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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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이유
  • 2022.01.05 11:00
  • by 정화령 기자 / 송소연 기자

'청년'의 기준은 뭘까.

통계청은 청년을 15~29세로 정의하는 반면 정당의 청년당원은 45세까지로 범위가 넓다. 그리고 학계나 연구 분야는 39세까지로 정의하는 등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어느 나이대로 청년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조심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나이만 젊다고 청년이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청년 아닐까?"

​2022년을 시작하며, 각자 분야에서 새롭게 사회적경제에 발을 내딛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을 만나봤다.

 

■ 새싹 사회적기업가 김정아 '스여일삶' 커뮤니티 매니저

2017년 11월 페이스북 커뮤니티로 시작된 '스여일삶'은 6천 명이 넘는 멤버들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다. 온라인에서 연결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연대와 네트워킹을 이어가기 위해 직무, 업종, 연차, 취미나 스터디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온·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스여일삶' 커뮤니티 매니저 정아 씨는 스여일삶에서 프로젝트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니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정리한 <스위키>(Startup Women In Korea + Wiki) 프로젝트 론칭을 맡았다.

​정아 씨는 소셜벤처의 매력과 스여일삶이 만드는 가치에 끌려 소셜섹터에서 일하게 됐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정의로운 것, 사회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전공도 정치외교학을 선택했다. 3학년 때 경영학을 복수 전공을 하면서 소셜 임팩트를 실현하는 기업, 소셜벤처를 알게 되었고,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기에 광고대행사의 인턴으로 CSV(Creation Shared Value) 캠페인 기획에 참여하면서 임팩트 창출 과정을 어렴풋이 경험했다고 한다.​

▲ '스여일삶' 커뮤니티 김정아 매니저
▲ '스여일삶' 커뮤니티 김정아 매니저

정아 씨는 최근에는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탈플라스틱, 비건, 제로웨이스트, 로컬 활성화 등을 주제로 팀을 구성해 미션을 수행하는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소셜메이츠클럽(Social Mates Club)'에도 참여해 팀원들과 단계별 비건지향식을 시도했다.

​사회적경제의 첫인상에 대해 "사회적경제는 '사람 좋은 주선자' 같다.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단숨에 연결해주는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하니까요. 낮아진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사회적 경제로 회복하는 느낌도 든다"라고 전했다.

​또한 정아 씨는 "소셜섹터에 있으면서 느끼는 말로는 다 못 할 따뜻함과 벅차오름 같은 게 있다. 무엇보다 그 느낌을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다"라며, 사회적경제만의 매력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꼽았다. 사회적 가치 형성과 확산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길을 찾기 때문이라고.

 

■ 가치실현 탐험가, 김동주 'GO집밥' 대표

▲ 'GO집밥’ 로고
▲ 'GO집밥’ 로고

​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식사가 곤란할 것 같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창업했다.

학창 시절 센터에서 만난 친구와 후배들과 함께 사회적경제 스터디 모임으로 출발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청년로컬액션사업'을 통해 도시락 납품을 시작했고,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청년키움식당 위너셰프에서 '물꼬'라는 점포를 운영했다. 청년키움식당 프로그램 덕분에 초기 자본금 없이 창업이 가능했다. 그렇게 아침에는 도시락을 만들어 납품하고 낮부터는 식당을 운영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3개월의 시범사업 기간이 끝난 뒤, 은평구에서 지원하는 새싹점포 사업에 합격하여 현재 'GO집밥'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친구들과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다 '식사 기본권'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대학교를 휴학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복학할 예정이라 내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도 (운영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고려했을 때) 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현재 협동조합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장애인 주간보호시설과 우리동네키움센터, 마을기업 등에 고정적으로 도시락을 납품하고 있지만, 앞으로 지역에 더 많이 알리는 게 이들의 우선 과제이다.

ⓒ'GO집밥’ 인스타그램
ⓒ'GO집밥’ 인스타그램

목요일마다 납품하는 제로웨이스트 카페, 마을기업 '물푸레북카페'에 케이터링을 제공하고 있는 김 대표는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면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도시락 사업에서 환경을 많이 고려하게 되면서 더욱 그런 가치를 지키는 일들이 멋지고 존경스럽게 느껴졌다”라며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도시락 용기를 사용하는 등 '어린이 식당'의 역할 뿐 아니라 환경을 위한 일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또한, "또래에 사회적경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너무 아쉽다"라며 "사회적 가치나 민주적인 의사결정, 그리고 공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한다는 특징들이 많이 홍보되지 않은 것 같다. 나부터라도 많이 알릴 노력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의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응원한다.

 

■ 의기투합 전략가, 길기태 이대드레스협회 이사장

​"더불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작은 거름이 되고 싶다" 길 이사장이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이유이다.

▲ 소상공인 '이대드레스협회' 길기태 이사장
▲ 소상공인 '이대드레스협회' 길기태 이사장

대형 한복회사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다가 IMF로 회사가 어려워져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다 한복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23년 전 길 대표가 이화여대 웨딩드레스 거리(이하 이대드레스거리)에 오픈한 황금바늘이 그 시작이었다. ​초기에는 성공을 이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강남으로 주요 상권이 옮겨가고, 웨딩플래너가 결혼산업의 중심이 되며 거리 전반이 쇠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이대드레스거리에 문을 닫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자 길 이사장은 다시 한번 새로운 시도를 했다.

​2020년 겨울, 다섯 가게가 힘을 모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코로나19 다음을 준비하는 주민주도 사회적경제 사업모델 발굴사업‘에 신청한 것이다. (지금은 방역지침에 따라 적은 인원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이후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정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커플을 선정하여 작은 결혼식을 열어주었다. 신부는 멕시코 여성으로 4월에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려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불발된 사정을 듣고, ZOOM으로 멕시코 현지와 연결하여 양측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 경험을 밑거름으로 작년에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2021 소상공인의 사회적경제 전환을 통한 골목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를 통해 마포 '사이골목' 사업에 선정되었고, 본격적으로 이대드레스거리를 활성화하는데 몰두했다.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와 여러 번 회의를 하고 마케팅 전문가, 협동조합 전문가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사업 완성도를 높였다. 그 결과 많은 주목을 받으며 11월에 '나를 위한 시상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 나를 위한 시상식 ⓒ이대드레스협회
▲ 나를 위한 시상식 ⓒ이대드레스협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한 60명의 참가자가 드레스를 입고 거리에 깔린 60m 레드카펫을 걸었다. 그리고 행사장에서 시상 진행과 포토존 운영으로, 모두가 즐거운 행사가 되었다. 길 이사장은 "코로나로 인해 다들 어려운 시기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는 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행사를 잘 치르니 이 거리에도 신선한 자극이 되어 뿌듯했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작년에는 마을기업 선정에 고배를 마셨지만 새로운 성과들을 가지고, 올해에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기업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길 이사장은 "사이골목 회의에서 내년도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이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어 조금 걱정이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와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내년도 목표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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