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세상을 바꿀까?"…공정관광, 여행과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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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세상을 바꿀까?"…공정관광, 여행과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다
12일, '2021 공정관광포럼' 개최
  • 2021.10.14 12:33
  • by 노윤정 기자
▲ '2021 공정관광포럼'이 12일 개최됐다. '2021 공정관광포럼' 자료집 갈무리.
▲ '2021 공정관광포럼'이 12일 개최됐다. '2021 공정관광포럼' 자료집 갈무리.

"코로나19는 전 지구적으로 우리 삶에 커다란 위기를 가져왔다. 관광과 여행도 멈췄다. 그러나 잠깐 멈춰선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가졌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정석윤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 겸 법무법인 원 변호사)

공정관광이란 관광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관광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과 여행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는 현재, 여행객과 지역주민, 자연이 함께 지속할 수 있는 관광 방식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12일 개최된 '2021 공정관광포럼'은 14일 '관광진흥법 제48조3 제1항(지속가능한 관광활성화)' 시행을 앞두고 이루어진 행사로, 대전광역시 대덕구가 주최하고 공정관광포럼,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가 주관했다.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공정관광의 우수 사례와 정책들을 공유하며, 지금까지 우리가 영위해왔던 관광과 여행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 관계와 공감에 기반한 여행을 말하다

▲ 권선필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목원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권선필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목원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온라인 화면 갈무리.

행사의 기조연설은 권선필 공정관광포럼 공동대표(목원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맡아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많은 변화 중 특히 중요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지역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바, 코로나19 이후 지역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권 대표는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유럽연합(EU) 자료를 인용하여 코로나19 이후 여행산업의 변화를 디지털, 지속가능성, 건강, 소비자 등 4가지 범주로 설명하였고, 이러한 변화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권 대표는 "모든 여행은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며 "우리가 여행하는 곳은 특정한 지역이다.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곳은 지역 안에서도 특정한 장소다. 더 작은 단위로 줄어든 것이다. 결국 지역기반 관광에서 지역의 개념은 단순히 특정한 장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운전거리 안에서 어떤 장소, 어떤 공간으로 좁혀지는지 이 흐름을 이해하고 연속적인 범주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대표는 "소비주의적 여행에서 관계 중심 여행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하며, 소비주의적 여행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소비되는 것일 수밖에 없고 그 바탕 위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불공정한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여행, 공정관광은 결국 이런 소비주의적 여행을 줄이자는 노력이며 소비주의적 여행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여행인 것이다. 권 대표는 "공정여행은 사람과 관계 중심이고, 이러한 관계는 공감과 소통에 기초한 관계다. 이것을 바탕으로 공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큰 공동체와 더 높은 공공선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권 대표는 마이클 샌델의 저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의 내용을 인용하며 "공정관광은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사람들이 공동의 공간, 공동의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 만남을 통해 저절로 관계가 이루어지고, 관계를 통해 공감하게 되고, 공감은 공정한 관계를 만드는 기초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공동의 공간에서 만나고, 관계에 기반하여 행위를 하는 것이 소비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이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진행된 공정관광 사전 포럼에서 도출한 키워드는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치유와 회복' ▲사람 및 지역과의 깊고 세밀한 관계·지속가능한 수입·고용 등과 연결된 키워드인 '소규모' ▲'포용과 다양성' ▲관계를 맺는 단위로서의 '동네' ▲'살아 보기' ▲'탄소제로' 등 6가지다. 권 대표는 이상의 키워드들을 설명하며 "이 6가지 키워드가 공정관광·생태관광에서 키워가야 할 씨앗이 아닌가 싶다. 이 여섯 가지를 잘 키운다면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권 대표는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행이 우리 자신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 우리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여행이 됐으면 하는 것이 공정생태관광을 이야기하는 이유다"며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꾸려고 할 때 공정생태관광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실천해볼 수 있는 계기를 공정생태관광이 줄 것이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공정관광, '재미'라는 토끼를 잡아야

▲ '2021 공정관광포럼'에서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2021 공정관광포럼'에서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이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어진 토크콘서트는 박정현 대전광역시 대덕구청장, 이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한국관광학회 회장), 고경곤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송현철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관광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고경곤 사장은 공사에서 진행한 공정관광 사업 중 하나인 '호박마을' 사례를 전하며 "(사업 현장을 점검해보니) 여전히 우리는 과거 방식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주민들은 호박을 가지고 빵을 만들 수 있게 제빵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그건 현재 규정상 만들어줄 수 없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기존에 해오던 관광 프로그램들만 시행하는 현실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실행에 집중한 공정관광 전략을 만들어 공정관광의 가치에 부합하는 프로그램들을 시행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거 방식을 지양하고 지역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서 ▲마을미디어와 연계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등을 꼽았다.

이어 이훈 교수는 재미를 추구하는 공정관광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공정관광은 일종의 사회운동적인 관점,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식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고상하고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한두 번은 참여할 수 있지만 지속하기는 어렵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의미가 재미를 주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지적하며, 공정관광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화되어야 하고, 공정관광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여행이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일단 여행은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한 행위다. 또 한편으로는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다"고 설명하며 "행복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가치·의미에 도달하는 것, 그리고 재미에서 온다"고 부연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관광의 과제 중 하나로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정관광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지역에 외부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지를 많이 고민하는데, 사람들이 어느 지역에 가도록 하려면 의외로 내부 마케팅이 잘 돼야 한다. 지역 안에서 '여기 재미있어, 와볼 만해' 이런 소문을 내야 하는데 실제로는 '우리 동네에 볼 게 뭐가 있다고 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부 지역주민이 지역의 관광 프로그램에 제대로 참여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이다"고 지적하며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관광에 자부심을 느끼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관광의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공정관광도 여기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다"고 제언했다.

박정현 구청장은 "(관광산업 안에서) 인기 테마가 만들어지면 지역의 역사성과 관계없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그러다 보니 경쟁이 가중되면서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지속가능성의 기본은 지역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 트렌드도 지역을 경험하고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강화된 것 같다. 대덕구가 이런 트렌드를 빨리 잡아낸 듯하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며 "내가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생태순환관광이다. 지역주민들과 함께하고, 소소하더라도 이익금이 지역주민들에게 가도록 하고, 새로운 관광 형태와 연관된 사회적기업을 육성한다든가 하여 일자리를 만들면서 대덕구가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함께하고 행복을 체감하는 곳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박 구청장은 "지금의 여행은 시대적 이슈를 풀어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때 어떻게 재미를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된다. 또, ESG가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 지역 산업체들이 지역과 여행, ESG를 연결하고 엮어내면 더 풍성하게 ESG 경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송현철 지사장은 "관광산업 자체가 다른 산업과 연계 가능하다. 공정관광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때 타 부처 및 공공의 영역과 협력·연대하며 거버넌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관광을 추진할 때 각 분야 개별정책에 따라 추진하기보다 초기 기획단계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함께 그림을 그려 나가면, 거버넌스도 확대되고 결과물도 내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대덕구는 지난 2018년 기초지방정부 최초로 공정·생태관광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2019년 공정생태관광지원센터를 개소하여 공정관광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구는 올해 처음으로 공정관광포럼을 개최하여 공정관광 의제를 발굴하고 공정관광이 지역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정책화해 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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