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곤 진흥원장, "최소한 현장의 역동성에 뒤처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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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곤 진흥원장, "최소한 현장의 역동성에 뒤처지지 않겠다"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인터뷰
  • 2021.10.07 08:00
  • by 정화령 기자

2010년 말 설립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그 기능을 수행한 지 11년이 지났다. 초기에는 사회적기업 창업 육성에 힘을 쏟다가 2012년 협동조합 지원업무를 수탁한 이래 사회적경제 전반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사경 조직과 동고동락하는 통합 전문 지원기관으로서 진흥원이 가진 고민과 비전에 대해 정현곤 진흥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8월 26일 취임한 후 약 한 달간을 그는 '진흥원의 정체성에 스며드는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현장의 역동성과 진흥원의 역할 사이에 긴장감을 느꼈다는 이야기에서 자원이 부족한 현장의 아쉬움과 정책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진흥원의 제도적 한계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얼마 전에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그간 쌓여온 내부 갈등을 한 단계 해소했다는 말도 전했다. 
 

▲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라이프인
▲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 ⓒ라이프인


- 사회적경제 안에서는 소셜벤처가 약진하고, 사회 전반으로는 ESG에 주목하면서 사경 생태계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social의 경계'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사회적경제와 사회적 가치를 동일 선상에서 이해했는데, 이제는 시장경제에서도 사회적 가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졌다. 사회 전반에서 기후·환경 문제에 집중하면서 이용할 자원이 늘어나고 생태계도 그만큼 확장됐다. 이 상황은 기존 사회적경제 조직에 기회지만 또 위기이기도 하다. 진정성 문제가 불거지면 '과연 무엇이 social이냐?'라는 논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참여 주체를 넓히는 일이다. 모든 계층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폭을 넓혀야 비로소 '사회성'이 의미를 찾게 된다. 

- 그렇다면 사회적경제 영역의 확장성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확장성에 주목한다면 상당히 구체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소셜벤처와 ESG경영은 접근방식이 다르다. 벤처에 소셜을 접목한 '소셜벤처'를 법률로 시행한 게 올해 7월이다. 사회성과 혁신성장성이 각 70점 이상이어야 금융 투입이 가능하다. 실제로 해보니 소셜이 혁신·성장성을 얻는 것이 벤처가 사회성을 갖추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자금 문제가 달려있으니 당장 열정적으로 달려야 하는 부분이다. 
한편 ESG는 다가올 문제로 인식되는데, 자산 2조 이상인 기업의 공시가 2025년이고 상장사는 2030년이다. 그리고 ESG는 이미 사회적경제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기에 ‘기후 위기 대응’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친환경, 자원재순환 분야에서 사회적기업을 창출하자'는 과제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 ESG는 대기업의 경영환경 전환으로 사회적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주는 상생·협력이 더 많아질 텐데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과의 협력과 상생도 사회적경제기업에 뭔가 대기업을 보완할 역량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창업 영역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기본계획 수립과 실행의 주축이 될 텐데, 역할 확대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나
"이런 질문을 마주하면 진흥원은 울컥합니다. 수순이 엉켜 있거든요"
기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미리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적 제약' 아래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본법 제정 이후를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고 5개 영역을 지원하는 개별법의 기능이 양립하는 체계가 선다. 이어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질 것이다. 최소한의 소득 보장, 약자 보호와 사회적 돌봄, 환경의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경제를 아주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이다. 물론 사회가치법, 판로지원법까지 3법이 같이 가면 더욱 명료해지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움직이게 된다. 이때 역할과 기능의 조정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진흥원은 사회적 목적에 충실하게 안내해야 한다. 그걸 과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시대변화에 맞는 사회적 가치 성과지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흥원의 역할이라 본다.

