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조직이 협업으로 피워낸 꽃, 낙과유수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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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조직이 협업으로 피워낸 꽃, 낙과유수 협동조합
  • 2021.11.17 06:00
  • by 김정란 기자
▲ 낙과유수 고현우 이사장. ⓒ낙과유수
▲ 낙과유수 고현우 이사장. ⓒ낙과유수

고령화시대를 넘어선 초고령화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월 발표한 OECD의 보건통계 2021에 따르면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3년이다. 하지만 경제활동 시기는 이에 비해 훨씬 먼저 종료되는 경우가 많다. 법적 정년은 60세라고 하지만, 체감 정년은 50세 전후에 머물고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중장년층 세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저출산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청년 지원이 다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보니,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난 감도 없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낙과유수 협동조합(이하 낙과유수)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단지 낙과를 이용해 농가의 소득을 보태준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장년층의 새로운 도전과, 지역 상생, 자원 순환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해나가고 있는 낙과유수와 그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버려지는 과일이 왜 이렇게 많지?'에서 출발한 아이디어

낙과(落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흠'이 있는 과일이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일 수도 있다. 흠이 약간 있어도 맛과는 별개고 가격은 싸다는 것이 재래시장을 찾는 중년 이상 주부들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서울연구원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강북구의 재래시장은 16개로, 관악구(21개)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강북구에 위치한 낙과유수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사업 아이템에 적용시키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낙과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는 고현우 이사장에게서 나왔다. 20년 간 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고 이사장은 떠날 때와 너무나도 달라진 한국을 1년 정도 여행을 통해 돌아봤다. 유유자적 돌아보려던 그의 눈에 낙과가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주말마다 '파머스마켓'이 열린다. 그때 농부들이 흠이 생긴 과일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돌아와보니 그런 과일들이 그냥 버려지고 있었다." 이 점이 안타까웠던 고 이사장은 사단법인 삼양주민연대의 중장년 창업지원사업과 만나게 됐다. 이어 한신대학교 캠퍼스타운 창업팀, 강북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열매나눔재단 등을 만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지역공동체의 지원이 키워낸 꽃

아이디어는 개인에게서 나올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적용하기까지 필요한 시장, 지역 분석에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낙과유수가 실제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까지 하게 된 것은 다양한 조직들의 도움을 통해서다. 고 이사장은 강북구의 시민단체 사단법인 삼양주민연대의 중장년 창업 프로그램을 찾았고, 삼양주민연대는 이 아이디어의 현실화가 가능한지 한신대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문의했다. 한신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은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삼양주민연대는 이를 위해 '낙과유수 창업팀'을 짜고, 사업계획서를 짤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낙과유수가 한신대 캠퍼스타운 창업팀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 낙과유수가 독립매장으로 분리돼 개업식이 열렸다. ⓒ라이프인
▲ 낙과유수가 독립매장으로 분리돼 개업식이 열렸다. ⓒ라이프인

이어 강북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낙과유수를 알게 되면서, 이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낙과유수가 강북구 재래시장 안에 매장을 개설해, 지역 상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왔다. 강북구사회적경제협의회에도 가입한 낙과유수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시음 및 홍보 활동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활동 속에서 착즙 제품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것을 알고, 제품 패키지를 제작할 수 있도록 센터와 한신대가 공동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는 열매나눔재단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참여하면서 더욱 단단한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6일 독립매장을 얻어 분리해 나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낙과유수는 앞으로 낙과를 이용한 착즙주스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낙과유수의 이런 사례를 논문(지역사회  네트워크의  협력이  사회적기업의  창업  성공에 미치는  영향:  한신대  캠퍼스타운  창업팀  '낙과유수'  사례연구)으로 쓰기도 한 한신대 조윤숙 연구원은 "강북구는 한신대학교는 물론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시민단체 등이 협업이 잘 되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교, 중간지원조직,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다보니 지역에 잘 맞는 아이템이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기업, 특히 사회적기업의 탄생은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연대 사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낙과유수의 사례는 개인의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의 대학, 시민단체, 중간지원조직이 모두 합심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패기? 중장년엔 노하우와 절박함이 있다

사회생활의 노하우가 있는 중장년이 다양한 조직의 지원을 받으면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는 점도 생각해 볼만한 지점이다. 조 연구원은 "고 이사장님이 생산지를 정말 많이 다니셨고, 그 과정에서 흠이 있지만, 맛이 좋은 사과를 가져올 수 있는 농가를 10곳 이상 찾았다"며 "중장년 창업 도전자들은 노하우가 있고, 절실함이 대단하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의 큰 문제 중 하나인 실업과 경제 성장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깊이 생각해볼 만하다. 

이제 '낙과유수'라는 브랜드로 팔리기 시작한 사과즙은 곧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낙과유수의 창업까지 정말 많은 조직의 도움을 받았다"고 누누이 이야기하는 고 이사장은 자신이 받은 도움만큼 창업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도 도울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전업주부나 싱글맘 위주로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각자도생'이 길인 것 같은 요즘 시대에도 함께 해보자고 내미는 손을 잡아주는 곳은 사실 곳곳에 있다. 같이 만드는 경험을 해본 낙과유수 협동조합이 앞으로 어떤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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