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쉬버스터즈, 제로가 어려워요? '레스'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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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쉬버스터즈, 제로가 어려워요? '레스'는 어때요?
일회용품 줄이는 다회용기 서비스 제공하는 트래쉬 버스터즈
  • 2022.01.19 10:00
  • by 김정란 기자
▲ 트래쉬버스터즈는 참여자가 줄인 일회용품 개수를 눈으로 확인시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
▲ 트래쉬버스터즈는 참여자가 줄인 일회용품 개수를 눈으로 확인시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

KT 광화문 사내 카페에는 오렌지빛 컵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띈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제공하는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를 도입해 음료를 일회용컵이 아닌 다회용컵에 담아주기 때문이다. 음악 페스티벌, 지자체 행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식음료를 먹는 행사에서 일회용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회용기를 빌려줘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트래쉬버스터즈의 오렌지빛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 더 많은 곳에서 만나게 된 오렌지빛

라이프인은 지난해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다양한 전략을 모색 중이었던 트래쉬버스터즈는 지난 2 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일회용컵을 줄여나가고 있다. 당시 이야기했던 영화관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가 진행됐고, 12월에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여해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행사가 대폭 축소된 상황이지만,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세상에 오렌지빛을 점점 더 늘려나가고 있는 걸까? 공동창립자이자 브랜드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최안나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주는 느낌은 강렬하고 활기차다. '환경'에서 떠오르는 초록 계통의 색깔을 사용하지 않고 브랜드 상징색을 강렬할 오렌지빛으로 선정한 것부터 다른 느낌이다. 다양한 용기 안에서 색깔로 통일성을 주는 방식으로 한번 이 서비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트래쉬버스터즈를 오래 기억하게 된다. 디자인을 전공한 최 이사에게 트래쉬버스터즈에서 브랜드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최 이사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진정성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 브랜드고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힘을 갖지 못하면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이 자신들의 사업에 관심을 갖게 하는 또 한 가지 매력은 '허들', 즉 장벽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사내카페의 경우 음료를 사무실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반납하기 편하도록 층마다 놔주는 식이다. 먹고 버리는게 일회용컵을 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쓰레기 없앨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와 달리, 더 적은 쓰레기를 내놓자는 '레스웨이스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내놓아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소비자들에게 "일회용 줄이기? It's not a big deal!"이라고 외친다. 어렵고 무거운 감정 갖게 하면 어떤 일이든 쉽게 참여하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일회용 플라스틱은 소수의 참여와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불특정 다수가 다 같이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메시지 전달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은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허들을 낮추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래쉬버스터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화가 정착된다는 것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중심의 힘이 잡힌다는 것이지 않나? 디자인과 브랜딩에 힘을 쏟는 이유는 사실 그 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의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위생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트래쉬버스터즈
▲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의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기 위해 위생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트래쉬버스터즈

■ 확장만큼 많아지는 고민, 더 큰 임팩트를 위해

트래쉬버스터즈의 모델은 최근 기업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ESG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기업이 환경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꼭 투자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ESG와도 관련이 있으면서 기업 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이다 보니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 렌탈 용기를 찾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최 이사는 "KT광화문 사옥을 시작으로 기업, 지방자치단체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15개 정도 기업에서 이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기업 외에도 탄산음료 등을 많이 판매하는 영화관에서도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를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고민은 더 깊어져야만 한다. 소비자 대신 더 많은 부분을 세심하게 고민해야 하고, 일이 많아지면 손이 많이 가고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물류 과정의 비용을 줄이고 자동화 방식을 도입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 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 참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면, 트래쉬버스터즈의 지속성 역시 유지돼야 한다. 최근에는 이를 위해 공장 설립 등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투자도 유치했다.

최 이사는 "우리는 비영리단체가 아닌 기업"이라며, "비즈니스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설득해서 투자유치하게 됐다. 사업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 해서 더 많은 임팩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우리 창업자들이 이전에는 비즈니스 역량이 별로 없었는데 하다 보니 배우게 되고, 이걸 놓치면 재밌게 멋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탄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싶은 걸 더 잘하기 위해서다"라고, 원하는 임팩트를 세상에 확산시키려면 무엇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트래쉬버스터즈 최안나 이사.
▲ 트래쉬버스터즈 최안나 이사.

트래쉬버스터즈는 축제기획자, 브랜드컨설턴트,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공동창립자들의 참여로 시작됐다. 공동창립자가 있다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평등하게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최 이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잘하고, 못하는 것을 서로 파악할 수 있는 때가 왔다. 그러다 보니 포지셔닝을 잘하게 되더라. 각자의 포지션을 명확하게 나누고, 그 분야를 맡은 사람의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분업하다 보니 빈 포지션이 보여서 그 부분은 새로운 인재를 모시기도 한다. 새해에도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허들은 낮추고, 임팩트는 높이고!

최근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고, 그만큼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환경 분야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육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최 이사는 이들에 대한 조언으로 "너무 엄격해지지 말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 분야의 특성 때문이다. "개개인마다 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이 다르다 보니, 차이에 있어 비난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 예를 들어 트래쉬버스터즈가 다회용기로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미션을 명확하게 하는 것과 그를 뒷받침해 줄 충분한 근거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우리는 '플라스틱이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이 문제'라고 설명해드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회용기를 몇 회나 써야 일회용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 등의 근거도 찾아 나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구체화 등은 소셜비즈니스 뿐 아니라 비즈니스 조직이 갖추어야 할 부분이다. 

최 이사에게 "소셜섹터와 영리섹터에 있는 조직의 매력은 다를까?"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소셜섹터라고 구분 짓기보다 서비스 회사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더 크다. 패션 브랜드 같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렇게 자리를 잡는 것이 결과적으로 널리 환경 이슈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본연의 일을 하다 문득 소셜 섹터의 상을 받기도 하는 일도 생기는데 최 이사는 그럴 때 '우리의 일이 기여가 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더불어 "섹터를 나눈다는 것이 한계를 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야에서 방향에서 더 많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희망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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