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운동과 사회연대경제의 접목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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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운동과 사회연대경제의 접목을 꿈꾸며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 2018.03.21 17:29
  • by 라이프인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탄핵촛불집회 기간 내내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행진했다.

먼발치에서 보는 생소한 사이였다. 박근혜 탄핵촛불이 한창일 때였다. 어떤 계기로 송경용 신부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유쾌하게 의기투합했다. 노동운동과 사회적경제의 접목을 꿈꾸며 학습모임을 시작했다. 두 부문 활동가들이 적게는 네댓 많게는 이삼십 어울려 매달 공부하는 모임이다. 만나기 어려운 각 나라의 사회연대경제 전문가에게 종종 강의도 듣는 알찬 모임이다. 1년 됐다. 많은 것을 배우고 고민하며 구상하고 있다.

과정에서, 라이프인 발행인을 겸하는 송 신부로부터 칼럼을 요청 받았다. 망설였다. 이미 매일노동뉴스에 고정 꼭지를 맡아 허덕이는 중이었다. 다른 또 한 곳의 요청에 우물쭈물하던 중이었다. 여기저기 발 걸친 당면업무도 만만찮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렇게 시작한다. 편집인 속 썩이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한다.

라이프인 독자에게 첫 칼럼이라, 간단한 소개를 겸해 시작한다. 1980년대 학생운동을 거쳐 노동운동을 전업하고 있다. 한때의 전공은 조직·쟁의, 특히 화염병·쇠파이프로 상징되는 야사(야전사령관)였다. 전투적 노동운동의 상징이던 전노협과 금속연맹의 선봉대 책임자였다. 그 삶이 대체로 그랬듯 고문과 감옥을 경험했고 풍찬노숙에 궁핍을 달고 살았다.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언젠가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적어도 노동자가 인간 대접 받는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었다. 한국노동운동이 그렇게 투쟁했다.

한데 체제전복은 고사하고, 한국사회 불평등은 심화되기만 했다. 비정규직은 노동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청년은 일과 삶 자체가 불안정으로 몰렸다. 하청노동·여성노동·장애인노동·이주노동 등이 차별 당했다. 신자유주의로 몰아가는 자본과 정부 탓이야, 자본에 포섭되고 빌붙은 언론과 지식인 탓이야, 라면서 규탄했다. 투쟁하지 않는 노동조합 탓이야, 라고 욕하기도 했다.

그러는데 내 운동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몸담은 노동운동 전략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나의 삶과 노동운동을 회의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노동운동, 그 속의 내 운동에 오류가 있었다. 한국노동운동의 기·승·전·투쟁은 중심부노동과 주변부노동을 분단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투쟁할 힘이 있는 중심부노동은 이 사회 상위10%에 진입했고, 힘없는 주변부노동은 헤매게 되었다. 상위10%노동과 하위10%노동의 격차가 5배를 넘어 10배로 향했다. 그 책임이 노동운동에도 있었다.

지난 30년의 한국노동운동은 격동의 시대, 혁명의 시대를 전제한 운동이었다. 그게 머릿속 관념을 사로잡고 있었다. 격동의 시대, 혁명의 시대는 짧고 강한 투쟁의 시대, 격돌의 시대다. 집회든 문화든 글이든 말이든 노동운동이 주구장창 기·승·전·투쟁에 갇혔던 배경이다. 한데 실제 한국사회는 개량의 시대였다. 개량의 시대는 긴 일상의 생활을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체제를 개혁하는 시대고, 개입해야 하는 시대다. 투쟁만으로 풀리지 않는 시대다.

사회는 개량의 시대답게 굴러가고 있었다. 노동자들, 그 속의 민주노총 조합원도 그렇게 적응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소수의 눈치 없는 운동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운동가도 긴 일상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다. 직장이든 가족이든 자신의 영역을 잘 가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중 일부는 대중을 향해 기·승·전·투쟁만 부르짖었다.

어쨌든 노동운동은 긴 일상의 시대를 분석하며 실천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구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 제 건물은 고사하고 제 힘으로 사무실조차 얻지 못하는 민주노총 등 긴 일상을 준비하지 않은 것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다른 것은 생략하고, 라이프인 칼럼을 통해 다루려는 내용과 관련해 추가하면, 노동운동과 사회연대경제를 접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긴 일상을 견디는 운동이 되기 위해 노동운동은 사회연대경제와 접목해야 했다. 노동대중의 긴 일상의 삶을 위해서, 노동의 대다수인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서도, 사회적경제의 접목은 필수였다. 그밖에도 이유는 숱하다. 앞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끝으로 소망한다. 글이 거칠고 직설적이라 때로 불편할 수 있을 텐데, 노동조합운동과 사회연대경제의 접목 욕심이 지나쳐 그럴 것이라 이해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구상하며 실행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비판과 소통을 진심으로 요청한다. 라이프인 칼럼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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