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혁신에서 찾은 로컬의 미래'를 주제로 2021년 울산 사회혁신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튿날 세션2에서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자산화를 주제로 사회혁신이 마을에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표는 영국 런던의 ▲네트 디프랜드 Participatory City 부대표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 ▲전은호 목포도시재생센터장 ▲김진용 마을호텔18번가 협동조합 상임이사 ▲김민규 365발효마을 대표가 맡아 다양한 지역 사례를 공유했다.
발표에 앞서 좌장을 맡은 유창복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재난을 극복하는 회복력은 로컬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쌓인 마을공동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경제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을 자산을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자리"라고 세션의 의미를 밝혔다.
네트 디프랜드 부대표가 속한 Participatory City는 고도로 산업화한 런던 동부에서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툴을 개발하는 R&D 프로젝트 ‘EVERY ONE EVERY DAY’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지원조직의 방법론이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접근성 좋은 친근한 공간이 있으면 그 개방적인 공간을 자원으로 플랫폼을 설계하고 마을 생태계에 들어가기 쉽다. 그리고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이나 주말 시간에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 어르신들도 함께해야 한다"라며 현재 주민들이 진행 중인 업사이클링,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과 주민의 상호관계를 분석하고 있는데, 공간제공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지원 등 정부 및 지자체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성미산마을 나우사회혁신랩(이하 나우)에서 활동하는 서정주 이사는 문화를 매개로 전국에서 진행한 공동음악창작 활동을 소개했다. 나우는 '나이가 들고 장애나 질병이 있어도 안심하고 나답게 살 수 있으려면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공동음악창작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서 이사는 "한 참가자분께 돌아가시기 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나는 노래를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이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사회혁신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접했음을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창작한 노래 주제는 ▲장애 인식개선 ▲고령화 ▲뇌전증 ▲암 ▲인지장애 ▲돌봄으로 다양한데 모두 참여자들로부터 얻어낸 이야기였다.
올해는 '음악으로 로컬을 잇다'를 주제로 전국 네 곳의 뮤지션과 지역주민이 함께 같은 멜로디로 각자의 가사를 담아 노래를 발표했다. 서 이사는 성미산마을 버전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전은호 센터장은 목포의 지역 거점공간 ‘건맥 1897 협동조합’의 사례를 소개했다. 목포 원도심은 1897년 개항 후 일본 문화거리가 조성되고, 바다를 낀 건해산물 상가 거리에 1950년대부터 상인회가 결성되어 있던 특색있는 지역이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는 이곳에 건맥 거리축제로 활성화 계획을 시작했는데,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상가회 자비로 안주를 만들고 천여만 원 상당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고 한다. 성황리에 행사를 마치고 점점 커지는 지역의 호응으로 상가거리에 펍을 만들기로 결정한 뒤 한 달여 만에 백여 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 사업을 추진하며 건물을 매입하기로 의견이 모였고, 신용보증기금·사회가치연대기금·신협 상생대출·행안부 지역자산화 자금 등을 통해 7억 원 이상을 마련하여 지금의 건맥 1897을 만들었다. 전 센터장은 "가장 큰 의미는 지역자산화라 생각한다. 126명이 8천만 원을 출자하였고 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내부 운영도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걸 왜 하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펍을 통해 지역주민의 오너십과 참여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김진용 상임이사는 정선 산골마을에 조성된 마을호텔 이야기를 전했다. 옛 탄광촌은 대부분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강원랜드나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서 관광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지역은 오히려 슬럼화되어 주민 스스로 망가져 가는 동네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마을의 작은 자원들을 연결하여 쓰레기 버리지 않기, 꽃 심기, 공예 아카데미 등의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행정의 신뢰를 얻었다. 한 집마다 500만 원씩 수리비를 지원받아 빈집 꾸미기 사업을 시작했고, 마을회관도 만들었다.
김 상임이사는 "마을호텔은 우연히 만들어졌다. 빈집을 하나씩 연결하면서 마을호텔이 됐고, 동네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장님 열 한 분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자원을 연계해서 활용하고 있다. 마을호텔 18번가에 숙박하면 조합원이나 회원상가는 할인가에 이용할 수 있고, 협동조합은 홍보 마케팅을 열심히 해서 운영이 잘 되는 중"이라고 현재 상황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김민규 대표가 청년마을사업을 진행 중인 365발효마을에 대해 소개했다. 김 대표는 건축을 전공하고 울산 울주에서 복순도가라는 양조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처음 브랜드를 만들면서 지역성을 갖추는 것의 중요함을 알았다고 한다. 추수를 마치고 논두렁을 태우는 데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정서적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양조장을 지으면서도 벽에 페인트를 칠하지 않고 논두렁을 태운 재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복순도가를 시작하고 지역에 좋은 자원이 많다는 걸 깨달아 '청년의 몸과 마음과 꿈을 발효한다'는 의미로 발효마을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역에 많은 단체가 있지만 브랜딩에 어려움을 겪는다. 로컬에서 할 수 있는 마켓이나 R&D를 진행 중이고, 그 과정을 SNS로 알리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현재 활동에 관해 설명했다.
발표 후 지역주민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전 센터장은 "과제나 의무로 느껴지면 불가능하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간과 자본을 스스로 꺼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디프랜드 부대표는 "복잡하고 리스크가 큰 부분을 정부가 감수해준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고, 서 이사는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실패해도 괜찮은 문화가 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세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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