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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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
소비자기후행동, 2021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 제안 포럼 개최
소비자와 연구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모여 미세플라스틱 저감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제안
(사)소비자기후행동의 소비자의식 조사결과 96% '미세플라스틱 위협 심각', 우선 마련돼야 할 정책으로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장치 의무화'(44%) 꼽아
  • 2021.11.24 18:00
  • by 이진백 기자
▲ (사)소비자기후행동이 23일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 제안 포럼'을 개최했다.
▲ (사)소비자기후행동이 23일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 제안 포럼'을 개최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삼키는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는 2000개에 달한다. 무게로 따지면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 정도다. 한 달 기준으로는 칫솔 무게와 비슷한 21g, 연간으로는 250g에 이른다.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과 위험성이 이미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인식과 요구에 힘을 실어 실질적인 제도 마련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소비자기후행동(이하 소비자기후행동)은 23일 서울동자아트홀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했다. '미세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소비자와 연구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모여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현황을 파악하고, 이후 저감을 위해 필요한 정책 제안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미세플라스틱은 통상 크기가 5㎜ 이하인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보통 20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가 대부분이다.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체내에 꾸준히 축적될 가능성이 큰 데다 부작용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성 또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 포럼에서 박정규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과 최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핵심단백질자원센터장은 '미세플라스틱의 발생 및 저감'과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대표발제를 진행했다. 

박정규 선임연구위원은 미세플라스틱 관리의 필요성과 미세플라스틱 환경 영향 및 저감과 관련한 내용을 제시했다. 이를 실현할 방안으로 ▲미세플라스틱 영향 저감을 위한 사회적 대응(이니셔티브 프로그램, 자율 규제, 입법 규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입법 규제(관견 법률에 의한 행위 제한) 및 자발적 퇴출 유도 ▲의도적으로 1차 미세플라스틱이 사용·첨가되는 제품군 관리(시장에서의 판매 제한, 라벨링 요구, 보고 요구) 등 미세플라스틱의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제품군별 행위 규제 및 지속가능한 자원활용과 순환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 전략과 관련해 다양한 사안을 검토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플라스틱이 깨지거나 마모되어 만들어진 2차 미세플라스틱은 지속가능한 자원활용과 순환 차원에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며 "폐기물 및 해양 쓰레기 관리, 플라스틱 재활용 및 사용 제한 등 분야에 정책 전략 단위의 목표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쓰이는 플라스틱은 버려지면 결국 돌아 돌아서 작은 조각(미세플라스틱)이 된 상태로 우리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최성균 핵심단백질자원센터 센터장은 "미세플라스틱의 크기, 형태, 특성보다 우리 몸에 나쁘냐 그렇지 않으냐로 기준을 나누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미세플라스틱은 독성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 10월 28일자 JTBC 뉴스를 소개하며, 뇌까지 침투한 미세플라스틱이 '독성물질'이 될 가능성을 진단했다. 영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이 뇌에 쌓여 신경독성물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바이오융합연구부 최성균·이성준 박사팀은 입으로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이 뇌 안에 축적돼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 등을 통해 규명했다. 연구팀은 크기 2㎛(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을 7일 동안 실험용 생쥐에게 입을 통해 투여했다. 그랬더니 신장과 위, 특히 뇌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해 쌓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단순히 뇌에 축적되는 것 이상의 문제도 있었다. 우리 뇌에는 미세아교세포라는 게 있어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물질을 분해해 뇌의 건강 지켜준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이 미세아교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에선 남아있는 미세 플라스틱뿐 아니라 죽은 미세아교세포를 분해하기 위해 또 다른 미세아교세포를 동원하지만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뇌 안에서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신경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응 기술을 만드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포럼에서 자유토론 중인 참석자 및 사회자(왼쪽부터 최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선임연구원, 유근식 경기도 도의원, 박정규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원, 김은정 (사)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오귀복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윤미 (사)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
▲ 포럼에서 자유토론 중인 참석자 및 사회자(왼쪽부터 최성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선임연구원, 유근식 경기도 도의원, 박정규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원, 김은정 (사)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오귀복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윤미 (사)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윤미 (사)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고 유근식 경기도 도의원, 김은정 (사)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최우리 한겨레신문 기자, 오귀복 아이쿱생협연합회 상무가 패널로 참여 미세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제안 사항들을 논의했다.

