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자원 살리기와 멀어지는 일부 환경·시민 단체, 시민들의 자원순환 의지까지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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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팩 자원 살리기와 멀어지는 일부 환경·시민 단체, 시민들의 자원순환 의지까지 꺾어
살균팩 재활용 품질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소중한 자원인 멸균팩을 폐기물 취급
플라스틱 줄이기에 땀 흘리는 시민, 단체들의 실천의지 상실, 현실왜곡 우려
멸균팩 버리자는 주장말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가 필요
  • 2021.10.27 13:17
  • by 이진백 기자

(사)소비자기후행동(이하 소비자기후행동)은 최근 알루미늄이 첩합된 멸균팩이 종이팩 재활용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는 일부 환경·시민 단체 의견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멸균팩을 버리자는 주장보다 제대로 살리기 위한 고민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살균팩을 재활용해 화장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멸균팩이 섞이면 백색 화장지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지난 20년간 살균팩 재활용업계와 일부 환경·시민단체로부터 멸균팩이 폐기물 취급을 받고 있다"라고 밝히며 "플라스틱 대체재로 높은 환경적 가치를 가진 멸균팩을 버리자는 주장보다 살균팩과 멸균팩 구분 없이 종이팩이라면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멸균종이팩을 회수하여 재활용한 페이퍼타올.
▲ 멸균종이팩을 회수하여 재활용한 페이퍼타올.

소비자기후행동은 ▲멸균팩은 음식물을 장기 상온 보관 가능케 해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냉장 보관·유통 시 발생하는 탄소발생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 ▲환경부와 생산자, 재활용 업계, 시민들 사이에서 멸균팩을 재활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 ▲자원 재활용 가능한 고급 자원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어 멸균팩이 환경적으로 가치 있는 자원임을 강조했다.

국내 살균팩 재활용 업계에서는 폐기물 취급을 받는 멸균팩이지만 선진국에선 멸균팩을 활용해 물, 음료, 식용유, 세제 등을 담는다. 일본, 유럽 국가들은 종이팩 자원의 자원순환에도 적극적이다. 벨기에의 경우 멸균팩 재활용률이 84% 수준이다. 회수된 멸균팩 종이는 생활필수품, 유통/건축 자재 등으로 다양하게 재활용된다.
 

▲ 환경부는 2022년부터 지자체가 멸균팩을 일반팩과 별도 구분,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촉진할 예정이다.
▲ 환경부는 2022년부터 지자체가 멸균팩을 일반팩과 별도 구분,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촉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멸균팩 자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난 7월 환경부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개정을 통해 2022년 1월부터 멸균팩을 일반팩과 분리해 종이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에는 멸균팩을 사용하는 대표 유업계를 포함해 생산자, 시민단체, 재활용업계 등은 '멸균팩협회'를 구성, 자원순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아이쿱생협과 한살림과 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나 제로웨이스트샵 등을 중심으로 멸균팩과 살균팩을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하는 시민들의 참여가 지속되고 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플라스틱 대체재로 언급되는 멸균팩은 종이 소재로 자원 재활용이 더 용이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플라스틱에 비해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종이팩의 생산-폐기 시에 발생하는 탄소발생량은 플라스틱에 비해 1/3 수준이며,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에 따르면 500ml PET 생수병 용기를 종이팩 소재로 바꿀 시 병당 55.3gCO2e의 탄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 발표자료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플라스틱 페트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0.29, 0.229다. 반면 종이팩(carton)의 탄소배출량은 0.11, 0.082로서 플라스틱에 비해 약 3배의 차이를 보인다. 종이팩은 재사용 PET에 비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다. ⓒthinkstep : 뉴질랜드, 호주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B Corp인증 리서치 기업, UN글로벌콤팩트와 뉴질랜드 기후지도자연합에 가입.
▲ thinkstep 발표자료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플라스틱 페트의 탄소배출량은 각각 0.29, 0.229다. 반면 종이팩(carton)의 탄소배출량은 0.11, 0.082로서 플라스틱에 비해 약 3배의 차이를 보인다. 종이팩은 재사용 PET에 비해서도 탄소배출량이 적다. ⓒthinkstep(뉴질랜드, 호주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B Corp인증 리서치 기업, UN글로벌콤팩트와 뉴질랜드 기후지도자연합에 가입)

실제 탄소 집약적 생애주기를 가진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019년 기준 연간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을 생산해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배출되는 탄소량은 500㎿ 용량의 석탄 화력발전소 189개를 1년간 가동하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1t당 평균적으로 약 5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멸균팩 사용은 대체재로서 무척 가치가 높다. 자원으로서 효용가치가 큰 멸균팩을 버리자는 주장보다 멸균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제대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이 필요한 때다. 멸균팩 회수량을 높이기 위해 수거 인프라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지자체와 지역별 자원순환센터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정부와 기업에는 어떤 정책과 실천을 주문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멸균팩의 구분 회수량이 늘어날수록 살균팩과 종이자원의 재사용 가치도 동반 상승한다. 지금도 열심히 멸균팩을 펴서 씻고 말려 차곡차곡 모아 주민센터, 생협, 제로웨이스트샵 등에 배출하는 시민들의 실천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종이팩 자원순환, 넓게 길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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