- 정부가 범부처에 걸친 사회적경제 판로대책을 발표했는데, 진흥원의 중점 추진사업은? 
이번 정부의 판로대책에서 ①공공판로의 확장 ②소셜벤더 집중 성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먼저 공공판로에서 기존의 중소기업 성장 정책을 사회적경제에 적용하겠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중소기업 611개 품목을 지정해 대기업과 경쟁을 방어했던 것처럼 사회적경제 경쟁제품의 지정제도를 적용하는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이 부분은 법제화가 필요하기에 판로지원법도 추가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하는 중소기업의 품목관리처럼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품목데이터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해진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사회서비스 영역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서비스의 질 판단도 중요할 것이다. 
소셜벤더는 유통 전문 조직으로 필요성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경북종합상사'와 같은 판로 전담 모델이나 '함께 일하는 세상'이 농협 창동 하나로마트에 200평 규모로 입점한 사례가 그렇다. 유통조직이 활발히 움직이면 상품기획으로도 연결이 되고, 사회적 가치를 담은 대표 상품 품목들도 쌓이는데 이런 선순환이 전문 벤더의 역량에 달려 있다.

▲ 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홈페이지. 우체국 쇼핑몰과 협력으로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경상북도 사회적기업종합상사협동조합 홈페이지. 우체국 쇼핑몰과 협력으로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 '함께일하는세상'이 소셜벤더로 농협 창동 하나로마트에 150평 규모로 조성한 '공감마켓정' 현재는 공간을 축소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블로그
▲ '함께일하는세상'이 소셜벤더로 농협 창동 하나로마트에 150평 규모로 조성한 '공감마켓정' 현재는 공간을 축소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블로그

- 팬데믹 위기에서도 사회적기업의 수는 3천 개를 넘어섰다
인증 기업 수는 9월 기준 3,627개로 생존 기업 3,064개, 전체 생존율은 84.5%이다. 이를 보면 사회적기업 육성법의 취지는 살아있다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인증 후 5년 후에도 생존하는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대답 또한 자신 있다. 5년 생존율이 79.7%로 일반 기업의 31.2%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지원 종료 후 5년인 8년 차 기업을 봐도 두 배가 넘는 생존율을 자랑한다. 그래서 이제는 '사회적기업에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다 폐업한다'는 주장은 거의 없다.

"그런데 사실 이런 자생성 논쟁은 당면 과제를 두고 보면 방향을 잘못 잡고 있습니다. 일자리만 해도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소득 논쟁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창업에 도전하라'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이게 기본소득보다 더 힘을 갖는다고 봅니다. 앞에서 다룬 공공판로와 소셜벤더, 이걸 열 테니 거침없이 창업에 도전하라. 이런 이야기죠" 정 원장은 이런 사회적경제 지원 방향으로 인해 기본소득 논쟁에서 일자리에 접근 방향이 좀 더 선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이 결국 고용 접근법을 바꾸자는 이야기거든요. 임금이라는 형식으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에도 이제 비용을 지급하라는 것이 기본소득의 논점이기도 하니까요"라며 최소소득 보장이라는 기본소득의 취지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선회해 보자는 제안을 던진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창업에 도전하면 그에 따른 리스크는 국가가 책임져주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다.

- 사회적경제 조직 간 연대가 약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연대와 협력의 문제는 어디에 방점을 두고 목표설정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만약 사회적기업, 자활, 마을기업, 협동조합, 소셜벤처 간 연대를 말한다면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각 부문으로 들어가 보면 협동조합은 이미 필요성에 의해 연합회가 많이 조직되어 있다. 이종 간 협동조합 연합회도 이제 막 제도화의 길이 열려서 점차 많아지고 기여도 커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은 '협업'이라는 사업적 요구에 맞춰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이나 자활, 마을기업이 생협 조합원의 수요에 어울리는 상품을 개발하여 판로를 확보하는 일은 협력의 의미가 명료하다. 

▲ 올해 설에 자연드림에서 판매한 생활용품선물세트 '사회적경제의 힘'. 5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했고, 진흥원도 힘을 보탰다. ⓒ SAPEnet 홈페이지
▲ 올해 설에 자연드림에서 판매한 생활용품선물세트 '사회적경제의 힘'. 5개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했고, 진흥원도 힘을 보탰다. ⓒ SAPEnet 홈페이지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면 직접적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선도하는 역할도 지속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는 연합회 역량 강화가 매우 중요한 화두라 상호 간 역량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

- 진단하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현장을 모른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진흥원의 내부역량 강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기에 진흥원과의 소통채널을 강화할 것이다. 진단 평가를 할 때는 전문가와 현장의 역량이 적절하게 결합되도록 할 계획이다. 진흥원 내부적으로는 여러 교육 과정을 신설하여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현장과 전문가, 진흥원 3자가 잘 결합되도록 해서 그러한 우려에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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