토론의 참석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생활이 미덕이 되면서 플라스틱 폐기물도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정책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지원 조례안'을 발의한 유근식 경기도의원은 "플라스틱 폐기물의 배출이 늘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현재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라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생각은 올해 2월 '경기도 미세플라스틱 저감 지원 조례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구체화 됐다"고 설명했다. 

▲ 설문조사 결과.
▲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기후행동의 김은정 상임대표는 미세플라스틱 관련 소비자 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포럼을 준비하며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시민 2,274명을 대상으로 소비자의식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다양한 연령층에서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미세플라스틱이 환경과 생태계 그리고 인체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시민은 99%에 달했다.

또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의 95% 이상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나 제도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었다. 우선하여 마련되어야 할 정책으로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 장치 의무화'(44%)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미세플라스틱 함유 및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 강화'(43.5%), '일회용 플라스틱 제조 및 사용 규제'(37.6%)가 뒤를 이었다.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발표한 2017년 미세플라스틱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미세플라스틱 발생 주원인이 합성 섬유 의류 세탁 시 배출되는 미세섬유(35%)였다. 또 2020년 2월에 인천시에서 발표한 인천연안 미세플라스틱 조사 결과, 성분별로 PE, PP, Polyester, PU, PET, PS 순으로 많이 발견됐는데 한강 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역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의류 소재인 폴리에스터(Polyester) 성분이 많이 발견되어 섬유류 세탁의 영향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김 상임대표는 "해양 오염의 주요 원인인 미세 섬유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겨레신문사 기후변화팀 최우리 기자는 온라인 줌(Zoom)으로 포럼에 참여했다. 최우리 기자는 "최근 들어서 플라스틱에 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언론 보도도 이에 동의하는 식의 보도가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기자 관점에서 미세플라스틱 보도가 쉽지는 않다"라며 "이는 과학적 근거 없이는 보도할 수 없어서 연구 결과, 자료 등으로 확인된 내용 위주의 보도가 많고 이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다', '어떤 위험이 있다' 등의 단편적 보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시민사회 관심과 과학계의 연구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이것이 연구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성숙도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라며 "플라스틱 중독 내지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자 개인이 자본주의 사회 모순을 전체적으로 하나의 기사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영향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탈(脫)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과제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쿱생협연합회 오귀복 상무는 아이쿱생협이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해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행동하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오귀복 상무는 "정부(제도/정책), 시민사회(소비자)와 더불어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중심적인 주체가 기업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라며 "정부, 시민사회, 기업이 힘을 결집해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쿱생협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소금 때문이다. 2018년 중국산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사회적으로 쟁점이 됐고 중국산뿐만 아니라 국내 천일염에서도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자 몇몇 조합원들이 소금에도 있을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한 제품을 원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아이쿱생협은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소금을 개발, 판매하게 됐다. 이후 아이쿱생협은 플라스틱을 줄이고, 대체하고, 다시 쓰는 방법에 집중했다. 하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최대한 안 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자연드림 매장에서 판매되는 소고기 받침 트레이, 선물용 상자 손잡이 등의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꾸고 도시락용 김 받침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앴다. 아이쿱생협의 No 플라스틱 실천은 생수병에도 적용됐다. 아이쿱생협은 플라스틱 대신 재생가능한 종이팩과 사탕수수 기반의 식물성 뚜껑을 사용하는 용기를 제작, 해양심층수를 담은 '기픈물'을 출시했다. 그 밖에 옷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 가장 큰 미세플라스틱 오염물이라는 사실에 세탁기에 장착해 미세플라스틱을 필터링해주는 저감장치 '세이브디오션'도 개발했다. 아이쿱생협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것을 하고 있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 소비자기후행동은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를 의무화 ▲미세플라스틱 함유 및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제조 및 사용을 규제 ▲미세플라스틱 저감 장치를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 등 미세플라스틱 저감과 관리를 위한 법안 제정을 제언했다.
 

▲ 포럼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나는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구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미세플라스틱 저감 서약에 참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포럼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나는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구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미세플라스틱 저감 서약에 참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밖에 아이쿱생협은 사전 행사를 통해 국내 최초 세탁수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를 선보였으며, 포럼에 참석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이수진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영상으로 포럼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박홍근 의원은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가 심각한 사회문제 되었다"며 "국회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해외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포럼에서 제안된 의견을 잘 경청해 필요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세탁기에도 플라스틱 관련 규제를 도입 중이다. 프랑스는 202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세탁기에 미세 플라스틱 필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법안을 2020년 1월 통과시켰다. 영국 해양보호협회도 신규 판매 세탁기에 필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이후 국회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절차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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