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0일,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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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0일,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으로 나섰다
[강찬호의 위험사회 아웃(12)] 국민인수위 국민발언대에서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촉구
  • 2017.06.11 01:12
  • by 강찬호

 

광화문 촛불민심은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로 수렴되고 있다.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가 주최하는 국민마이크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30분에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6월10일(토). 이날 오후 5시 국민마이크 무대에 서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87년 6월 항쟁 30주년을 맞아 30년 전 그 날을 기억하는 기념식과 문화행사가 열렸다. 지난 겨울 촛불로 뜨거웠던 광화문 광장의 열기가 이날은 서울시청 앞에서 부활하는 날이었다.

서울시청 광장의 열기와 또 다르게 광화문 광장 옆 국민인수위 무대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 동안 묵었던 다양한 억눌림의 목소리가 분출되었다.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시간에 비하면 발언을 원하는 이들은 너무도 많다며, 사회자 박진씨는 “3분의 시간을 엄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2분30초면 어김없이 음악이 흘러나왔고, 3분이 되면 마이크는 종료됐다. 국민인수위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국민들의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5시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가 접수용지가 배부돼 제안자에 대한 간단한 신상과 제안 내용을 기재하고 진행요원들에게 전달했다. 사회자가 대기명단을 부르면 무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발언에 나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전과 평화를 주제로 열린 ‘국민신문고’...‘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 3분 안에 메시지 전달해야.

매주 토요일 주제별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이날의 주제는 ‘안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나라’였다. 안전에 초점을 맞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섰다. 앞서 여러 명이 다양한 내용으로 발언했다. 무대에 서기 전에 발언의 내용을 간단하게 메모했다. 그런데 첫 발언에 엉뚱하게 말문이 열렸다. “발언 시작 후 2분30초에 나오는 음악이 꿈속에도 나올 것 같다”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간에 대한 압박은 피할 수 없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의 첫단추는 정부의 사과와 책임 인정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요청했다. 필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으로서 무대에 섰다며, 문재인 정부에게 역대 정부를 대신해 사과를 요구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지난 두 번의 정부에서 홀대를 받기도 했고, 반쪽짜리 해결로 피해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는 가해기업과 피해자 간에 교통사고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구상권을 전제로 피해자 판정을 해서 피해자가 너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어, 구상권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고도 발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얼마 이야기 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음악이 나온다. 맘이 급해졌다.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피해자 판정 기준 확대, 피해자 찾기, 판정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 징벌제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기업살인법 도입을 요구했다. 마이크가 꺼졌다. “고맙습니다.”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순식간이었다. ‘3분 분량으로 사전에 내용을 작성해 연습하고 올라 갈 것을’ 하며 후회했다. 미처 깊이 생각을 못하고, 그간 많이 말해온 내용이니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상황이 그렇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습기살균제는 화학물질과 소비자 안전관리 실패 사건...국민의 생명안전권 헌법에 담아야.

도입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건은 유해화학물질 관리 실패, 생활화학용품관리의 실패,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안전관리의 실패로 정부의 책임이 큰 사건’이며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으려면 늦었지만 정부가 제대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로 시작하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생명안전권이 헌법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기초로 국민안전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도입부와 마무리를 발언하지 못했다.

국민인수위 국민마이크 현장은 그야말로 ‘국민신문고’였다. ‘나의 억울함을 들어 달라. 그리고 풀어 달라.’고 외칠 때는 절규였고 울부짖음이었다. 지난 정부, 지난 세월 국민들에게 대못을 박은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전북 군산에서, 강원도 영월에서 ‘3분 발언’을 위해 이곳을 찾아 왔다고 생각하니 그 처지가 더욱 짠했다.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잘 정돈된 메시지를 들고 나온 이들도 많았다.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종종 등장했다. 안전과 평화를 주제로 꼭 해결되어야 할 우리 사회 과제라며 정부에 전달하려고 애썼다.

이날 첫 순서로 등장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임재성 변호사는 현재 400여명이 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감옥에 있으며,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누계 인원은 2만 여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심과 신념을 이유로 총과 전쟁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징역을 살도록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대체복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라며, 그들을 범죄자 취급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4~5교대제로 안전과 일자리 늘려야...집배원 과로 충원으로 해결해야...산업재해 입증책임 전환과 기업 비밀주의 개선해야.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국장은 24시간 교대 노동을 기존 2교대, 3교대에서 4교대 또는 5교대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먼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기반한 기존 교대 노동을 탈피해, 교대조를 확대하면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동의 질과 서비스의 질도 좋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하철 무인역사에서 고용을 늘리고, 1인 승무원제를 2인 승무원제로 변경해 고용과 안전, 고용의 질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병원 교대제가 늘면 노동자 삶의 질이 높아지고, 병원 이용객의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고 제안했다.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 발언 신청자들은 대기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준비하고, 또 무대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민단체 변호사로 일한다는 조영신 변호사는 우리나라 산재율이 오이시디(OECD) 평균보다 낮다는 보고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 인정률이 낮아 80퍼센트 이상의 산재가 사실상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의 문제를 거론하며 입증책임을 회사 측으로 전환해야 하고, 회사의 영업비밀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며 산업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우체국 집배원으로 17년간 근무를 하고 있는 고광현씨는 최근에 가평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원이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이는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평 우체국의 경우 여러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며, 편지가 줄어도 택배와 등기 등이 늘어나고 있어 집배원들의 노동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택지개발이나 재개발로 수요가 들어나도 집배원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기존 집배원들이 일을 분담하는 현실에서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며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군기지 소음과 공군기지 이전 피해대책 호소...'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돼야...안전교육과 알권리 충족은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

이외에도 다양한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군산 미군기지 소음문제를 고발하는 군산시민 구중서씨의 요청도 있었다. 수원 공군기지를 화성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군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며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시민 이미현씨의 요구도 있었다.

국민인수위원들의 다양한 목소리. 국민인수위원회는 국민신문고의 또 다른 이름 같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은 기업의 책임이라며, 그동안 각종 일터에서의 사망과 상해로 인한 재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며 기업의 책임을 묻고 엄벌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사 이진우씨의 요구도 있었다. 이씨는 매년 2천여명이 넘는 인원이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발의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해서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책임과 의무라며 안전에 대한 시민의 알권리를 확대하라고 요구한 시민 전수경씨의 요구도 있었다. 충남에서 올라 온 한 시민은 석산(채석장) 개발로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석면 등 각종 환경피해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우리 마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군산에서 온 한 시민은 지자체의 비리 의혹을 고발했다.

하이트 진로와 맞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수년 째 해오고 있는 시민, 택시 회사에 대해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시민, 투표소 수개표와 선거연령 인하를 위한 선거법 개정 요구, 흑색종(암)을 건강보험에 포함하라는 절규 등 수 많은 요구가 쏟아졌다.

이날 가장 짧은 발언을 한 시민은 초등학교 3학년 황찬우 군이었다. 그는 역사공부를 좋아한다며 역사유물이 발견된 현장은 보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 곳에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며, 1분 이내 발언을 종료해 박수를 받았다.

광화문 세종로공원에 국민인수위원회가 마련된 것은 상징적이다. 19대 대선이 광화문 촛불시민의 힘, 민심의 결과였기에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가겠다는 의미이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촛불시민들이 국민인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의 통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에서 광화문과 일대는 어떻게 진화해 갈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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