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ㅓ하시는 Zㅣ요?] "따뜻함과 벅차오름, 그 느낌을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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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ㅓ하시는 Zㅣ요?] "따뜻함과 벅차오름, 그 느낌을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 2022.01.06 00:00
  • by 송소연 기자
10:41

Q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새싹 사회적 기업가 김정아입니다. 스여일삶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Q '스여일삶'은 어떤 곳인가요? 어떤 일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스여일삶은 국내 최대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입니다.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고 힘을 북돋아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건강해지는 데 일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일과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스여일삶의 시작점이자 뿌리인 멤버 6,200명 규모의 페이스북 그룹을 기반으로 여러SNS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스타트업씬에 몸담고 있는 여성 창업가, 투자자, 실무자 등의 목소리를 듣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운동, 재테크, 글쓰기 등을 주제로 온라인 모임도 꾸준히 가지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약 270명의 참가자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스타트업 우먼 파워'라는 이름으로 연말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소식을 실은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어요.

이러한 스여일삶의 활동들은 여러 사람과 스타트업을 다방면으로 연결하면서 더 많은 여성 창업가가 배출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젠더 감수성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에요. 저는 그곳에서 프로젝트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매니징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작년, 여성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정보를 아카이빙하고 정리한 '스위키(Startup Women In Korea + Wiki)' 프로젝트 론칭을 맡았답니다.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스여일삶' ⓒ스여일삶  

Q 소셜섹터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정의로운 것, 사회와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 전공을 정치외교학으로 정한 이유도 거기에 맞닿아 있어요. 그렇게 대학을 다니다가 3학년 때 경영학을 복수 전공을 하면서 소셜 임팩트를 실현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많이들 알고 계시는 '소셜벤처'요. '사회적 가치'라고 하면 희생, 봉사 등의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는데, 그때 가치 체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 광고대행사 인턴을 하면서 CSV(Creation Shared Value)캠페인 기획에 참여해 임팩트 창출 과정을 어렴풋이 알 기회도 있었고요.

좋은 일을 꾸준히 하려면 그만한 동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사회적 가치 창출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재무적 가치 창출, 그리고 소셜벤처 마다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요. 스여일삶의 경우 '연대의식'과 '여성', '일과 삶의 선순환'인데요. 참고로, 스여일삶에서 '일과 삶의 선순환'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일하고 싶은 여성이 오래도록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해요. 정리하자면 저는 소셜벤처의 매력과 스여일삶이 만드는 가치에 끌려 소셜섹터에서 일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스여일삶 커뮤니티 김정아 매니저 [사진=본인제공]
▲ 스여일삶 커뮤니티 김정아 매니저 [사진=본인제공]

Q Z세대는 삶과 일을 적절히 섞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추구하며,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를 삶에 반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능력을 발휘해 성취감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요. 직업을 선택할 때 실제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열정이 넘치는 사회초년생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금은 조직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 즉 커리어 성장을 곧 제 개인의 성장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과 삶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워라밸보다 워라블이라는 개념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직업을 선택할 때도 이런 가치관을 투영했던 것 같아요. 내가 몸담을 조직이 개인의 성장을 최대한으로 독려하고,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조직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갖는 거죠. 그렇다고 '기업에 조직원의 성장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건 아니고, 저처럼 의욕이 있는 구성원을 품어줄 의향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봤어요. 스타트업은 특히 구성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서로의 핏을 맞출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Q 일해 보니 어떤가요? 만족스러운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아직 경력이 길진 않아서 딱 이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간의 기억과 경험을 톺아보았을 때 한마디로 말하면 그냥 좋아요. 자기효용감이 생겼어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관심은 많지만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으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과연 내가 소셜섹터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실제 일을 해보니 소셜섹터는 그런 고민과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진득하고 인내심이 많은 곳이더라고요. 지치지 않게 서로를 끌어주며 우린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라는 믿음을 상대적으로 스스럼없이 나누기 때문일까요? 그런 환경에 놓여 일을 하다 보니 스스로 '더 큰 사람이 되어야겠다' '더 뾰족한 나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겠다'라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동시에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나'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졌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과 반대로 스스로를 일정한 틀 안에 계속 가두려고 했다는 것이에요. 사회초년생, 인턴 같은 단어 뒤에 숨어 일에 대한 주인의식 혹은 책임의식을 덜 가지지 않았나 해요. 제 일에 대한 역량과 가능성을 스스로 축소시킨거죠. 그렇지만 다행히 이걸 깨닫는 그 순간이 바로 해결책이기도 하더라고요. 알게 된 후로 보다 주체적으로 일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Q 이번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소셜메이트클럽(Social Mates Club)'에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소셜메이트클럽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탈플라스틱, 비건, 제로웨이스트, 로컬 활성화 등을 주제로 팀을 구성, 8주간의 목표를 직접 세운 뒤 각자의 활동을 카카오톡과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어요.

