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첩] 오늘부터 무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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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첩] 오늘부터 무해하게
  • 2021.10.16 14:00
  • by 송소연 기자

작년과 올해 방울토마토 농사는 다사다난했다. 작년 여름 무섭게 쏟아지는 장마에 토마토를 지키기 위해 1m가 넘는 화분을 집안과 밖으로 몇 번이나 옮겨야 했고, 올해 유난히 일찍 시작된 여름은 푹푹 찌는 폭염으로 잎들이 타버렸다. 작황 부진으로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뉴스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최근 만난 한 청년은 9년째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기념품은 거절했다. 당연히 환경을 생각한다면 옳은 일이다. 그러나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귀찮고, 번거롭고, 강한 의지가 필요한 건지.

조심스레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 친구는 "이렇게 안 하면 지구가 망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많은 석학들이 지구 온난화로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보다 1.5°C 상승할 수 있고, 그 시기는 2040년이라고 경고하는 데, 지구가 망하기 전까지 환갑은 넘기고 싶다는 것. 장가도 가고 싶고,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막야 한다고.

번거롭고, 귀찮아 피했던 일을 이제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나름대로 채식을 지향하고, 주방용세제바와 천연수세미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있지만, 전보다 강한 의지와 실천을 다짐하게 됐다.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일 중에 3개월 동안 모은 종이팩을 펴보기로 했다. 

▲ 3개월 동안 89개의 종이팩생수 '기픈물'을 모았다.  ⓒ송소연
▲ 3개월 동안 89개의 종이팩생수 '기픈물'을 모았다.  ⓒ송소연

종이팩 생수는 플라스틱 용기의 생수 사용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생수의 대안이 되고 있다. 또한, 종이팩에 사용되는 테트라팩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종이팩을 펼치며, 지구를 위해 그동안 나는 어떤 삶을 살았지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뚜껑을 제거하고, 활짝 펴서, 물기를 제거하는 일은 역시 번거로웠다. 

▲ 환경마일리지 알림 메시지
▲ 환경마일리지 알림 메시지

2시간 정도의 사투 끝에 89개의 종이팩을 펼쳤다. 일반생수 대신 미네랄이 풍부한 해양 심층수를 먹었으니 나도 건강해지고, 종이팩 생수로 플라스틱과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활용하니 지구도 건강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드림 매장에 가져갔다. 참고로 아이쿱생협은 최근 종이팩 자원순환 실천을 위한 순환 시스템을 구축, 아이쿱자연드림 매장과 지역조합에서 종이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수거된 멸균팩은 재활용업체로 옮겨져 페이퍼타월로 재활용하고 있다.

종이팩 20개를 가져오면 종이팩 재활용 휴지 1개를 받을 수 있다. 종이팩 20개와 바꾼 휴지는 얼마나 아껴 써야 할까. 이제 휴지 한 장도 너무 소중해진다. 당일에는 휴지가 없어 환경마일리지 1,780원을 적립 받았다. 나의 역할이 소비에서 끝나지 않고 자원 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2시간의 수고스러움으로 오늘 무해한 인간이 되었고, 계속 무해하게 살아보자 다짐해본다. 재활용 가능성을 미리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은 앞으로 나 자신과 의미 있는 의식이 될 것 같다.

올해 가을이 사라졌다. 오늘은 반팔을 입었지만, 이번주 주말은 영하다. 그리고 이번 겨울은 엄청 추울 것 같다. 날씨보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위기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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