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남의 일 아니라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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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 남의 일 아니라고 생각할 때 시작되는 것
울산 사회혁신컨퍼런스 세션1 '시민참여와 디지털 사회혁신' 열려
  • 2021.09.29 15:02
  • by 김정란 기자

날로 디지털 비중이 커지는 사회에서 시민들의 참여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2021 울산 사회혁신 컨퍼런스에서 이와 관련한 해외 사례를 듣고,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해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021 울산 사회혁신 컨퍼런스 둘째 날 첫 행사로 열린 전환을 위한 도시의 역량(1) 시민참여와 디지털 사회혁신에서는 하승창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고, 데모크라틱 소사이어티 프로그램 디렉터 멜 스티븐스, 에이다 웡 MaD소셜랩 이사장, 이사벨 호우 거브제로 대만 법률고문,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장이 발표자로 나서 각국의 사례를 공유해 향후 우리 사회의 혁신 솔루션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도입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 멜 스티븐스 디렉터.
▲ 멜 스티븐스 디렉터.

스티븐스 디렉터는 영국 북부 칼더데일의 '경청소파'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제, 맥락을 정하는 통제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싶어 해 힘들어하다가 데모크라틱 소사이어티에 지원 요청이 와서 시작하게 된 '경청 소파'는 공동체의 한 그룹이 중고 소파를 하나 구입해 트럭에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무원과 시민 사이의 벽을 허물고자 한 것이다. 엄청나게 혁신적이지도 않고 최첨단도 아니었지만, 문화적 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영국 남부 도시 사례도 소개했다. 건물도, 돈도 별로 없는 문제 지역으로 칭해지던 이곳 주민들은 처음에는 주차장의 필요성 등 어디서나 나오는 제안을 했지만, 6일의 심의과정을 함께 하면서 오히려 외곽에 차를 대고 시내로 들어오게 하자는 등 미래 세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해 지금 사는 지역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스티븐스 디렉터는 "훌륭한 참여 과정을 설계하면 사람들은 다들 참여하고 싶어 한다"며 "사업에 참여한 '몇몇 사람은 개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집단적으로 일하면서 경청하는 방법, 참여하는 방법을 배우고 용기를 내게 됐다는 의견을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 에이다 웡 이사장.
▲ 에이다 웡 이사장.

에이다 웡 이사장은 매드소셜랩에서 진행한 홍콩의 재래시장 문제 해결 과정을 소개했다. 홍콩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재래시장이 활기차지 않고 젊은이들이 없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홍콩 한 지역의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5개월간 현장 조사를 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종료했다. 이들은 다분야 실험팀을 구성해 시민과 공무원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시장 상인은 물론 5개 홍콩 청년연맹 관계자, 주부와 노인 등 주민 16명, 시장 사용자 20명 등 이해관계자와 소셜랩 팀멤버가 함께하도록 했다. 멤버들은 시장 상인 보조가 돼 시장의 문제를 관찰하고, 심도깊은 이해를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또 다른 세대의 관점을 탐색해 시장의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했다.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성공할 때까지 시제품 테스트를 여러 번 실행했고, 수정을 위한 시민 반응도 수집했다. 이를 통해 시간제한을 둔 팝업스토어, 놀이요소가 가미된 시장, 사랑방 역할을 하는 시장이라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로컬투어 사례도 소개했다. 이 사례에서는 오래된 마을의 문화와 유산을 이해하며 시간의 점을 연결하고,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 마을에서 캠핑을 체험하며, 농장에서 식탁까지 관광에 대해 다시 상상하는 프로토타입 생성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공생관계로 가야 한다는 반성을 할 수 있었다. 웡 이사장은 "관광회사의 역할이 바뀔 수 있다. 원래는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수익을 내고 커뮤니티에 수익을 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사벨 호우 고문.
▲ 이사벨 호우 고문.

이사벨 호우 고문은 자신이 소속된 거브제로에 대해 소개했다. 거브제로는 '다중심적 시민협력'을 향한 실험을 해오고 있는 다중심적 공동체로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변화를 위해 협업하며, 오픈 소스를 원칙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2년 12월에 시작된 이 조직은 시민 참여 고취와 디지털 사회 혁신 촉진을 시도하고 있다.

호우 고문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인지하게 되면 누군가 정보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고 찾고 공유한다"며 "거브제로의 실제 실무자는 3명 정도이며, 참여자들 대부분은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어떤 이익을 얻지 않는 것이라도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 권오현 이사장.
▲ 권오현 이사장.

권오현 이사장은 시민과 협력하고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주의를 주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확산 당시 우리나라에서 빠띠와 시민들이 참여한 사회 참여 사례를 소개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민 주도 대응 사례로 관심을 모은 마스크 재고 알림앱은 빠띠 참여자들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에 제안한 것"이라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권 이사장은 "대란이 일어나기 전인 2월 23일 제안서를 시민들과 만들고, 마스크 데이터, 각종 공공데이터를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2월 말에 마스크 대란이 발생했다. 정부의 정보 공개 결정이 이틀 만에 이루어져, 데이터 만드는 과정을 시작했다. 시민 제안을 정부가 받고 기업과 시민이 협력한 사례로 전 과정이 2주 걸렸다"며 빠른 의사결정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일어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또 "이런 활동 하고 나니 정부에서 마스크 알림앱 개발 이후 만들어진 코드포코리아에 연락을 줘서 개인안심번호를 코드코리아가 개발하고 카카오와 네이버, 패스 앱 등 대기업에 제공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런 일들은 비용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코로나19를 해결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어서 한 것이다. 우리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말해 사회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시민 참여가 사회 혁신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빠띠는 이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시민들의 뉴스 팩트 체크를 독려하는 팩트체크넷, 제안과 토론, 숙의와 실험을 통한 정책 개발, 대규모 결정과 실행을 하는 시민협력플랫폼 데모스 X, 모두가 일상적으로 쉽게 숙의하는 온오프라인 통합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 등을 진행 중이다.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는 사회의 변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부와의 협력 없이 변화를 가져오기는 쉽지 않다. 발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발표자들은 "일에 참여하는 공무원들 역시 변화를 원한다는 믿음을 가질 것,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오현 이사장은 "공무원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수준을 적절하게 생각하고, 공무원도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사회보다 느릴 수 있는데, 정부가 성공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과 만나 효능감을 느끼도록 하고, 그 반응을 함께 듣는 것이 소중하다"고 말했고, 이사벨 호우는 "공무원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도 존중을 해야 한다.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디지털부 장관이 민관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다 웡은 "우리는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속도가 중요하기보다는 협업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홍콩은 변화가 어렵지만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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