 유명하고,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유명하며, 인권 차별은 물론 약물 중독이나 홈리스 텐트 강제 철거에도 개인의 권리를 생각하는 괴짜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서점인 파웰북스(Powell Books)를 50년 이상 버틸 수 있게 했다. 손수짜기(Do It Yourself)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고, 여기에 끊임없이 다양한 재료를 공급해주는 ReBuilding Center가 있다. 건강한 사회적경제와 NPO 생태계 도시 내에서 선한 영향력과 다양성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연수단은 연수 시점 이후의 달라진 상황을 이 책에 반영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인권 시위라든지 불평등 문제라든지 코로나19 상황이 그것이다. 결국 연수단은 2020년 1월의 연수 시점까지를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혁신과 도시 거버넌스는 또다시 작동할 것이며, 그럴 수 있는 힘을 발견한 것을 충실히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  포틀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편인 독자는 '제2부 로컬 경제와 문화'를 먼저 읽는 것도 좋다. 지역 지향성과 장인기술기반의 경제에서 괴짜도시라 불리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끝부분의 시애틀 이야기 두 꼭지는 연수단의 연수 경로상 덤으로 붙은 것인데, 도시혁신탐구는 계속될 거라는 여운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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