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탐방] 코코베리, '부산물이 되겠어?'가 '부산물이라 되겠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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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탐방] 코코베리, '부산물이 되겠어?'가 '부산물이라 되겠네'까지
  • 2021.11.24 12:00
  • by 김정란 기자

모두가 사회혁신을 말하지만, 사회혁신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본질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들이 있지만, 이들만의 힘으로는 진정한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던 기업들도 자선 방식의 사회공헌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학문의 전당이었던 대학교나 연구기관도 연구 결과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현장에 참여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 민간단체, 학교, 기관 등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딸기하우스에 방문한 코코베리 구성원들.ⓒ코코베리
▲ 딸기하우스에 방문한 코코베리 구성원들.ⓒ코코베리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쉽고도 어렵다. 위기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잡는 사람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이 위기 속 기회를 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실천을 스스로 해나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코코베리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나가고 있는 소셜벤처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 과잉생산이라는 기후위기의 원인 속에서, 그로 인한 '부산물'을 이용한 솔루션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위기 속 기회를 좇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업 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폐기물 없는 농업으로까지의 도전을 하고 있는 소셜벤처 코코베리를 만났다.

맛있는 딸기, 잎과 줄기는 어디에 있지?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과일 등 음식 성분을 이용한 화장품 광고였다. 이 제품처럼 과일 열매를 이용한 화장품은 적지 않았지만, 열매를 따고 남은 잎, 줄기 등 '부산물'을 이용한 화장품은 드물었다. 코코베리 화장품의 주원료는 이 '부산물'이다.

▲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가 라이프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가 라이프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코코베리 나상훈 대표가 부산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시 코코베리 창업 멤버 중 한 명인 김훈수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본가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씨에게 부산물이 골칫거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나 대표는 농가를 직접 방문해 현실을 들여다봤다.

과연 부산물은 골칫거리였다. 부산물은 법적으로 '산업폐기물'로 처리되는 것이 맞지만, 여전히 많은 농가에서 이를 그냥 방치해 부패하도록 두거나 불법으로 소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용 때문이다. 법적으로 처리하자니 비용이 들고, 소각하면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한다.

코코베리 멤버들은 이 부분에 문제의식을 갖고 머리를 맞댔다. 버려질 때까지도 비용이 드는 부산물을 이용한 솔루션을 만들어내면, 농가 소득도 증대할 수 있고, 부산물 문제도 더불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화장품이었다.

화장품은 우리 몸에 직접 닿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가 필요했다. 부산물이 피부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기능성, 안전이 보장되는지에 관한 안전성 등 챙길 것이 많다. 2017년 시작된 창업이 결실을 맺는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나 대표의 전공이 화학인 점을 살려 미백 항산화 및 주름개선 기능이 있는 발효 조성물 등의 특허를 출원하고 드디어 제품 생산이라는 열매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나 대표는 "창업을 준비할 때는 딸기 부산물의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연구가 거의 없었다. 효과가 안 나오면 사업을 접어야해 걱정했는데 다행히 성분 평가를 해 주신 교수님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딸기의 '기는 줄기'에서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한약재에서 나오는 항산화 효과에 비해서도 떨어질 것 없는 효과가 나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 코코베리의 리원. ⓒ코코베리
▲ 코코베리의 리원. ⓒ코코베리

새로운 제품의 탄생, 소비자 변화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다

아이디어가 좋고, 성분이 좋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제품화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코코베리 제품이 세상에 나온 것은 그간 사회 인식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산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이전에는 '폐기물', 즉 버려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제품화하는데 걸림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 갑작스런 기후 변화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려지는 것들을 줄여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버려지던 것으로 기능이 좋은 화장품을 만든다는 코코베리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품 완성을 위한 노력과 소비자들의 변화 속에 만들어진 코코베리의 '리원'은 크라우드펀딩에서 완판을 기록하는 등 '부산물'에 대한 이미지를 극복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딸기 부산물 화장품이 어느 정도 안정 단계에 들어서면서 코코베리는 다음 계획도 준비 중이다. 역시 줄기 식물인 수박에 들어있는 염증 완화 소재를 이용한 모델링 팩이 코코베리가 내놓을 신제품이 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코코베리는 화장품 개발 및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에코사이클테크'로 갈 계획이다. 화장품에 쓸 수 있는 부산물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른 부산물을 비료화 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통해 부산물을 줄이면서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코코베리는 그래서 올해 이후 더 많은 부산물을 실험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 대표는 "이외에도 지역 특산물 39종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들려줬다.

나 대표는 "처음 부산물 화장품 아이디어를 내놨을 때만 해도 '부산물로 화장품을? 니네가 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부산물이라서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꾸준한 연구와 노력을 끝에 내놓은 제품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해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성분 연구와 제품화를 향한 긴 시간 동안에도 지치지 않은 젊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가 농가와 소비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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