기존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점이 있다면, 81% 완주율이라는 수치가 증명하고 있기도 하지만, 체감상으로도 참여도가 매우 높았어요. 관심사가 같은 참가자끼리 팀을 구성하고 있다 보니 낯선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또 우리의 활동이 곧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나누다 보니 더욱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고요. 이렇게 형성된 유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프로그램이 8월에 끝났는데도 제가 참가했던 팀은 연락을 이어오고 있어요.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저희가 참가했던 주제에 대한 이슈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해요. 공식적인 일정은 끝이 났지만, 저희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 소셜메이트 클럽 '식'문화 비기너(veginner)팀 ⓒ소셜메이트클럽
▲ 소셜메이트 클럽 '식'문화 비기너(veginner)팀 ⓒ소셜메이트클럽

Q '소셜메이트클럽'에서 어떤 미션을 진행하셨나요?

저는 '식' 분야 미션을 진행했어요. 팀원들과 순차적으로 단계별 비건지향식을 시도해보았죠. 일반적으로 비건지향의 단계는 폴로, 페스코, 락토/오보, 비건으로 구분되는데 이에 맞춰 한 주씩 식사해 보는 거에요. 이를 통해 각자 가장 오래갈 수 있는 식단을 찾는 걸 목표로 했어요.

사실 엄연히 비건은 육류와 해산물 섭취를 배제한 식사 또는 그런 식사를 하는 사람을 뜻해요. 그렇지만 저희는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해서 금방 지쳐 포기하기보다는, 조금은 불완전한 비건일지라도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최대한 오래도록 가치를 지키는 걸 목표로 했어요. 동물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선택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거죠. 예를 들면 정말 작게는 SNS에 육류 사진 업로드를 지양하는 것도 있어요. 혹시나 있을 연쇄적인 육류 소비를 막아보자는 차원인 거죠. 이처럼 팀원들끼리 지향점을 나란히 두니 먹는 것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끝 무렵에는 입고 쓰는 것까지 확장해서 의견을 나누게 되더라고요.

▲ 미션, '폴로로 살아보기 : 붉은 육류를 제외한 재료로 먹기'에서 파스타 러버 정아씨의 샐러드 파스타.  ⓒ소셜메이트클럽
▲ 미션, '폴로로 살아보기 : 붉은 육류를 제외한 재료로 먹기'에서 파스타 러버 정아씨의 샐러드 파스타.  ⓒ소셜메이트클럽

Q 소셜메이트클럽 이전에도 1월 한 달간 비건 지향적 삶을 사는 '비거뉴어리(Veganuary)'를 실천했다고 들었는데요. 원래 비건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느 순간부터 그저 되는대로 삶을 흘러가도록 두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비건이 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어줄 것 같았어요. 환경과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 하면서 과연 내 삶과 일상은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를 따져봤을 때 "물 조금 아껴 쓰는 거,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거 말고 또 뭐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지금 당장, 빠르게 실천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찾다 발견한 해결책이 '비거니즘'이었죠. 그래도 밥에 진심인 대한민국 사람으로 하루아침에 식탁에서 육류와 해산물을 치우는 게 쉽진 않잖아요. 때마침 저처럼 비건에 관심을 두고 있던 선배가 제게 비거뉴어리('VEGAN + JANUARY'의 줄임말)를 소개해주며 함께 해 보자고 제안을 해 줬어요. 그게 비거뉴어리의 시작이에요. 같이 하니까 쉽더라고요. 예상한 것만큼 괴롭지도 않았어요.

Q 소셜메이트클럽에서 비기너(veginner)팀을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람이요. 우리 팀원을 얻었어요. 7월 마지막 날에 발대식을 했으니까, 서로 알고 지낸 지 반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심지어 외국에 거주 중인 팀원도 있는데 정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어색하기도 하고 부담도 됐어요. 서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고,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아무리 가치관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지만, 이게 과연 잘 될까 싶은 의심도 조금 들었고요. 근데 미션공유를 위한 첫 미팅을 하자마자 모든 걱정이 단숨에 무색해졌어요. 따뜻하고 밝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해 주는 팀원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사진을 보면 바로 느껴지실 거예요. 그리고 먹는 건 곧 그 사람의 일상을 반영하기도 하잖아요. 식단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자의 일상을 나누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관심이 모르는 사이에 쌓이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비기너팀 사랑합니다♥)

▲ 사회적 기업가 김정아 [사진=본인제공]
▲ 김정아 [사진=본인제공]

Q 사회적경제의 첫 만남, 첫인상이 궁금합니다. 

소셜메이츠클럽을 사회적경제를 본격적으로 만났던 거라고 한다면, '사람 좋은 주선자'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요. 사회적 경제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단숨에 연결해주는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하니까요. 낮아진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사회적 경제로 회복하는 느낌도 들고요.

Q 사회적경제만의 매력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사회적 가치 형성과 확산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력과 연대를 통해 길을 찾기 때문에!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위 질문에 답했던 제 생각들을 닦고 기름치고 조이며 한 사람의 몫을 잘 살아가는 게 앞으로의 제 계획이에요. 또 일과 삶을 잘 지켜가는 여성으로 시나브로 성장하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소셜섹터에 있으면서 느끼는 말로는 다 못 할 따뜻함과 벅차오름 같은 게 있거든요. 무엇보다 그 느낌을 최대한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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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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